법인카드 발급 건수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2015년 말엔 800만 장을 돌파했다.
덩달아 기업들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법인 카드 경비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은 늘고, 회사돈이 허투루 쓰이진 않았는지 알아차리긴 더 어려워졌다. 국내 기업 대다수가 법인카드 경비 처리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SW)를 통한 자동 지출 관리 방법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관심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이런 시장 흐름을 읽고 한 발 앞서 자동 경비지출관리 시장에 뛰어든 기업이 있다. 국내 금융 SW 전문기업 웹케시에서 분사한 비즈플레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분야 글로벌 선도 기업인 컨커도 한국을 잠재력 큰 미개척 시장으로 보고 고객 발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법인 카드 경비 처리가 간편해지는 것은 물론 투명한 관리를 통해 전체 경비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경비지출관리 서비스가 뭘까?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말 기준 국내 법인카드 발급 건수는 815만9천 건, 이용액은 146조8천억 원에 이르렀다. 전년과 비교해 발급건수는 약 15%, 이용액은 11.5% 늘어났다.
법인카드 거래량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기업들의 후작업은 여전히 예전 그대로다. 영수증 처리를 비롯한 증빙 작업을 사용자와 회계 담당자들이 일일이 손으로 처리하고 있다.
비즈플레이에 따르면 국내 560만 법인에서 모두 경비지출을 관리하고 있지만, 솔루션 사용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SW로 경비를 자동처리하는 1%는 거의 대부분 대기업으로, 신용카드사나 밴(VAN)사에서 기업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으로 관련 정보를 바로 넘겨주는 특수한 경우다.
나머지 99% 기업들은 매달말이면 법인 카드 처리를 위해 한바탕 소동을 벌여야 한다. 법인 카드 사용 직원들은 매달 영수증을 모아 지출 결재 문서를 제출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회계 담당자는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사용내역을 엑셀 파일 등으로 받아 회계프로그램이나 ERP에 입력하고, 직원들이 제출한 증빙서류도 보관해야 한다.
클라우드 기반 경비지출 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런 성가신 과정을 생략할 수 있게 된다. 일일이 손으로 카드 사용 내역을 정리하는 99%에 해당하는 기업들도 경비를 자동처리할 수 있게 된단 의미다.
비즈플레의 비플 법인카드 앱은 국내 전카드사와 연동해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바로 스마트폰 영수증으로 받은 뒤 회계 담당자에게 제출할 수 있게 해준다. 개인카드를 사용한 경비도 비플 개인카드 앱으로 바로 처리할 수 있다.
앱에서 영수증 제출뿐 아니라, 결재 프로세스를 타고 지출 결재 품의서를 제출할 수도 있다. 회계 담당자들은 직원들이 스마트폰으로 제출한 카드 영수증을 비즈플레이 웹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엑셀 등으로 출력할 수도 있다.
또 사용내역을 회계프로그램이나 ERP와 연계해 데이터를 바로 넘겨받을 수 있다. 비즈플레이는 이를 위해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하고 있고, 이미 국내 다수의 회계프로그램, ERP 업체와 시스템 연계 제휴도 맺었다.
글로벌 1위 업체 컨커도 한국 법인카드 연계, 부가세 처리 및 신고, 시스템 한글화를 완료하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컨커는 경비 지출관리를 넘어 법인카드 사용이 많은 레스토랑, 교통, 항공, 숙박 등의 가맹점과 연계해 예약부터 비용처리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한다.
컨커는 1996년 설립된 회사로, 지난 2014년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SW 기업 SAP에 인수됐다. 국내 사업은 SAP코리아 컨커 사업부에서 진행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미 국내 350여 고객사도 확보한 상태다.
최근 해외에선 컨커 같이 대기업을 위한 엔드투엔드 경비지출관리를 지원하는 업체와 댜양한 규모의 기업을 위한 경비지출 관리 초점을 맞춘 포인트 솔루션 제공 업체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출장 및 비용 관리(T&E, Travel and Expense Management)’라는 새로운 SW 시장이 형성됐다. 물론 모두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다. 컨커 이외에도 서티파이, 익스펜시파이, 크롬리버테크놀로지 등 관련 스타트업들이 가세해 이 시장을 키우고 있다.
■SaaS형 경비지출관리 왜 뜨나?
시장조사업체 페이스트림은 2016년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재 클라우드 기반 출장 및 비용 관리 (T&E)시장은 11억 달러로 추산되며, 향후 2020년까지 21억 달러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비용 절감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게 경비지출관리가 주목받게 된 이유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경비지출관리 서비스를 통해 직원들의 시간과 노력을 덜어줄 수 있는 것은 물론, 수동 작성으로 인한 오류와 부정 사용을 방지할 수 있다. 또 전체 경비 사용 흐름에 대한 즉각적인 분석이 가능해 낭비되는 부분은 없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컨커는 지난해 아시아 T&E 시장을 전망하며, “세계 경제 침체로 인해 기업들이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며 가능한 한 예산을 최적화하고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면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회사는 비용 절감, 신속한 프로세스, 경비 지출 전반에 대한 흐름파악, 비즈니스 효율성 향상을 위해 T&E관리 시스템을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관습적으로 경비 지출을 수동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자동으로 처리할 때 혜택을 인지한다면 국내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비즈플레이가 지난 2015년 말 월 1회 이상 법인카드를 사용한 직장인 300명을 대상으로 법인카드 사용과 관리에 있어 불편한 점을 조사한 결과, 자동관리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은 영수증 보관 및 제출의 번거로움, 사적 사용에 대한 우려 등을 꼽았다. 관리자들은 부가세 신고관련 제반준비, 부정사용 감시, 카드사별 사용내역 조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국내 시장 역시 시스템화된 경비 지출 관리를 통해 기업들이 경비 지출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비용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 확산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SAP 코리아 컨커 세일즈 총괄 김재성 전무는 글로벌에 비해 경비지출관리 시장이 성장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글로벌 고객들이 T&E에 대한 관리 효율 확보 및 빅데이터에 기반한 가시성을 통해 전략적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있는 트랜드에 비해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관련 업무의 중요도를 낮게 생각해 왔던 것”을 이유로 꼽았다.
이어 김 전무는 “하지만 변화의 흐름이 시작됐된 것으로 본다. 국내 고객들도 이미 업무적으로 직원들이 비용과 관련한 업무에 많은 시간을 소요함에도 불구하고 편의성이나 업무 처리 만족도는 낮으며 시스템적으로 정제된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느끼며 새로운 경영 전략 수립을 위한 가시성이 부족함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 "경비지출 데이터 활용…보다 나은 전략 수립 필요성 절감"
석창규 비즈플레이 대표는 ”지금까지 기업들은 경비 지출을 ‘처리’해야할 대상으로만 여겨 왔고 경비 지출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생각은 잘 하지 못해왔다”며 "하지만 이제 경영자들이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나은 회사의 경비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석 대표는 이어 “비즈플레이도 이런 요구를 반영해 경영자들이 경비 지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며 “비즈플레이 서비스에서 누가 가장 많이 사용했는지, 어느 사용처에서 많이 쓰였는지 등을 분석해 볼 수 있다. 또 동일가맹점 중복 사용 내역, 규정금액 이상 사용 내역, 휴일.심야 사용 내역 등을 살펴볼 수 있는 프리미엄보고서 기능도 오픈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컨커와 비즈플레이 모두 올해 국내 경비지출관리SW가 확산될 수 있도록 사업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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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커는 클라우드 기반 T&E 서비스의 장점을 알리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김재성 전무는 “SAP코리아는 최상의 T&E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작년부터 컨커 인력을 대대적으로 충원하고 있다”며 “국내 고객이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를 통해 솔루션을 빠르고 쉽게 구현하고, 기업은 핵심 경쟁력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플레이는 국내 고객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만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비즈플레이는 석창규 대표는 “국내 고객들은 회계프로그램 또는 ERP와 연계하고 싶어하는 요구가 커 국내 관련 기업들과 제휴를 맺은 결과 올해 들어 매일 200~300여 개 기업이 신규로 가입할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 고객 니즈를 적극 발굴해 서비스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