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가전박람회(IFA) 기간 중 경쟁사인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성진 LG전자 H&A 사업본부장 사장이 법정에 섰다.
조성진 사장은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윤승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차 공판기일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조 사장은 지난 2월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달까지 모두 5차례 열린 공판준비기일에는 출석하지 않았었다.
이날 조 사장은 법정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답변한 것 외에는 공판 과정에서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첫 공판기일에서는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설명과 변호인단 및 피고인의 의견 진술 등으로 구성되는 모두 절차와 함께 검찰 측에서 제출한 동영상 증거에 대한 검증이 실시됐다.
조 사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검찰 측 주장처럼 세탁기 도어를 들어올리거나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힘을 가해 닫아야 할 정도로 세탁기를 손괴한 사실이 없다"면서 "조 사장의 고의적인 파손으로 세탁기 도어가 흔들린다는 피해자(삼성전자) 측 주장 역시 크리스탈 블루도어 세탁기의 독특한 '이중 힌지' 구조에서 발생한 유격 때문으로 정상 제품과 전혀 차이를 느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미 양측의 화해가 이뤄져 진행 과정에 난처한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잘못된 부분을 밝히기 위해서는 상식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피고인의 행위로)소비자들이 보기에 구매 판단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제품에 이상이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파손이 이뤄진 만큼 혐의 입증이 가능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진 동영상 검증에서는 검찰 측이 증거로 채택한 독일 자툰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촬영된 CCTV 영상이 재생됐다. 해당 영상에는 슈티글리츠 매장 1층 쇼룸에서 조 사장 일행이 삼성전자 세탁기 도어 부분을 힘을 줘서 누르는 장면이 담겨있다.
이에 대해 조 사장 측 변호인은 검찰 측이 제출한 동영상 외에 매장 내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영상과 세탁기 파손 이후 행동이 종합적으로 담긴 8분 30초 분량의 동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변호인 측은 "피고인의 행위가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하기 위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매장 전반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서 "조 사장 일행은 삼성전자 직원이 불과 몇 미터 거리에서 지켜보는 상황에서 이를 의식하지 않고 세탁기를 살펴봤으며 해당 행위 이외에도 매장에 한 시간 이상 머무르며 다른 제품들을 살펴봤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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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검찰 측은 "두 가지 CCTV 동영상에서 편집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사전 열람을 못했다"는 이유로 동영상 재생 검증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지만 재판부는 "이미 증거목록에 포함돼있는 동영상이고 준비기일에 양해가 된 부분"이라면서 변호인 측의 동영상을 통한 의견 개진이 가능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별도로 검증기일을 열고 검찰에 압수된 세탁기 실물을 검증할 예정이다. 증거물에는 피고인들이 파손한 세탁기 3대 이외에 성명불상자에 의해 파손된 세탁기 4대도 포함된다. 이후 이르면 8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증인심문 절차에는 현지 매장 아르바이트 직원 등이 직접 출석해 당시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