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앞에 놓인 세가지 시나리오

매각·청산·독자생존…어느 길로 갈까?

일반입력 :2014/08/12 19:31    수정: 2014/08/13 07:43

송주영 기자

팬택이 12일 결국 돌아온 채권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팬택은 지난달 31일 360억원에 이어 전날 2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막지 못했다. 이달 말까지 추가로 돌아오는 채권을 감안하면 연체금은 1천억원 규모로 불어나게 된다. 결국 팬택은 법정관리를 통해 마지막 회생의 기회를 잡기로 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팬택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일단 법원은 팬택에 대해 법정관리 개시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팬택이 한때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에서 2위에 오를만큼 기술력이 있는 회사라는 점은 법원도 인정할 것”이라며 “개시명령을 내리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팬택은 올해 2차 워크아웃 당시 청산가치(1천895억원)보다 회생가치(3천824억원)가 더 높게 평가됐다.

법원은 일주일 내 법정관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기간동안 팬택은 허가 없는 재산 처분, 채무 변제가 금지된다. 팬택과 관련한 모든 채권은 동결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경영진 면담, 서류 심사 등을 통해 팬택의 회생절차 개시 요건을 검토하게 된다.

이후 팬택에게 놓여진 길은 세 가지다. 매각, 청산, 독자생존이다. 관련업계는 채무를 정리한 후 매각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지만 다시 한번 기업회생 절차를 졸업하며 독자생존을 하거나 청산하고 결국 문을 닫게 될 가능성도 있다.

세가지 시나리오 중에서는 매각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인도 등 해외업체로의 매각이다. 국내 이통사로의 매각 얘기도 나오지만 독과점 등의 문제가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팬택 앞에 놓인 길은 험난한 것은 분명하다. 팬택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앞으로 채권 발행이 힘든 상황이다. 현금 자산은 이미 도래하는 채권을 막지 못할만큼 바닥을 드러냈다.

유동성이 부족하니 협력업체로부터의 부품수급, 이통사의 장려금 지급 등이 모두 어렵게 됐다. 팬택 생태계가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섰고 향후 생존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팬택이 이대로 문을 닫을 가능성도 있다. 마케팅 자금, 부품 수급 자금이 사라지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 LG 2사 체제가 된다. 이통사가 팬택 대신 중저가 중국폰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회생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통사가 물량 수급을 재개하고 채권단도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다. 팬택에게는 최적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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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의 자금력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통신 시장에서 20여년간 기술력을 쌓은 업체이고 대기업 틈바구니 속에 살아남은 중견기업이라는 국민 정서가 회생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팬택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막혀있는 판로를 뚫는 일이다. 팬택이 지난 6월 이후 매출이 없다. 이동통신사가 신규로 제품을 공급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 3사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