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케이블, 극적인 타결 가능할까?

양측 모두 '밀리면 끝장' 배수진

방송/통신입력 :2016/01/14 13:40    수정: 2016/01/14 14:00

지상파와 케이블TV간 콘텐츠 재전송, VOD 공급을 둘러싼 갈등이 결국, 광고 차단이라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3일 케이블TV협회 산하 SO협의회는 비상총회를 열고 지상파가 VOD 공급을 재개하지 않을 경우 15일 저녁 6시부터 MBC의 광고 송출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결의서를 채택했다.

광고를 중단하겠다는 시간은 평일 오후 6시부터 자정, 주말 오후 4시부터 자정으로 지상파 방송 시청률이 가장 높은 황금시간이 포함돼 있다. 광고 중단이 현실화 될 경우, 케이블TV 가입자 대부분이 블랙화면을 시청하게 된다. 광고수익에 수익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는 치명타를 입게되고, 케이블TV 업체들도 광고 블랙아웃에 따른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광고 중단이 예고된 15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와 케이블TV 측 관계자들을 만나 중재에 나설 예정이지만, VOD 문제 뿐만 아니라 지상파 재송신료 계약도 맞물려 있어 원만한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디어 시장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져 가는 상황에서, 양측 모두 이번에 밀리면 끝장이라는 불안심리가 더해지면서 매년 극한 대결로 이어지고 있다"고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상파 VS 케이블…양보 없는 싸움, 발단은?

재전송, VOD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달라"는 주장과 "우리가 송출해줘서 지상파가 얻는 혜택도 크니, 재전송료를 현실화하자"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결국, 저작권료과 송출료의 싸움이다. VOD공급 중단으로 시작해 MBC 광고 중단으로 이어진 이번 사태도 맥을 같이한다.

지상파 측과 케이블TV 측은 VOD 공급 재계약 협상을 지난 5월부터 시작했다. 지상파 쪽에선 2016부터 무료 VOD 대가를 기존 정액제 방식에서 가입자당 방식으로 변경할 것과 2015년 무료VOD 대가는 전년대비 15%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또 지상파에 재송신료를 한번도 지불하지 않은 개별SO에는 VOD를 공급하지 말 것도 요구했다.

지상파 측에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VOD 공급을 끊겠다고 통보했고, 다급해진 케이블 진영이 12월 말 무료 VOD 대가 산정 방식 변경과 15% 인상 안을 받아들이며 협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재송신료를 내지 않은 개별SO에게 VOD 공급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결국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VOD 블랙아웃 사태가 보름째 이어지자, 이번엔 송출망을 가지고 있는 케이블TV 업체들이 VOD 재공급을 요구하며 반격에 나섰다. "VOD 중단 사태에서 가장 적극적인 역할을 한 MBC부터 광고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광고 진짜 끊을 수 있나?

케이블TV 측은 들어줄 수 있는 요구는 다 수용했기 때문에 광고 블랙아웃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김정수 사무총장은 "지상파가 케이블VOD를 중단한 건 이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케이블TV의 가입자가 이탈할 우려가 있고 우리가 견디지 못해 지상파의 요구를 다 수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케이블 TV가 실제 MBC 광고를 끊을 수 있을까? 케이블TV는 앞서 2012년에도 방송중단 카드를 꺼냈다가 블랙아웃 하루만에 복구시켜, 별효과를 보지 못하고 방통위 재제만 받은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번 광고 블랙아웃은 제대로 해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한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이번엔 한 10일은 버텨 볼 각오가 되어 있다”며 “2012년에는 방송 프로그램 전체가 블랙아웃 돼 시청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너무 커 지속하기 어려웠지만, 광고는 시청자가 아닌 지상파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이번엔 전략적으로 광고 블랙아웃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케이블TV 측은 법리적 검토를 마친 결과 , 방송 프로그램이 아닌 광고를 중단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지상파의 주장처럼 방송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해도 광고중단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사무총장은 “(지상파 측이) 효력정지 가처분소송이나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렇게 되면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해 법적 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지상파방송사들은 “신호 훼손 행위”라며”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방통위 중재...극적인 타결 쉽지 않을 듯

케이블TV 협회에 따르면 약 1500만 가입자가 케이블TV를 통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케이블TV 가입자들이 지상파 광고 차단이라는 강수를 꺼내들자, 결국 정부 관계 당국도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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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방통위는 VOD가 방송이 아닌 부가서비스라는 이유로 개입을 꺼렸지만, 사태가 커지자 15일 직접 분쟁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의지 표명에도 극적인 협상타결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와 케이블이 계속 싸우는 이유는 결국엔 미디어 환경이 어려워진 상황 때문"이라며 "매년 VOD 공급과 재송신 계약 협상을 해야 하는데 한번 잘 못 길들여 놓으면 그 파장이 매년 수익구도에 악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