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가 하드웨어 의존적인 기업의 데이터 관리 전략의 초점을 우선순위에 기반한 '정보 최적화'로 바꿔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스토리지 구매를 통한 인프라 증설만으로는 폭증하는 데이터를 감당할 수 없을 뿐아니라,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도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가려 가며 저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본사가 지난달 공개한 '데이터게놈지수(Data Genomics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스토리지에 쌓아둔 파일을 100개로 볼 때 3년간 한 번도 변경되지 않은 파일이 41개, 그중에도 7년간 한 번도 변경되지 않은 파일이 12개에 달한다. 기업의 주 스토리지 시스템은 수시로 내용을 바꾸거나 빠르게 접근해야 하는 파일을 담는 게 주 목적인데, 그 공간의 낭비가 심하다. 이는 인프라 운영 및 데이터 관리 비용 낭비를 낳는다.
보고서에서 지적하는 '낭비'의 규모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베리타스의 크리스토퍼 탤벗 프로덕트마케팅 수석책임자는 "기업들이 유용하지 않은 데이터를 관리하느라 연간 2천50만달러(약 240억원)를 지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그러나 (저장된 것 중 41%에 달하는 유용하지 않은 파일) 숫자는 대략 95억건에 달하기 때문에, 사람이 일일이 그걸 가려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해법을 단순화하면 이렇게 요약된다. 95억건에 달하는 파일의 우선순위를 분류해 아예 지우거나, 중복을 없애고 덜 비싼 저장공간으로 옮기라는 것. 특히 사무 환경에서 과거보다 비중이 확 늘어난 텍스트, 워드, 스프레드시트, 프리젠테이션이나 음성 및 영상, 이를 포함하는 이메일 데이터 등 비정형데이터를 아카이빙(장기 보관) 영역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스토리지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조언이다.
보고서는 ▲프리젠테이션, 스프레드시트, 워드, 텍스트 파일에 아카이빙 적용시 그 스토리지 비용 절반(50%) 수준인 200만달러(약 23억원) 가량을 아끼고 ▲불필요한 영상, 음성 파일을 지우면 스토리지 비용 11%를 절약하며 ▲퇴사 또는 직무이동한 직원의 데이터 가치를 판단해 5% 공간을 재확보할 수 있고 ▲영상, 가상머신(VM), 이메일 형식 중심의 파일 재분류시, 프로젝트를 15배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조링크: Data Genomics Index 2016]
베리타스코리아는 지난 22일 서울 삼성동 파크하얏트호텔 간담회를 통해 이런 내용을 담은 데이터게놈지수 보고서를 소개했다. 이 현장에서 베리타스코리아의 제품 프리세일즈 담당 안형진 차장은 "기업이 다루는 데이터가 스토리지 기술의 발달보다 9% 빠르게 많아지고 있다"며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스토리지를 증설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안 차장은 데이터게놈지수 보고서 분석 결과에 따라 대두된 정보관리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최적 도구로 자사 정보관리 솔루션을 내세웠다. 아카이빙 솔루션 '엔터프라이즈볼트' 및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와 파일분석솔루션 '인포메이션맵' 및 '데이터인사이트' 그리고 컴플라이언스 업무지원도구 '이디스커버리플랫폼', 5가지다. 또 그중 데이터인사이트와 엔터프라이즈볼트 새 버전의 주요 기술과 활용 방안을 설명했다.
안 차장은 "데이터인사이트는 기존 제품의 정보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도구로, 최고데이터책임자(CDO)가 데이터를 분석해 보존 및 파기 여부를 판단하고, 파일에 대한 실무자들의 권한 지정을 추론할 수 있게 돕는다"며 "아카이빙솔루션 엔터프라이즈볼트는 셰어포인트, 이메일, 파일 서버 자료를 아카이빙 서버로 옮기고 중복제거, 재분류, 사용자 권한에 알맞은 데이터 검색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베리타스코리아는 올초 본사의 독립법인 출범 공식화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을 겨냥한 정보관리 전략과 자사 솔루션의 필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회사측은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에게 정보관리 전략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단순한 스토리지 하드웨어 증설만으로 현업의 수요를 충당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안 차장은 "(잘 쓰지 않는 데이터를) 아카이빙 시스템으로 이전하고 중복제거 작업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스토리지시스템) 하드웨어 비용을 50% 줄일 수 있고, 더불어 베리타스 정보거버넌스 솔루션들과의 연계를 통해 더 높은 비용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며 "데이터 수요자가 13만명 규모에 달하는 한 고객사의 경우 아카이빙을 통해 기존 유저 데이터 79%를 중복제거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원영 베리타스코리아 대표는 "스토리지 하드웨어 증설이냐 아카이빙솔루션 도입이냐를 양자택일로 보는 건 1차적인 논의고, 리스크 관점에서의 효용을 검토해야 한다"며 "직원들이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보유해선 안되는 데이터를 다루거나, 그 PC가 랜섬웨어에 감염된다거나, 유출시킬 경우 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정보관리 솔루션 도입을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리타스 본사가 강조하는 전략, 즉 기업들이 정보관리 솔루션을 통해 스토리지 인프라 보유 데이터를 재분류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데이터게놈지수 보고서의 메시지 자체는 수긍할 만하다. 아카이빙 솔루션을 보유한 다른 소프트웨어 업체뿐아니라 하드웨어 인프라를 공급하는 스토리지 전문기업도 업무용 콘텐츠와 비정형 데이터 관리 최적화에 대해 강조하는 추세다.
다만 보고서가 부각하는 수치들의 신뢰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인용된 수치 대부분은 마지막으로 갱신된 시점이 2015년이라는 걸 알 수 있을 뿐, 어떤 사건이 언제 발생했는지를 알 수 없다. 베리타스는 데이터게놈지수 보고서에 취합된 각지 기업들의 데이터 현황이 일반적인 담당자 설문조사가 아니라, 자사 '넷백업' 클라우드에 수집된 고객사 인프라의 실측 데이터라고 밝혔다. 대략 과거 10년간 누적된 고객사의 백업데이터에 대한 '메타정보'를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베리타스 측은 취합한 메타정보가 만들어진 기업의 환경이나 조건에 대해 거의 밝히지 않았다. 그 기업의 전체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베리타스의 메타정보에 연관된 실제 데이터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도 불명이다. 한마디로 앞서 제시한 수십억개 파일과 그로 인한 수십억-수백억달러 손실 비용은 개별 기업들에게 별 의미가 없다.
즉 기업 실무자가 베리타스에서 공개한 보고서의 결론만 갖고 어떤 업종과 규모의 기업이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베리타스 클라우드 백업에 맡겨 놓았는지, 직접 분석하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이 보고서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은 전문조사기관이나 시장조사업체의 통계에 준하는 객관적인 정보로 보기엔 미흡한 수준이다.
취합된 메타정보의 정합성 측면에도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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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가 분석에 동원한 메타정보는 과거부터 넷백업 솔루션을 도입해 현재까지 그 현황을 지속 갱신한 고객의 데이터와, 과거 넷백업 솔루션을 사용했지만 현재 그걸 쓰지 않아 더 이상 현황이 갱신되지 않는 고객의 데이터가 혼재돼 있다. 즉 보고서는 기존 고객사와 현 고객사의 메타정보에 따른 현황을 엄밀히 구별짓지 않은 듯 보인다. 주요 메시지에 대한 근거로써는 엄밀함이 다소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크리스토퍼 탤벗 수석책임자는 "보고서를 준비할 때 고객사 프라이버시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했다"며 "대표 업종은 모든 글로벌 산업군을 포함하며, 메타정보에 해당하는 고객사 데이터가 취합된 기간은 (넷백업을 얼마나 사용했느냐, 메타정보를 얼마나 생성했느냐 등) 고객사의 상황에 따라 달랐다"고만 언급했을 뿐, 메타정보를 추출한 고객사 현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