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가 폐막되었다. 이번 MWC의 주인공은 단연코 다양한 스마트 기기들이었다. 갤럭시 S6, 어베인을 비롯한 각종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들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MWC가 소비자 중심의 가전 박람회인 CES, IFA 등과 차별되는 것이 있다면 모바일 산업의 수직 생태계의 플레이어들이 모두 참여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MWC를 주최하는 GSMA(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 Association)를 이끌어가는 것은 800여개의 전세계 통신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MWC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언론이나 업계의 관심사가 그들에게서 멀어졌던 것은 이유가 있다. 처참하게 실패를 했던 2010년 WAC(Wholesale Application Community) 처럼 시장 트렌드를 인지하지 못한 전략을 내놓거나 '망(Netwotk) 사업자'라는 본질과 거리가 먼 제품들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세대 이동통신 협의체 NGMN(Next Generation Mobile Networks)이 이번 MWC에서 발표한 '미래 5G 이동통신 기술에 대한 로드맵'은 그 내용면이나 접근하는 방법이 매우 의미있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 5G인가
전세계 이동통신망의 대부분은 여전히 3G이다. 선진 시장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4G로 진입하지 못한 나라가 많다는 뜻이다. NGMN의 이번 발표에 의하면 5G는 2017년까지 초기 시스템 설계, 2018년 시범서비스 진행, 2018년 말까지 표준화가 완료될 계획이다. 상용화는 2020년이니 아직까지 한참 남은 셈이다. 게다가, 망이 세대교체 될 때마다 통신사들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써가며 광고를 했지만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조금 빨라지는게 전부일 뿐이지 패러다임이 순식간에 바뀐 적은 없다.
5G는 통상 개인에는 초당 1기가비트(Gbps)급, 기지국에서는 100기가비트급 전송속도를 제공하게 된다. 지금의 무선망보다 1000배 정도가 빨라진다. 800MB 동영상을 다운로드할 때, LTE에서는 40초가 소요되지만 5G에서는 1초도 안걸리게 된다. 지금까지 무선망이 유선망과 같은 속도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면 5G는 유선과 무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구분없는 서비스가 이루어지며 상호 결합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실시간 웹(Realtime Web)이 실현되는 것이다.
■신중한 접근 자세 보여줘
망의 세대 교체와 관련해서도 지금까지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총 125페이지로 작성된 NGMN의 백서에는 망의 속도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고려할 사항에 대한 논의와 비전이 녹아들어 있다. 특히, 4장의 '요구사항'에서는 UX, 장비, 디바이스, 비즈니스 모델, 새로운 서비스 등을 잘 정리해놓아 서비스 사업자들도 한번씩 읽어볼 만 하다. 단순한 망의 속도 향상이 아닌 전체 생태계에 대한 고려가 잘돼 있다.
지금까지 통신사들은 기존 시장(스마트폰)에서 헤게모니 싸움을 해왔지만 5G 만큼은 IoT, 스마트홈 등과 같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이에 따른 서비스의 방향성 제시도 흥미롭다. 백서에서는 언급되지 않고 있지만 통신사들의 부스에서는 무인 자동차, 원격 의료, 센서 네트워크, 스마트홈, 응급상황 등과 같은 공통분모를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예컨대 무인자동차가 실제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정보가 10Gbps의 속도로 1,000분의 1 이하의 시간내에 끊김없이 전달되어야 하는데 5G가 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SKT는 사람과 센서가 연결된 로봇을 전시했는데 사람이 움직이는 자세를 그대로 똑같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서비스 사업자라면
'한남동에서 근무하는 K과장은 오늘 여의도에 미팅이 있다. 스마트폰에 입력해 놓은 일정표에서 출발시간 10분전에 알람이 울린다. 회사를 나서니 근처에 있는 택시가 미리 기다리고 있다. 택시는 스마트 유리를 통해 가장 최적의 길을 안내받으며 여의도로 향한다. K과장은 여의도까지 가는 택시 안에서 스마트패드로 프리젠테이션을 점검한다. 여의도에 도착하자 스마트 안경을 통해 미팅이 열리는 층과 회의실까지 길을 안내받는다. P대리를 만나서 미리 만들어진 3D 프리젠테이션을 클라우드를 통해 진행한다.'
개인적으로 그려본 5G 시대의 가상 시나리오인데 새로운 서비스는 없다. 지금까지 망의 세대 교체를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고 '무게중심'의 이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3G는 풀 브라우징이 가능한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옮겼고, 4G는 다운로드하며 소비하는 행태를 스트리밍(Streaming)으로 이동시켰다. 5G가 제공하는 속도는 위에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이 '실시간 웹(Realtime Web)'으로 패러다임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지금까지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증강현실, 인공지능, 상황인지, 가상화, 클라우드, 3D 미디어 기술 등을 다시 한번 꺼내어서 살펴본다면 미래를 지배할 수도 있을런지 모른다.
■좋은 인프라가 옆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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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작고 규제가 많다고 불평은 하지만 이렇게 미래를 예측하고 실험하기에는 국내만큼 좋은 인프라 환경은 없다. 5G도 국내 기업들이 선두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을 이번 MWC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SKT는 초고주파 대역을 활용해 7.55Gbps의 속도를 시연하는데 성공했으며 KT는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5G의 핵심인 '밀리미터 파' 기술을 보여주었다. LG U+는 최대 50Gbps의 속도를 시연했다. 이러한 국내 통산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장기적으로 5G를 준비하고 투자를 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우려가 되는 것은 정부의 지원 전략이다. 국내에서는 2012년부터 방송통신위원회 PM실을 중심으로 무선인터넷 5G에 대한 전략로드맵을 ‘지식 서비스’라고 정의해서 진행하고 있었다. 일찍부터 준비하고 비전을 가져가는 것은 좋지만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없고, 미래부가 탄생하고 나서부터는 그마저도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 이번 MWC를 계기로 다시 한번 전략적 키워드를 도출해내고 관련 사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