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결혼' 델-EMC, 2년전부터 애정 싹텄다

델, 차기행보 고심…EMC, 엘리엇 등쌀 피할 대안 필요

컴퓨팅입력 :2015/10/13 14:54    수정: 2015/10/13 16:4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델과 EMC간의 ‘깜짝 결혼’이 12일(현지 시각) 성사됐다. 합병 규모 670억 달러로 IT 기업 사상 최대 규모다.

두 회사는 약 5개월 간의 협상 끝에 이날 합병에 공식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즈니스인사이더를 비롯한 외신들은 델과 EMC 간 합병의 씨앗은 2년 전에 처음 뿌려졌다고 분석했다. 2년 전 델이 상장 철회를 하고 개인 회사로 전환할 때부터 조금씩 싹이 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델은 2013년 2월 개인 회사로 전환했다. 창업자인 마이클 델이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손잡고 244억 달러를 들여 델 지분을 사들였다.

쉽게 설명하자면 주식 시장에서 거래되던 지분을 다 사들였다는 얘기다. 이 때 마이크로소프트(MS)도 20억 달러 가량을 투자해 시선을 모았다.

(사진=지디넷닷컴)

■ '탈PC업체' 꾀하던 델, 2년 전 상장 폐지 승부수

당시 마이클 델이 자신이 창업한 델을 개인회사로 전환한 이유는 간단하다. 주주들이 자꾸 간섭을 해대는 통에 장기 전략을 밀고 나가는 게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2013년 상장 폐지 당시 델의 자금 사정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자금 문제는 아니었단 얘기다.

PC업체 델을 좀 더 폭 넓은 IT기업으로 탈바꿈시키려 했던 마이클 델 입장에선 수시로 실적을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던 것. 당시 마이클 델은 기업용 클라우드와 보안 솔루션 쪽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 무렵 EMC는 델과 반대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2014년 델 지분을 확보한 것. 잘 아는 것처럼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면서 소송 제기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던 기업이다.

엘리엇은 EMC 지분을 확보한 뒤 사사건건 간섭을 하기 시작했다. 자회사인 VM웨어를 아예 분사하라고 요구하는 등 EMC 경영진에게 계속 압박을 했다.

델의 마이클 델 CEO

이런 상황에 내몰린 EMC 경영진들은 또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다. 제휴를 비롯한 각종 대안들을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런 근거를 토대로 이번 합병은 델이나 EMC에겐 ‘완벽한 타이밍’에 성사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개인 회사 델의 다음 행보를 고민했던 마이클 델과 변화가 필요했던 EMC의 이해 관계가 딱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상황이 무르익자 매파가 끼어들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JP모건이 올 봄 델에 자문역을 맡으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델의 공동 소유주인 마이클 델과 실버레이크를 연이어 만나기 시작한 것. 델 이사회가 EMC 인수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무렵이었다.

반면 EMC 쪽엔 또 다른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가 ‘매파’ 역할을 했다.

■ 9월 투자은행들이 뛰어들면서 합병 협상 본격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다이먼 JP모건 CEO는 지난 9월초 EMC 이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수 자금 조달은 문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델이 EMC를 합병하는 데 최대 걸림돌은 인수 자금 마련 문제였기 때문. 인수 자금은 마이클 델이 개인 자금과 자신이 운영하는 투자 회사인 MSD 파트너스를 통해 일부 조달했다. 여기에 공동 소유주인 실버레이크 등도 자금을 마련했다.

조금씩 염문이 싹트기 시작하자 돈 냄새 잘 맡는 투자은행들이 연이어 뛰어들기 시작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크레딧 스위스를 비롯해 바클레이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 시티그룹,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등이 자금을 조금씩 보탰다.

결국 이번 합병의 씨앗은 2년 8개월 전 델이 개인회사로 전환되면서 처음 뿌려진 셈이다. 자유로워진 뒤 다음 행보를 고민하는 델과 헤지펀드 등쌀에 고민하던 EMC는 일단 연결이 되자마자 급속하게 마음을 터놓기 시작한 셈이다.

관련기사

여기에 ‘돈 냄새’를 기가막히게 잘 맡는 투자은행들까지 뛰어들면서 마지막 걸림돌이던 자금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면서 초대형 빅딜로 이어졌다.

델과 EMC의 합병 작업은 내년 5월에서 10월 사이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