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부터 이틀동안 페이스북 개발자 컨퍼런스인 ‘F8’이 개최되었다. 약 2500명의 개발자가 행사에 참석했으며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내용을 살펴보았다.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키노트를 통해 사람을 중심에 두고 더 많은 이들이 페이스북 앱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함과 동시에 공유의 미래를 그려보자는 올해 F8의 3가지 테마를 소개했다.
F8 행사가 끝나자 국내외 언론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내용을 정리해 공개를 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14억 인구가 사용하고 있는 최대 규모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만큼 ICT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발표 내용은 이미 여러차례 정리가 된 듯 하니 이를 기반으로 페이스북의 핵심적인 변화를 살펴보려 한다. 이번 F8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현재를 위한 마케팅 플랫폼 강화
페이스북이 거대 플랫폼인은 분명하지만 F8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애플의 WWDC나 구글의 I/O와 유사할 것이라고 상상한다면 다소 오해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F8은 페이스북 커넥트나 오픈그래프(Open Graph)와 같은 강력한 뉴스들이 간간히 발표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밋밋한 행사이다. 마크 저커버그의 키노트에서도 수많은 개발자들과 미디어 기자들이 열띤 취재 열기를 보여준다거나 발표할 때마다 뜨거운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볼 수는 없다.
생각해보면 애플처럼 신형 기기를 발표하는 자리도 아니고 구글처럼 전세계 개발자들의 개발 환경을 바꾸는 내용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군을 떠나 모두 F8에 주목하는 이유는 마케팅 플랫폼으로서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즉, 마케터들은 F8 행사를 통해 발표되는 내용을 반영하여 자사 제품이나 콘텐츠의 매출로 연결시켜야 한다. 페이스북도 이러한 F8의 성격에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번 발표 내용의 상당부분은 마케팅과 밀접한 내용이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었던 메신저 SDK도 결국은 모바일 서비스들이 자사의 콘텐츠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노출시키고 다운로드를 유도하는 형태를 제시한 셈이다. 그 밖에도 메신저 비즈니스, 댓글 시스템, 페이스북 애널리틱, 라이브레일 등은 모두 마케터들이 흥분할 만한 내용이었다. 페이스북은 수많은 트래픽을 활용한 마케팅 플랫폼으로서 확실한 선언을 한 셈이다.
■내일을 위한 플랫폼 분산
기업의 전략 담당자에게 단일 플랫폼을 통합시키느냐 여러 시스템으로 분산하느냐는 풀리지 않은 숙제이다. 서로간의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고 이에 따른 사용자의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쉽사리 선택할 수 없다. 페이스북은 이미 '분산'을 선택했었지만 슬링샷과 룸이 실패하면서 페이스북의 트래픽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분산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며 그 중 일부분은 독립적인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페이스북 메신저'이다. 페이스북에서 분리·독립했던 '메신저'앱은 이번에 공개된 SDK를 통해서 플랫폼으로서의 도약을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일방향적인 '콘텐츠 홀더'로서의 기능만 있기 때문에 고도화된 플랫폼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고유한 기능을 제공하며 점차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같이 발표된 '메신저 비즈니스'는 물론이고 핀테크 서비스를 탑재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가 있어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페이스북은 동영상 플랫폼으로의 도전도 시작했다. 페이스북에 있는 동영상을 유튜브와 같이 다른 웹페이지에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7월 인수한 '라이브레일'의 개편을 통해 온라인 동영상과 모바일 디스플레이 광고 등을 취급하는 '모바일 광고 플랫폼'으로의 도약도 공식화했다. 개발 플랫폼은 파스(Parse)또한 마찬가지이다. 더이상, 페이스북 트래픽에만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으로 동시에 성장시켜 더욱 굳건한 내일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도전장들이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술 투자
페이스북이 마냥 비즈니스쪽에만 관심을 표현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해 계속해서 연구하고 서비스에 적용을 하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이번 F8 2015에서 그들의 관심 대상은 가상현실(이하 'VR')과 IoT에 집중된 모습이다.
사실, 이번 F8에서 페이스북이 IoT 관련된 발표를 할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 중에서 페이스북 메신저에 적용할 것이라는 루머가 가장 신빙성이 있었다. 그 이유는 페이스북 메신저가 원격 검침용 프로토콜인 mqtt 기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 페이스북은 '파스(Parse)'를 들고 나왔다. 페이스북은 파스를 이용해 창고 문 개폐 장치, 화재경보기, 웨어러블 손목 밴드 등 다양한 네트워크형 기기를 조정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아두이노를 염두해 둔 것으로 보이는 파스는 IoT 시장에 대해 현실성 있게 접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IoT가 조금은 가까운 전쟁터에 대한 준비라면 VR는 훨씬 먼 미래의 먹거리로 정의를 했다. 일단, 페이스북은 올해가 VR의 원년이라고 선언하고 혁신 사업에 대한 구상을 내놓았다. 이 사업의 중심에는 지난해 3월에 인수한 '오큘러스'가 있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번 F8에서는 오큘러스의 최신판인 '크레슨트 베이'를 체험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단순한 시연에서 끝난 것은 결코 아니다. 뉴스피드에 360도 동영상인 'Spheral 비디오'를 적용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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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이외에도 드론과 인공지능(AI) 등을 언급하면서 미래 사업에 대한 관심과 계획을 보여주었다. 루머에서 이야기한 메신저와 IoT의 결합도 머지 않을 것으로 짐작한다.
이번 F8를 통해 드러난 페이스북은 당장은 마케팅 플랫폼으로서 장점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플랫폼을 성장시켜 단기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IoT 시장을 선점하면서 중기 미래를 대비하고 VR를 선두에 두고 드론이나 AI 등에 투자하며 먼 미래에도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 F8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 이유는 상세 내용 보다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는 도전을 하는 그들의 열정 때문인 듯 하다. OS 없이도 완벽한 플랫폼 전략과 명확한 로드맵을 보여주는 페이스북의 모습에 부러움와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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