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100년전 상대성이론을 설명하며 그 존재를 예고한 중력파가 실제로 관측됐다. 13억 광년전 두 개의 블랙홀이 공존하며 빠르게 충돌할 때 발생한 중력파가 지구에 도달했고 중력파의 영향으로 지구의 시공간이 순간적으로 변형된 것을 측정해 낸 놀라운 성과다.
중력파는 중력장 등 그 동안 빛을 통해 관측할 수 없었던 우주의 비밀을 밝혀 줄 열쇠로, 별 진화의 마지막 단계인 블랙홀 내부의 성질은 물론 초기 우주에 별이 탄생한 비밀을 풀어줄 수 있는 단서라는 점에서 전 세계 과학계가 흥분하고 있다.
이번 관측에 사용된 라이고 중력파 관측기의 감도가 앞으로 3배 가량 더 높아질 예정이라 더 많은 중력파 관측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 중력파 관측, 중성미자 관측, 광학현미경 관측이 함께 이뤄지면 별의 내부와 외부에 대한 정보를 더 풍부하게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현지시간) 미국 국립 과학 재단은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리빙스턴과 핸포드에 위치한 두 개의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라이고, LIGO)를 사용해 지난해 9월14일 처음으로 중력파를 검출해 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검출된 중력파는 블랙홀 두 개가 자전을 하는 하나의 무거운 블랙홀로 합병되는 과정에서 충돌 직전에 방출한 것으로 0.15초 동안 방출한 것을 측정해 낸 것이다. 중력파가 시작된 곳은 13억 광년 떨어진 곳으로, 지구로 치면 아주 원시적인 생명체만이 존재했을 때 발생한 것이다.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주장한 여러 현상 중에 마지막까지 증명되지 않아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왔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을 '힘'이 아닌 '시공간의 구조'로 이해하는 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은 강한 중력장에서는 시공간이 왜곡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블랙홀 충돌처럼 중력장이 격렬한 변화를 겪을 때 시공간의 잔물결 현상인 중력파가 빛의 속도로 전달된다고 예측했다. 중력파가 지나가는 순간 일반 물체는 위, 옆으로 늘어나게 된다.
중력파는 파동의 세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그동안 검출이 어려웠다. 라이고 관측기는 레이저 광선을 쏴 빛의 길이를 재는 방법으로, 중력파로 인해 원자 크기의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변화가 발생했음을 측정해 냈다. 이같은 변화는 지구 전체에 중력파가 영향을 줬기 때문에 발생했다.
한국중력파 연구협력단 김정희 박사는 “빛을 끈이라고 보면, 중력파가 지나가면 끈 길이가 바뀌는데 실은 끈 자체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시공간이 늘어나면서 바뀐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견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제시한 강한 중력장에서도 정확하게 적용된다.
과학자들은 중력파 검출로 인해 천체를 보는 새로운 창이 열렸다고 표한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전통적으로 빛을 관측해 천체를 연구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중력파 관측에 성공함에 따라, 그동안 빛으로 알 수 없는 강한 중력장 부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볼 수 있는 새로운 관측 수단이 증명된 셈이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단장인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이형목 교수는 “(중력파 검출을 통해) 별이 소멸할 때 생기는 블랙홀은 물론, 중성자별 내부구조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알아 낼 수 있다. 또 논란이 있는 암흑에너지의 존재에 대해서도 검증이 가능해 질 것이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관측할 수 없었던 천체, 초기 우주에서 별이 탄생하고 진화하는 과정 등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고 관측기는 원래 목표했던 감도의 3분의1 정도 수준에서 첫 중력파를 감지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3배 가량 더 감도가 높아질 예정이라 더 많은 중력파 감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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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력파 관측이 가능해지면서, 중성미자(뉴트리노) 관측과, 광학 망원경을 통한 관측과 함께 활용되면 한 개의 우주 이벤트를 다각도에서 관측해 더 풍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한국중력파 연구협력단 김정희 박사는 “초신성이 터졌을 때 라이고가 중력파를 검출하고 뉴트리노 관측과 광학망원경 관측이 모두 이뤄지면 별의 내부외부를 다 알 수 있게 된다”며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방출된 에너지들이 인간이 만든 기계로 관측이 가능하게 된다”고 의미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