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발표된 델과 EMC의 합병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EMC가 자회사로 갖고 있던 가상화 및 클라우드 플랫폼 업체 VM웨어의 영향력이 어떻게 되겠느냐는 것이다.
델과 EMC는 합병을 발표하면서 VM웨어 매출이 연간 10억달러 증가하는 시너지가 생길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SW판매로 10억달러 매출 올리기가 만만치 않은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파격적인 성장 목표다.
VM웨어는 가상화 및 기업용 클라우드 솔루션을 주특기로 하는 회사로 EMC 산하에 있으면서 HP나 레노버 같은 델의 경쟁 업체들과도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EMC가 스토리지 사업에 주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버 업체들 입장에서도 VM웨어가 EMC 밑에 있다는 것이 신경이 크게 거슬리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델이 VM웨어의 주인이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HP나 레노버 입장에서 VM웨어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껄끄러워질 수 밖에 없다. 물론 VM웨어는 델과 EMC 합병 후에도 지금처럼 계속 독립 회사로 남는다. 그럼에도 다양한 회사들과의 협력에 초점을 맞췄던 VM웨어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디넷에 따르면 콘스텔레이션 리서치는 델은 EMC 인수를 통해 VM웨어 기반으로 돌아가는 기업들의 애플리케이션을 델 서버와 소프트웨어, EMC 스토리지에 옮기는 것이 목표라는 점을 강조했다. VM웨어를 활용해 델 서버와 EMC 스토리지 점유율을 늘리려 할 것이란 얘기다.
델이 VM웨어를 통해 하드웨어 판매를 늘리려 할수록 VM웨어는 부담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델과 EMC의 합병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우수한 직원을 붙들어들 수 있는 VM웨어의 역량에 금이 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델 체제아래 HP나 레노버 서버를 구입하는 VM웨어 고객들이 흔들릴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것은 가상화 시장에서 VM웨어의 성장성에 마이너스일 수 있다. VM웨어는 가상화 시장 선도 업체지만 만만치 않은 도전자들과의 경쟁에 직면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레드햇 같은 운영체제 강호들이 VM웨어를 압박하고 있다.
팻 겔싱어 VM웨어 CEO는 델 체제 아래에서 VM웨어가 매출 시너지 효과 10억달러를 달성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증가하는 매출의 많은 부분은 델이 가진 중소기업 고객들로부터 나오게 될 것이란 선에서 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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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VM웨어는 클라우드 시스템 관리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21.6%의 점유율로 1위다. 데이터센터 자동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도 24%의 점유율로 선두에 올라 있다. 그러나 클라우드 중심으로 전환되는 IT패러다임은 VM웨어의 위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대형 기업들이 VM웨어 소프트웨어를 쓰지 않은 아마존웹서비스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를 쓰는 것은 VM웨어 입장에선 대단히 불편한 시나리오다.
WSJ에 따르면 겔싱어 CEO는 델과 VM웨어 같은 회사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을 위한 무기 판매상과 같은 존재라고 해석했다. 경쟁보단 보완적이라는 것이었다. 겔싱어 CEO는 "많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면서 "지금도 델은 하드웨어 인프라의 많은 부분을 클라우드 제공 업체들에게 팔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