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이젠 메신저가 플랫폼이다"

F8 개막…"소통 너머 콘텐츠-상거래 플랫폼으로"

일반입력 :2015/03/26 09:44    수정: 2015/03/26 16:0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예전엔 페이스북 메신저를 쓰다가 다른 작업을 하려면 앱을 끄고 나와야만 했다. 하지만 이젠 페이스북 앱을 종료할 필요없이 그대로 관련 앱을 열어서 작업할 수 있다. 각종 스포츠 경기 결과도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됐다. ESPN을 비롯한 47개 앱들과 긴밀하게 통합한 덕분이다.

그 뿐 아니다. 기업들은 고객 서비스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 이젠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용해 직접 물건을 주문할 수도 있게 됐다. 메신저 앱이 전자상거래 플랫폼 역할까지 떠맡을 수 있게 됐다.

페이스북은 25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F8 2015’ 연례개발자회의에서 대대적으로 혁신된 메신저 앱을 선보였다. 지난 해 이맘때쯤 메신저를 페이스북 메인 앱으로부터 떼냈던 페이스북은 1년 만에 플랫폼으로 격상시켰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메신저 앱을 ‘메신저 플랫폼’이라고 명명했다.

앞으로 페이스북 메신저는 영상 및 음성 통화 기능까지 담당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다 공짜로 송금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IT 전문 매체인 더버지는 “메신저 플랫폼이 페이스북이란 가족의 중요한 자식(golden child)이 됐다”고 평가했다. 씨넷은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앱 세계와 긴밀하게 연결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 CNN을 비롯한 47개 앱 통합

페이스북은 이날 행사에서 메신저 플랫폼과 기본 통합된 47개 앱을 공개했다.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을 비롯해 gif 전문 앱인 울트라텍스트와 카모지, 날씨 전문인 웨더 채널, 증강현실 앱인 투. 비. 카메라 등 면면도 다양하다.

테크크런치는 페이스북이 파트너 앱들의 기능을 메신저에 바로 통합하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했다. 메신저 안에 여러 기능을 집어넣을 경우 헷갈릴 뿐 아니라 혼란스러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다. 페이스북은 이날 개발자들에게 메신저 플랫폼 SDK도 공개했다. 기업들도 원하기만 하면 메신저 플랫폼을 자신들의 사이트에 통합할 수 있게 됐단 얘기다.

그렇게 될 경우 메신저 앱을 이용해 물건을 주문하고, 또 결제 승인하는 것까지 가능해진다. 기업들은 고객 서비스 제공 채널로 활용할 수도 있게 됐다. 이쯤 되면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페이스북 메신저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데이비드 마커스는 테크크런치와 인터뷰에서 “6억 명 이상의 사용자들이 쓰고 있는 메시징 플랫폼이 개발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은 페이스북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마커스의 이 같은 발언은 일본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라인을 염두에 둔 말. 실제로 IT 전문 매체인 더버지는 “메신저 플랫폼은 라인 등에 대한 서구의 응답”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목에서 당연히 생기는 궁금증이 있다. 페이스북은 왜 메신저 플랫폼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페이스북 선장인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에게서 찾을 수 있다.

IT 전문 매체인 씨넷은 “애플에서 제품 디자인이 중요한 만큼이나 페이스북에선 표현이 중요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실리콘밸리 다른 기업과 다른 점은 사람들이 스스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 앱을 만들고 키워내며, 수익 올리도록 하겠다

저커버그는 인도, 가나, 콜롬비아 등 개발도상국에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할 때도 “사람들이 좀 더 많이 공개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가치를 강조했다고 씨넷이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도 저커버그는 이런 부분을 강조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기조연설을 시작하면서 “지난 해 개발자들에게 얘기했던 ‘여러분의 앱을 만들고, 키워내며, 거기서 수익을 올리라’는 메시지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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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플랫폼 역시 이런 가치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물론 단순히 이런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개발자들이 메신저 플랫폼과 결합한 여러 서비스를 내놓을 경우 이용자들이 좀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가트너의 브라이언 블라우 애널리스트는 씨넷과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이 스스로 진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또 앱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엔, 순식간에 부적절한 서비스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