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스템 반도체 설계인력 양성 중추이자 '석·박사 요람' 역할을 해온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가 정부 지원 감소로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연일 반도체 인재 육성의 시급성을 외치며 신규 프로그램들을 쏟아내지만, 지난 30년간 검증된 핵심 인프라인 IDEC 예산이 크게 줄면서 오히려 대학 연구실이 설계연구 공백과 각자도생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석·박사 요람 IDEC의 비명…EDA 툴 유료화에 TSMC 공정 막혀
13일 반도체 학계·업계에 따르면 IDEC의 올해 사업 예산은 전년비 40% 급감했다. IDEC은 국내 반도체 석·박사급 설계인력을 키워내는 대표적인 교육·연구 지원기관이다. 지난 30여 년간 국내 시스템 반도체 인력 공급 중추 역할을 담당해 왔다.
글로벌 선단 공정 설계경험의 핵심축이었던 대만 TSMC 파운드리 연계 사업도 가로막혔다. IDEC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기존에 연간 70개 규모로 지원했던 TSMC 공정 활용 다중프로젝트웨이퍼(MPW) 지원 사업을 올해 전면 중단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파운드리 공정을 대학원생이 아예 밟아보지도 못하고 졸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예산 감축 원인은 신규 단기 과제 증가가 지목된다. 반도체 인재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인재 양성을 위한 여러 부처의 신규 과제가 양산되고 있다. IDEC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인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교육부, 산자부 등 부처마다 단기 교육 프로그램이나 특화 사업을 신설하고 있다"며 "한정된 예산이 쪼개져, IDEC 예산이 오히려 깎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학과 기업이 단기 집중 교육을 운영하는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 참여 학교만 해도 지난 2024년 32개교에서 2026년 88개교로 2년 만에 2.7배 이상 급증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팹리스산업협회 등에서 저마다 반도체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예산 삭감 부작용은 고스란히 대학 연구실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개별 연구실 단위로는 구매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고가인 전자설계자동화(EDA) 툴 무상 보급체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IDEC은 부족한 예산을 메우기 위해 기존에 전액 무상으로 지원하던 EDA 툴 중 일부를 유료로 전환했다. 각 대학 연구실이 보유한 자체 연구비를 쪼개 일부 툴을 공동 구매하는 방식으로 구조가 바뀐 것이다.
전국서 벤치마킹해 간 '동탄 IDEC'마저 내년 사라질 위기
문제는 대전 본원 예산 삭감에 그치지 않고, IDEC 동탄교육장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IDEC 동탄교육장은 실무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시작한 IDEC의 핵심 사업이다. 출범 후, 타 기관에서 설계인력 양성 모델을 구축할 때 가장 먼저 찾아 참고할 만큼 성공적인 모델로 꼽힌다. 최근 진행된 다른 반도체 인력 프로그램 강사들조차 수강생들에게 "설계 교육은 동탄 IDEC에서 받는 것이 가장 좋다"고 추천할 정도로 국내 업계와 학계가 인정하는 독보적 실효성을 입증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한정된 예산을 두고 국책연구기관이나 유관 협회 등에 '유사 사업'을 난립시키면서 동탄 IDEC도 직격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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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C 관계자는 "동탄 사업은 처음 생길 때만 해도 타 도시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독보적이었는데, 최근 유사한 사업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결국 내년에 사업이 없어질 위기"라며 "기존에 잘하고 있던 사업을 밀어주는 게 가장 좋은데, 검증되지 않은 신규 기관들에 예산을 쪼개주는 방식이 투입 대비 얼마나 효과를 낼지 모르겠다"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