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치하 VM웨어, 넷앱-시스코 협력서 빠지나

컴퓨팅입력 :2015/10/14 08:21    수정: 2015/10/14 10:02

[라스베이거스(미국)=임민철 기자]델과 EMC의 합병 결과로 달라질 수 있는 VM웨어의 움직임에 따라, 시스코시스템즈와 넷앱의 협력 양상도 변화할지 관심이다. 넷앱과 시스코는 일단 긴밀한 상호 협력을 다짐하는 가운데 VM웨어는 다소 소외되는 분위기다.

시스코는 지난 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연례행사, 넷앱인사이트의 최대 후원사로 이름을 올리고 주요 임원진을 연사로 파견했다. 넷앱 임원들도 행사 내내 시스코와의 협력을 여러모로 강조하고 있다.

현장 분위기나 그간의 이력만 놓고 보면 시스코와 넷앱의 협력 전선엔 부정적인 징후가 거의 없어 보인다. 낙관한다면 IT시장의 수직적인 기술 통합 흐름에 따라 한층 돈독해질 수 있는 관계이기도 하다.

다만 '플렉스포드'라는 통합시스템 사업을 위해 시스코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넷앱의 입장에선 중대 변수가 떠올랐다. 이날 업계를 달군, 델이 670억달러에 EMC를 인수합병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그것이다. EMC 자회사 VM웨어도 참여해 온 시스코와 넷앱의 통합시스템 사업의 협력 양상에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일단 시스코 쪽 사정을 보자. 델은 시스코와 서버,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경쟁한다. 이런 델이 EMC를 품으면 과거 VCE처럼 시스코의 서버, 네트워크 제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EMC와의 파트너십은 더욱 어려워진다.

데이터센터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시스코에겐 스토리지 파트너가 필요하다. 까다로운 자격을 요구한다. 스토리지 제품 구성 폭은 다양해야 하고, 서버나 네트워크 등 시스코 사업과는 충돌이 없어야 한다.

넷앱인사이트2015 행사장내 파트너 기술 시연 공간에 자리한 시스코 부스. 시스코는 이번 컨퍼런스의 최상위 후원사로 이름을 올렸다. VM웨어도 후원사 명단에 껴 있지만 참가 규모는 시스코에 비해 작은 편이다.

입맛 까다로운 시스코에겐 EMC가 듬직한 파트너였다. 과거 시스코는 EMC와 투자합작사 VCE를 만들고, 'V블록'이란 통합시스템을 만들어 팔았다. EMC 자회사 VM웨어도 가상화 기술로 이를 거들었다.

그러다 몇년전부터 시스코에겐 불편한 상황이 연출됐다. EMC와 VM웨어가 VCE 이름으로, 시스코 대신 다른 파트너의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넣은 'V스펙스'란 통합시스템도 만들어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시스코는 이를 지켜보다가 지난해 하반기 VCE의 자기 지분을 EMC에 팔고, 그들과의 3각동맹에서 발을 뺐다. 이후 IBM 스토리지 사업부, 퓨어스토리지 등 다른 스토리지 파트너와 손을 잡기 시작했다.

시스코의 움직임은 그간 EMC에 집중돼 있던 스토리지 업체와의 협력을 대안 가능성이 있는 타 스토리지 업체들과도 강화해 나가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시스코와 이미 협력해 온 넷앱에겐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시스코에겐 넷앱이 꽤 그럴싸한 EMC의 대안이다. 퓨어스토리지의 제품 구성 폭은 다양하지 못하고, IBM 스토리지 조직은 자체 서버 사업 때문에 시스코 통합시스템 사업에 올인하기 어려워서다.

이미 5년전부터 넷앱, 시스코, VM웨어가 손잡고 만든 '플렉스포드(FlexPod)'라는 통합시스템 제품도 있다. 넷앱 스토리지와 시스코 서버 및 네트워크 장비와 VM웨어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솔루션이다.

넷앱인사이트2015 행사장내 기술시연 장소에 마련된 넷앱 부스의 플렉스포드 기술 구성 개념도 소개 화면

EMC와 협력했던 V블록 사업을 정리한 시스코는 이전보다 넷앱 플렉스포드 사업에 좀 더 집중할 듯하다. 넷앱이 스토리지 솔루션 공급을 위해 시스코의 스토리지와 네트워크 장비 판매를 거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넷앱 입장에서도 자사 스토리지를 시스코 서버, 네트워크 장비와 결합해 통합시스템으로 공급하는 플렉스포드 사업을 지속하는 건 상당히 긍정적인 시나리오다. 기존 V블록 시장까지 확보한다면 금상첨화다.

다만 여기까지는 긍정적인 일면만을 부각시킨 전망이다. 넷앱은 또다른 기술 파트너 VM웨어와의 협력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VM웨어가 플렉스포드 전략에 집중할 것인지 의심케 하는 요인이 존재한다.

우선 VM웨어와 시스코간의 네트워크가상화 경쟁이 표면화하고 있다. 이걸로 일단 시스코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진 측면이 있다. 양사간의 마찰은 넷앱 플렉스포드 파트너십 안에서도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런 VM웨어가 EMC 자회사에서 델 자회사가 되면 시스코, 넷앱과 협력을 지속할 가능성은 더 떨어진다. 델이 EMC 인수로 함께 확보하는 VM웨어의 경영권을 EMC처럼 독립적으로 보장해 줄 것인지 불확실해서다.

설명하자면, 델 자체 솔루션만으로도 통합시스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데, 경쟁사인 시스코와 넷앱 장비를 팔기 위한 플렉스포드사업에 자회사 VM웨어가 끼는 걸 못마땅해 할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V블록.

넷앱 측은 어떻게 생각할까? 리 캐스웰 제품, 서비스, 마케팅 부사장에게 플렉스포드 제품의 고객사들이 잠재적인 VM웨어와 시스코의 경쟁에 따른 파트너십 약화 가능성을 지적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캐스웰 부사장은 "신규 플렉스포드는 시스코 인증 디자인과 ACI지원이 포함돼 있는데, 관리 편의를 중시하는 추세에 맞춰 시스코와 긴밀히 협력하지만, 그 때문에 VM웨어를 배제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분야는 고객사가 어떤 기술을 쓰고 어떻게 구성을 간소화할지 확정 안 된 초기 상태라 시장의 반응과 요구사항을 취합하는 단계"라며 "우리는 ACI든 (VM웨어의 경쟁 기술) NSX든 모두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어쩌면 시스코는 외부의 변화만 없다면 넷앱과의 파트너십을 큰 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역으로 넷앱의 입장에서도, 플렉스포드 사업 내 시스코의 역할은 다른 파트너로의 완전한 대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리고 넷앱 입장에서 VM웨어와 시스코의 반목은 부정적인 시나리오지만, 엄밀히 말해 대안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현재 플렉스포드 가상화 인증 기술엔 마이크로소프트(MS)나 레드햇의 소프트웨어도 포함돼 있다.

넷앱인사이트2015 행사장내에 마련된 기술시연장의 넷앱 부스에서는 오픈스택과 플렉스포드의 조합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요약하면 VM웨어가 플렉스포드 파트너십에 끈끈함을 이어갈지 불안해지는 분위기고, 넷앱은 여기에 대비해 시스코와는 지속 협력할 수 있도록 다른 가상화 소프트웨어 기술을 대안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넷앱 파트너 '네텍'의 데이터센터 솔루션 아키텍트 댄 C. 바버는 "오픈스택에 사용자들이 많은 관심을 표하고 있기 때문에 오픈스택기반 플렉스포드 개발이 진행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넷앱 장비는 필수가 아니지만, 시스코에서도 '메타포드'라는 매니지드 오픈스택 관리 환경 개발에 관심이 크다"며 "이는 기업 보유 인프라에 아마존웹서비스(AWS)같은 관리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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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넷앱인사이트2015 개막에 맞춰 매니지드 오픈스택 솔루션 업체 미란티스가 넷앱의 스토리지솔루션에 맞물려 돌아가는 오픈스택 기술의 통합을 위한 협력에 참여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향후 클러스터드 데이터온탭 환경에선 미란티스의 협력을 통해 오픈스택 최신버전 도입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플렉스포드에 직접 관련된 내용은 아니지만, 오픈스택을 향한 넷앱의 높은 관심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