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상파 방송 재송신 비용으로 가입자당 월 190원이 적절하다고 판결하면서, 지상파 방송사 진영과 유료방송 사업자간 공방이 확산될 조짐이다.
법원이 제시한 월 190원은 현재 유료방송사들이 지상파 3사에 제공중인 월 280원 보다 90원이나 적은 액수여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들은 현재보다 50% 이상 인상한 월 430원을 요구하고 있어 양측이 합의점을 찾는데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선 유료방송사들이 재송신료 조정을 요구하는 추가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1부는 지상파 3사가 2014년 9월 개별 유선방송사업자(SO 10개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은 케이블TV 업체들이 지불해야 하는 손해배상액으로 가입자당 190원이 적정하다고 선고했다.
현재 유료방송사들이 지상파 방송사에 매달 지불하고 있는 가입자당 재송신료(CPS)는 월 280원이다. 법원에서 지상파가 요구한 재송신료 수준보다 240원 이나 낮게 평가한 것이다.
유선방송 업계는 지상파가 그동안 재전송료를 지나치게 많이 요구해 온 것이 이번 판결로 드러나게 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 재송신비 연간 2300억, 1천억원이 '왔다갔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가입자수에 월 280원을 곱해 각각 지상파 3사에 CPS를 지급해 왔다.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을 합쳐 지상파에 CPS를 지급하고 있는 가입자 수는 총 2320만명. 케이블TV 전체 가입자는 1440만명이지만 이 중 CPS를 지급하고 있는 디지털방송 가입자는 690만명, 여기에 IPTV 가입자 1200만명, 위성방송 430만명이 그 대상자다.
유료방송 가입자가 3개 지상파 방송사에 월 840원, 1년에 총 1만80원을 CPS로 지불하는 셈이다. 여기에 매달 CPS를 지불해야 하는 2320만을 대입하면, 국내 유료방송사들이 지상파 3사에 매달 CPS로 지불하는 비용은 2338억원에 달한다.
CPS를 지상파 방송사들이 요구한 430원으로 인상하면, 연간 유료방송사들이 지불하는 지상파 재전송비는 3591억으로 껑충 뛴다. 지상파 방송사들로서는 앉은 자리에서 1253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단숨에 끌어 올릴 수 있지만, 반대로 유료방송사들은 엄청난 수익감소를 감내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법원의 판결대로 CPS를 190원으로 계산했을 땐 연간 CPS 비용이 1586억원으로 뚝 떨어진다.
CPS 산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처럼 연간 1천억원 이상의 수익이 달라지는 것이다.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시청자는 약 6.7%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가구가 유료방송을 통해 방송을 보고 있다. 따라서 가입자당 CPS 비용 산정을 두고 매년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사업자간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CPS 190원 인정되면, 줄소송 이어질듯
케이블TV협회 측은 이번 판결의 전체 적인 취지는 환영하면서도 법원이 CPS로 제시한 190원의 산정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추후 항소할 계획이다. 협회 측은 "CPS 190원 역시 법원이 직권으로 산정한 것으로 지상파 송출을 통한 이익 기여 즉, ‘케이블 전송료’가 제대로 적용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CPS를 190원 보다 더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지상파 측도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SO에 대해 CPS 190원을 인정할 경우, 현재 280원을 받고 있는 대형SO, IPTV, 위성방송 업체와의 형평성이 맞지 않게 된다. 다른 유선방송 업체들도 190원으로 CPS를 낮춰 줄 것을 요구할 것이고, 결국 유료방송 업계 전체가 CPS를 낮추기 위한 추가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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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케이블TV 업체와 IPTV 업체들은 현재 지상파와 재송신료 재협상을 진행중에 있다. 따라서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재송신료 협상 과정에서 지상파가 요구하는 추가 인상 요구를 방어하고 요금 인하까지 이끌어 내기 위해 이번 판결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업체 관계자는 “지상파에서 정확한 산정 근거 없이 430원을 요구하고 있다.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값은 당연히 줘야겠지만 지금 요구하는 금액은 지나치게 많다”며 “광고 매출 하락 등으로 생긴 손실을 유선방송사업자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미 나온 판결과 앞으로 남아있는 판결 등을 종합해서 적절한 수준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