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8월부터 준비해온 '재송신 가이드라인'을 다음주 공개할 예정이다. 재송신 대가 산정은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 분쟁에 그치지 않고 방송중단 등 시청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어 정부의 중재가 요구돼 왔다. 이에 1년 이상 걸려 나온 재송신 가이드라인에 실효성 있는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료방송과 지상파방송 사업자들은 지난 몇 년간 재송신 문제로 끊임없이 갈등을 겪고 있다. 재송신은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지상파 실시간 방송을 가입자들에게 전송할 때 해당 방송사에 지불하는 콘텐츠 저작권료다. 양 측은 적정한 가입자당 재송신료(CPS) 수준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재송신 분쟁에 양 측 모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재송신 분쟁과 관련해 진행 중인 소송만 50여 건에 이른다. 유료방송 사업자 중 지상파 방송과 가장 크게 대립중인 케이블업계는 연간 소송비, 정책연구.세미나비 등으로 연간 50억원을, 지상파 측은 연간 20억원을 쓰는 것으로 추산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양측의 대립으로 인해 애먼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엔 케이블TV 가입자가 800만 명이 이틀에 걸쳐 KBS2 TV를 보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올해 1월 케이블TV에 지상파 주문형비디오(VOD) 공급이 중단된 것도 CPS 분쟁이 핵심 원인이 됐다.
이런 문제가 지속되자 방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민간전문위원으로 구성된 '지상파 방송 재전송 협의체’를 꾸려 해묵은 재송신 분쟁에 대한 해결책을 고심해 왔다. 그 결과물이 재송신 가이드라인이다.
다음주 중 협의체 발족 이후 1년 2개월만에 재송신 가이드라인이 공개될 예정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음주 방통위 전체회의를 열어 재송신 가이드라인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송신 가이드라인 실효성 있을까?
1년2개월이나 시간을 들인만큼, 분쟁을 해결할만한 실효성 있는 내용이 담겼을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실제 분쟁의 핵심 원인인 대가 산정 방식이나 적정대가 등은 가이드라인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방통위 관계자들로 부터 여러차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재송신 대가 분쟁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는 두가지다. 가입자당 적정 CPS는 얼마인가와 가입자를 TV단자수로 볼지 아니면 가구수로 따져야하는 가다.
현재 대다수의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가입자당 280원을 한 방송사에 내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콘텐츠 제작비가 상승했다는 이유 등으로 가입자 400~430원 까지 인상해 줄것을 요구하고 있고 있다.
가입자수에 대한 기준도 분쟁 요소다. 지상파측 TV단자수를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는 반면,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가입가구수를 기준으로 해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문제로 최근 MBC는 KT스카이라이프에 방송공급을 중단을 예고했다가 방통위의 방송유지 명령을 받은 상태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재송신과 관련된 분쟁 요소는 지속적으로 추가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송 과도기에 있는 '8VSB 가입자’에대해서도 재송신료를 요구하고 있다. 또 상당한 중계료를 내고 방송하는 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 이벤트 시 별도의 대가 정산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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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송신문제가 해결되려면 이런 핵심 분쟁 요소들에 대한 해법이 있어야 하는데모두 정부가 뾰족한 답을 내놓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CPS 협상시 지켜야하는 절차 정도가 담길 것으로 예상한다. 또 가이드라인은 말그대로 권장사항이지 강제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 실효성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