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의 전격적인 법적 분쟁 종료 합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독일에선 발생한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사건을 둘러싼 형사재판은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9부(윤승은 부장판사)는 17일 재물손괴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성진 LG전자 H&A 사업본부장 사장 등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지난달 31일 삼성과 LG가 양사 간 진행 중인 모든 법적 분쟁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한 이후 열린 첫 기일로 양사 간 합의가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렸지만 검찰과 조 사장 측 변호인은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피해자인 삼성전자 측이 이에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 조 사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면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 측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공소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사장에게 적용된 세 가지 혐의 중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명예훼손의 경우 판결선고 전까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 공소가 취소될 수 있다.
재판부는 업무방해 혐의로도 서울중앙지법에 관할이 있음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음에도 명예훼손에 대한 공소를 유지할 이유가 있는지 재차 확인했지만 검찰 측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공소를 유지해 판결을 통해 혐의가 기각되기를 바란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검찰 측이 명예훼손 혐의를 취소하지 않는 이유는 조 사장 측에서 관할 위반에 대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 측은 피고인의 거주지와 근무지가 LG전자 H&A사업본부와 생활가전 공장이 위치한 창원인 만큼 서울중앙지법에 관할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으로 이송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조 사장 측 역시 이같은 주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이날 검찰은 약 400명의 기자들에게 허위사실이 적시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을 근거로 명예훼손 혐의를 주장한 기존 공소장 내용에 더해 특정 언론에 보도된 장소와 내용으로 구체화하고 조 사장의 명예훼손 혐의를 간접정범으로 규정하는 등 수정된 공소장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와 변호인 측은 변경된 공소장을 검토한 후 다시 의견을 내기 위해 재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조성진 사장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은 내달 8일 오전 11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3인은 출석하지 않았으며 내달 열리는 기일에도 변호인단 만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재판장인 윤승은 부장판사는 “삼성과 LG의 그룹 차원에서 큰 틀에 합의했다는 내용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고 향후 재판을 어떻게 진행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며 고민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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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의사불벌죄인 명예훼손의 경우 검찰 측이 공소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판결을 통해서 공소기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업무방해와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는 고소 취하와 상관없이 재판부 판단이 나와야하지만 양사 간 합의가 판결 과정에서 양형에 참작 요인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4 기간 중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도어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