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속 확산과 함께 소프트웨어 산업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성장률 둔화와 투자 위축, 인력 구조조정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이른바 '소프트웨어 기업 위기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경기 조정의 연장선인지, 산업 구조 전환의 신호탄인지를 두고 지디넷코리아는 시장 지표와 주요 기업들의 전략 변화를 토대로 AI가 촉발한 변화의 본질을 세 편에 걸쳐 짚어본다. 이번 기획에서는 글로벌 동향과 함께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현실과 대응 과제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편집자주]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가 거론되고 있지만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은 다른 국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붕괴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나라는 공공과 민간 모두에서 서비스형 전환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AI 재편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은 공공·민간부문 모두에서 여전히 온프레미스와 시스템통합(SI) 중심 구조가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정부가 공공 AI 전환(AX)을 확대하고 기업들도 생성형 AI 도입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운영 모델은 구독형 서비스보다 구축형 결합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글로벌 시장은 SaaS가 산업 표준으로 자리 잡은 이후 AX가 진행되는 반면, 한국은 SaaS 확산 자체가 더딘 상태에서 AI 재편이 먼저 닥친 형태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AI 대전환과 사스포칼립스 시기를 맞아 전체 IT 산업 체질을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공 AX 확대에도 SaaS는 부분적…계약은 늘어도 운영은 구축형
현재 공공 디지털서비스 시장의 외형은 매년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정부가 운영하는 디지털서비스 이용지원시스템을 통한 공공 디지털서비스 이용계약 규모는 565건, 1536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특히 AI 기반 융합서비스 계약은 14건, 554억원 규모로 집계돼 전체 계약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 흐름이 공공에서도 생성형 AI 활용이 예산과 계약으로 연결되는 신호로 해석하면서도 동시에 SaaS 확산의 질적 한계가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AI 도입 확대가 곧 서비스형 운영 확산으로 직결되지는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같은 기간 SaaS 계약은 216건, 106억원으로 늘었지만 AI 융합서비스의 급증세에 비하면 성장 속도는 완만했다. 또 현장에서는 SaaS를 도입하더라도 업무·보안·운영 요건을 이유로 서비스형 운영이 아닌 기존 구축 환경에 맞춘 형태로 변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에 국내 상용 SW 업계는 그간 공공 발주 구조 개선을 요구해왔다. AI 시대를 맞았음에도 통합 발주와 SI 중심 관행이 여전해 상용SW·SaaS가 직접구매로 확산되기 어렵다고 봐서다.
한 중소 SW 기업 관계자는 "기관 입장에서는 SI 업체를 통한 일괄 발주가 편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제품 선택이 제한되거나 SW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 왜곡이 생길 수 있다"며 "직접구매가 활성화돼야 다양한 SaaS 제품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SaaS 형태로 제공되는 국내 AI 플랫폼도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기업도 'AI 도입=구축' 공식…보안·레거시·조직 관성이 발목
민간 기업 시장에서도 SaaS 전환보다 구축형 AI 결합이 먼저 움직이는 모습이 관측된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생성형 AI 도입 기술검증(PoC)이 확산되고 있지만 상용화 단계에서는 내부 데이터 통제와 보안 요건 때문에 프라이빗 AI 구축이나 기존 시스템 고도화 방식으로 수렴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민간에서 생성형 AI를 쓰려는 수요는 분명 커졌지만 실제 운영 단계에서는 외부 SaaS를 구독해 표준화된 방식으로 쓰기보다 우리 환경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는 형태가 많다"며 "레거시 시스템과 권한 체계가 복잡할수록 이 경향이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기업 내부 관성도 SaaS 확산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미 구축형 시스템에 맞춰 IT 운영·보안 조직이 설계돼 있고 비용 집행도 프로젝트성 구축 투자(CAPEX)에 익숙해 구독형 운영비(OPEX) 전환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사용자 수 기반 과금에 대한 거부감, 장기 계약에 대한 부담, 데이터 반출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AI는 도입하되 SaaS는 미루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 속에 중소 SaaS 기업들의 고민은 더 깊다. 국내 수요가 제한적인 가운데 AI 기능 탑재가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 되면서 모델 활용 비용과 인프라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SaaS 개발에 필요한 기술·인력 확보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AI 탑재 경쟁까지 더해져 기존 SW 경쟁력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고충이 나온다.
붕괴보다 구조 재설계…서비스형 운영 체제 전환이 관건
일각에선 한국형 사스포칼립스가 글로벌과 달리 붕괴가 아닌 구조 재설계를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간 쌓아온 전통적인 SI 역량이 기업 맞춤형 프라이빗 AI와 SaaS 시장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삼성SDS·LG CNS·SK AX 등 대형 SI 사업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AX 플랫폼 전략을 강화하며 기업 내부 데이터와 업무 시스템을 묶는 맞춤형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이 흐름이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서비스형 운영 체제와 표준화된 SaaS 생태계 확장이 병행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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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AI 시대 공공은 고착화된 규제와 발주 구조를, 민간은 보안·레거시·조직 관성을 해소하고 SI 역량을 활용해 글로벌 사스포칼립스에 대응하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윤호 한국상용인공지능소프트웨어협회장은 "AI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서비스형 운영 구조도 충분히 자리 잡지 않은 상황"이라며 "AI 확산을 계기로 SaaS와 결합된 산업 구조로 전환해 나가야 국내 SW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