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재도전...논란은 여전

인터넷입력 :2016/06/14 11:10    수정: 2016/06/14 11:21

황치규 기자

국내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가져가 서비스에 반영하기 위한 구글의 시도가 다시 구체화됐다.

구글은 최근 한국 정부에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답변 기한은 8월25일까지다.

구글은 그동안 법무법인을 통해 반출 의사를 타진해오다 최근 직접 나서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한 의지를 적극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입장차이 여전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반출할 수 있게 되면 '반쪽짜리' 꼬리표가 붙은 한국어 구글 서비스의 품질 개선이 기대되지만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관련기사: 구글, 한국지도 반출 포기했나?]

정부는 여전히 조건에 부합해야 구글에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국에서 쓰는 구글지도는 도보 길찾기나 고화질 항공사진과 같은 고급 기능을 쓸 수 없다. 네이버와 카카오 지도서비스와 비교해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구글지도에 한국 지도 데이터가 제대로 투입되지 않아서다. 구글은 현재 SK플래닛이 제공한 데이터를 갖고 한국 지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SK플래닛이 구글에 준 데이터는 한국 정부가 외국에 반출해도 된다고 허락한 것만 담고 있다. 일부 데이터가 빠져 있으니, 구글지도는 네이버나 카카오 지도 서비스에 밀릴 수 밖에 없다.

구글은 한국 구글지도 서비스 개선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려 시도했지만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한국 정부가 연구 목적으로 일부 지역 지도 반출을 신청한 것을 승인한 사례는 있었지만, 구글처럼 상업적 목적으로 전국 지도 반출을 허가한 경우는 없다.

정부는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려면 한국 안보상 민감한 데이터가 노출되는 것은 막아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글이 갖고 있는 데이터에 한국에서 가져간 지도 데이터를 결합하면 군사 시ㅇ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으니, 그걸 막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해달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내건 조건은 구글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것 같다. 구글은 (데이터 보안 처리 없이) 가져간 정보 그대로 서비스하길 원하고 있다. 서비스 대상 국가의 요구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서버 구축도 쉽지 않은 듯

구글과 정부 입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구글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해외 관광객이 한국 방문 시 내비게이션 등 구글맵이 무용지물이며, 구글이 만든 자율주행차, 자동차OS, 위치기반 광고 등도 불가하다는 점을 이유로 한국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해 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방침이 바뀌지 않는한 구글이 한국 지도 데이터를 쓸 수 있는 방법은 한국에 서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한국에 서버를 운영하게 되면 국내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구글은 지도와 관련한 보안 심사를 국내 업체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서버 구축도 구글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카드 같다. 서비스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IT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고개를 갸우뚱해 하는 시선도 꽤 엿보인다. 구글은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제공하는 구글맵에서는 각종 길찾기 등의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일부 외신에 따르면 따르면 구글은 중국, 러시아 등에서는 해당 국가 내 서버를 두고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는 얘기도 있다.

지디넷코리아도 지난해말 제보를 통해 구글이 4년전 경기도 관내에 지도서비스를 위한 서버 인프라 구축을 하려다 포기한 정황을 포착했다. 국내 인프라 구축시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해당 시설에 대해 정기적으로 정부와 관계부처의 감사 및 보안 점검을 받아야 하는데, 구글은 이를 원치 않았을 듯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이 다른 국가와 달리 국내에서 구글맵을 제대로 서비스하지 못하는 것은 지도 데이터 반출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겠다는 정책적 판단일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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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구글이 한국에 서버 구축에 소극적인건 조세 회피와도 관련 있는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구글을 포함해 유한 회사 형태로 국내에 진출해 있는 다수 해외 업체들은 ‘고정사업장(인적·물적 설비 포함)이 해외에 있는 사업자나 업체에게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국내 법인세법의 약점을 파고들어 합법적으로 조세회피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구축할 경우 한국 국세청이 각종 서비스에 대한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구글이 한국에서 어느정도의 매출을 올리는지는 공식적으로 알려진바 없다. 업계에 따르면 대략 1조원 정도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