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대 초읽기…韓中日 표준화 경쟁

NGMN 5G 백서 발표 "기술표준 경쟁 지금부터"

일반입력 :2015/03/04 10:43    수정: 2015/03/05 08:38

<바르셀로나(스페인)=박수형 기자> 전 세계 통신서비스, 장비, 단말기 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MWC 2015에서 5G 이동통신이 최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9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MWC 현장에서는 연일 세계 통신서비스, 장비업체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대용량 통신 서비스 시연이 한창이고, 미래를 전망하는 주요 컨퍼런스에서는 세계 주요 ICT 전문가들이 5G 시대에 펼펴칠 기가토피아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MWC 키노트 연설자로 나선 황창규 KT 회장이 “5G 시대로 다같이 나아가자”고 제안할 때, 객석은 환호로 가득했다.

전문가들은 MWC 2015를 계기로, 5G 상용화에 대한 논의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통신 서비스 및 장비, 단말기업체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5G 시대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속 대용량 전송시대에서 빛을 볼 사물인터넷(IoT)을 필두로 5G 선행 기술들이 대거 전시되면서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국내 통신 3사는 전 세계 통신사들이 각축전을 벌인 MWC에서 각종 시연회와 전시회 등을 통해 5G 바람을 일으키며, 5G 시대의 리더로 자리매김 했다.

■MWC 수놓은 5G 선행 기술은?

5G 시대에 대한 명확한 개념적인 정의는 없다. 단순히 현재 LTE보다 빠른 수준의 새로운 통신 방식을 논하는 정도다. 기본적으로 초당 기가비트(Gb) 전송이 가능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기가비트 전송을 위해서는 전파의 길 역할을 하는 주파수가 넓어야 한다. 하지만 활용도가 높은 저주파 대역, 이른바 5GHz 이하 대역에서 5G에 걸맞는 광대역 주파수를 구할 길이 없다.

때문에 통신사와 통신장비 회사들은 초고주파 대역을 찾아나섰다. 전파 특성이 좋지 않아 잘 쓰지 않는 주파수 대역에서도 이동통신이 가능하다면 5G 발판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특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통3사는 밀리미터 웨이브라는 기술 시연을 일제히 진행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SK텔레콤은 7.55Gbps의 최대 전송 속도를 기록했다. KT는 삼성과 함께 28GHz 대역의 주파수로 통신에 성공, 홀로그램 전송을 선보였다. LG유플러스는 30GHz이 넘어가는 주파수를 활용했다. 모두 밀리미터 웨이브라는 기술을 응용하 덕택이다.

이밖에 5G 시대 주요 기지국 역할을 할 스몰셀의 밀집 구축 기술, 기지국 경계 망전환 안정 기술, 다중 안테나 기술 등을 시연했다. 통신사와 통신장비 회사들은 5G를 가능케 하는 기술이라고 표현한다.

국내 통신사 고위 임원은 “지난해 MWC가 CA(주파수 묶음기술)나 이종망 결합 등이 주축인 LTE의 발전 기술이었다면, 올해 시연기술 대부분은 5G를 언제든 도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5G 선제 구축, 누가 노리나

MWC 현장만 본다면 5G 도입은 통신사가 가장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양현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최근 영국의 한 대학에서 1초당 1테라비트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며 “이는 대학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로 보기 어려운 부문으로, 동북아 3국 뿐만 아니라 이미 서방 국가에서도 차세대 통신 패권에 뛰어든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사회와 국가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공공재인 주파수를 활용하는 산업인 만큼,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전까지 5G 패권경쟁에 야심을 드러낸 나라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이 유일했다. 5G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국가의 사업자들은 물론 정부기관까지 나서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우리나라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히면서 한발 앞서있고,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 개막에 맞춰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도 화웨이, ZTE 등 대표적인 자국 장비회사를 앞세워 5G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통신사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은 2018년과 2020년으로 못을 박아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현재 나와있는 기술로 5G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며 “중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유치에 맞추겠다는 것이 이전까지 시각이었는데, 요즘에는 한 해 전인 2021년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결국 2020년 전후, 특히 세계적인 이벤트인 올림픽을 계기로 5G 시대의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한중일 3국이 개별 기업은 물론 범 정부차원에서 5G 리더십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미래 시장인 5G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수출을 늘려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 표준화 쟁점, 물밑 싸움 팽팽

황창규 KT 회장의 MWC 키노트의 핵심 메시지는 결국 ‘표준화’를 빨리 이끌어내고 다 같이 다음 생태계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평창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서 세계 최초로 5G 경험을 제공하고, 표준화 부문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5G 시대에 앞서 기술 표준화는 반드시 치러야 하는 과정이다. 범 세계적인 기술표준이 확립되지 못하면 시장 자체도 파편화 돼 더 이상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 시장인 5G 기술표준 과정에서 특정 기술을 표준기술로 제정하게 하기 위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MWC 행사기간 동안, 5G 표준화 부문과 관련해서도 의미있는 발표들이 이어졌다.

MWC 개막 직전, 글로벌 차세대 네트워크 협의체(NGMN)는 5G 기술의 대강의 윤곽을 그린 ‘5G 백서’를 확정하고 이를 전시회 기간에 발표했다. 이 협의체에는 국내 통신사로 SK텔레콤과 KT가 참여 중이다. 중국과 일본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과 NTT도코모 역시 몸을 담고 있다.

NGMN의 ‘5G 백서’ 발표는 5G 기술의 표준화 작업이 시작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개괄적인 표준과 골격이 나왔으니 다음은 세부적인 내용을 만들 차례다. 이는 기술 표준화 단체인 3GPP가 맡는다. 이후 최종적인 표준은 2020년 열릴 ITU 전권회의에 바통이 넘어갈 전망이다.

관련기사

전문가들은 결국 최종적인 5G 표준은 2020년에나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한중일 3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5G 실체를 만들어갈 세부적인 내용에 서로 유리한 기술표준을 담기위한 경쟁에 나설 것이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은 “5G 기술 표준화 이전에 당장 KT가 2018년 평창 올림픽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이기 전까지 100가지가 넘는 핵심적인 기술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