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사건' LG 조성진 사장 관할위반 철회

재물손괴·업무방해 혐의 부인 치열한 공방 예고

일반입력 :2015/05/08 13:03    수정: 2015/05/08 14:32

정현정 기자

지난해 독일에서 경쟁사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기소된 조성진 LG전자 H&A 사업본부장 사장이 관할법원을 서울에서 창원으로 옮겨달라는 취지의 관할위반 주장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세탁기 파손 사건은 본격적인 공판 절차에 돌입할 수 있게 됐지만 조성진 사장은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무죄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향후 공판 과정에서 검찰 측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윤승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조 사장 측은 앞서 제출한 관할위반신청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관할위반신청은 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을 피고인의 주소나 거소가 속한 관할 법원으로 이송해달라는 요청으로 그동안 조 사장 측은 사건을 피고인의 거주지와 근무지가 LG전자 H&A사업본부와 생활가전 공장이 위치한 창원으로 이송해달라고 요청해왔다.

하지만 이 때문에 검찰 측에서도 두 차례 변경된 공소장을 제출하면서 대응하는 등 공판 절차가 지연되고 있어 본안 사건에 대한 집중을 위해 주장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조 사장 측 변호인인 김유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절차적인 이슈로 계속 공방이 이어지면서 시간이 지연되고 있어서 본안에 관한 변론에 집중하기 위해 관활위반신청 철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조 사장 측은 자신에게 적용된 세 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무죄를 재차 주장했다. 조 사장 측 변호인은 앞서 지난 7일 이같은 취지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우선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는 세탁기에 재물로써 가치를 떨어뜨리는 손괴행위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만약 손괴가 발생한 사실이 있더라고 고의가 없었으며 인과관계 또한 없다는 세 가지 주장을 근거로 무죄를 주장했다.

또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의 이유가 된 삼성전자 세탁기 취약성 주장이 허위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향후 공판에서 LG전자의 주장이 허위사실인지 아닌지를 쟁점으로 변호인과 검찰 측에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명예훼손 혐의는 이미 지난달 피해자인 삼성전자 측이 고소 취소와 함께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서 공소기각 대상이 된 상태다. 조 사장에게 적용된 세 가지 혐의 중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명예훼손의 경우 판결선고 전까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 공소가 기각될 수 있다.

조 사장 측이 관활위반 주장을 철회하면서 세탁기 파손 사건은 본안심리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증거 입증 계획을 확인하고 조사 일정을 확정하기 위해 오는 27일 한 번 더 준비기일을 속행한 후 본격적인 공판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공판에서는 검찰에서 제출한 증거물과 증인 심문을 토대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현재 독일에서 범행 대상이 된 세탁기 3대가 압수된 상태로 조 사장 측은 파손된 삼성전자 세탁기 실물을 공판 과정에서 직접 검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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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범행 현장이 촬영된 CCTV 동영상, 현장 관계자 등의 진술이 담긴 동영상 자료 등도 증거로 제출돼있다. 검찰은 세탁기에 가해진 힘과 각도 등을 가정해 파손 여부를 가늠하는 행동분석 실험도 의뢰한 상태다.

조 사장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4 기간 중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도어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