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 삼키는 델, 보안 시장서도 큰 손 될까?

세기의 빅딜이라고 불리는 델과 EMC의 합병이 결정되면서 글로벌 보안시장에서 상징적인 브랜드 파워를 가진 EMC RSA 사업부의 향방도 관심사가 됐다.

현재로서는 인수합병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EMC 내에 적은 매출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RSA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분사할 수도 있다는 의견과 글로벌 IT시장에서 보안이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진 만큼 델의 보안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델소프트웨어, 시큐어웍스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16일 국내외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델이 670억달러(약76조6천억원)에 EMC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두 회사 임직원들에게는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때까지 기존에 해오던 비즈니스를 그대로 하면 된다는 지침만 내려왔다. 당장 두 기업 간 사업부가 어떤 식으로 개편될지에 대해서는 청사진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합병으로 어떤 시너지가 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당장 문제는 델이 670억달러 인수자금 중 400억달러를 주요 은행들로부터 조달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델은 EMC가 가진 현금보유고 등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고, 이후 18개월~24개월 안에 융자받았던 자금들을 갚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EMC 전체 매출 중 비중이 낮은 RSA사업부를 또 다시 매각할 수도 있지 않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EMC 전체 매출인 244억달러 중 RSA 사업부의 매출은 10억3천500만달러로 4.2%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금융권 고객정보유출사고, 지능형 공격을 통한 기밀유출, 사이버전 등 이슈가 끊이지 않으면서 보안이 기업 리스크 관리에서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오히려 합병 이후 보안사업을 더 크게 확장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에 무게가 쏠린다.

EMC RSA 사업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암호화알고리즘을 개발했으며, 이를 활용해 RSA 시큐어ID라는 보안토큰을 2만5천여개 기업, 기관 등에 공급하는 중이다. 또한 빅데이터 기반 로그수집분석솔루션 'EMC RSA 시큐리티 애널리틱스', 온라인사기방지솔루션 'EMC RSA 웹쓰렛디텍션(WTD)', PC모니터링 툴인 'EMC RSA ECAT' 등과 보안거버넌스, 리스크, 컴플라이언스를 관리하는 'EMC RSA 아처' 등을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다. 그만큼 전사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적다고 해서 쉽게 버릴 수 있는 사업부는 아닌 셈이다.

더구나 델은 별도법인인 델소프트웨어를통해 통합보안장비(UTM)로 유명한 소닉월을 개발, 공급하고 있으며, 2011년 인수한 시큐어웍스는 국내를 제외한 글로벌 보안관제(managed security service, MSS)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델과 EMC가 합병을 통해 PC, 노트북 등 B2C 제품에서부터 서버, 스토리지, 데이터센터 등을 아우르는 종합IT회사로 거듭나게 되는 만큼, 이를 계기로 IT분야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쏠리고 있는 보안 영역에 대해서도 통합된 사업부를 운영 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외신에 따르면 델은 별도법인으로 운영됐던 시큐어웍스를 기업공개(IPO)해 주식시장에 상장시켰다.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주식거래가 이뤄지는 이 회사는 기업가치가 약 2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