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가 응원했는데 팬택 법정관리…왜

일반입력 :2014/08/12 16:20

송주영 기자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은 후발 전문기업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준 사례다. 약한 브랜드 인지도, 마케팅 예산의 부족이 결국 팬택의 위기를 불러왔다.

12일 팬택은 이사회를 통해 법정관리를 결의했다. 워크아웃이 재개된 후 2주만에 결정이었다. 팬택은 이미 500억원 이상의 채권을 연체중이고 월말까지 연체금은 1천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팬택의 이통사 판로는 지난 6월 이후 막혔다. 이통사는 재고 수준이 적정하다며 팬택의 신규 제품을 받지 않고 있다. 팬택의 회생길을 열어줄 신제품들도 개발만 해놓은 채 출시 일정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하락세로 접어든 가운데 대기업 경쟁에서 밀린 팬택이 유동성 위기에 몰린 것은 수순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전자, 애플로 양분화되면서 늘어나는 할 마케팅 비용을 팬택이 감당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팬택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프리미엄 전략도 위기를 불러온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동통신 시장에 정통한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든다”며 “중저가 시장에서 승부하지 못한 팬택은 돈이 많이 드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팬택의 중저가 시장 공략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는 세계 시장에서 중국 스마트폰이 부상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LG전자마저도 지난 2분기 MC사업부가 흑자전환하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낼 정도로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최근 삼성전자, 애플 외에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자금력,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팬택의 자리잡기는 험난함의 연속이었다.

■1차 위기 극복했지만 또 위기

팬택은 지난 1991년 박병엽 창업주가 설립한 이래 무선호출기 사업으로 시작한 회사다. 1997년 휴대전화 판매를 시작했고 2001년에는 현대큐리텔을, 2005년에는 SK텔레텍을 인수하며 외형을 키웠다.

팬택은 이미 한차례 위기를 겪었다. 모토로라 등 외산 휴대폰이 공세를 시작한 2006년 이후 팬택은 한차례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결국 지난 2007년 워크아웃을 시작했지만 결단과 인내로 1차 위기를 순조롭게 극복했다.

워크아웃에도 불구하고 팬택은 ‘재기의 신화’를 써내려갔다. 지난 2010년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 팬택은 2011년 4년 8개월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과 함께 팬택은 다시 비상하기 시작한 듯 보였다. 2012년 중반까지 20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팬택의 위기는 브랜드 제품으로의 시장 재편과 함께 시작됐다.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 애플 등 선도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팬택은 다시 적자 전환했다. 노키아, 모토로라 등이 모두 적자를 내며 고전하던 시기였다.

지난해 내내 적자에 시달리던 팬택은 지난 8월에는 직원 무급휴가에 이어 9월에는 창업자인 박병엽 회장이 물러나는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이통사 외면속 법정관리행

강도 높은 구조조정 후에도 팬택의 적자는 지속됐다. 결국 지난 3월 2차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후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동통신사의 영업정지가 시작됐다. 팬택에게는 치명적인 악재였다. 이통사가 돌아가면서 영업정지 기간을 거치면서 팬택도 제품 판매에 영향을 받았다. 1~2월 흑자였던 팬택의 영업이익은 3월 이후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정지 기간이 끝나도 팬택의 위기는 계속됐다. 이통사가 보유한 팬택 채권을 출자전환하는 것을 조건으로 기업회생안이 나왔지만 이는 실현되지 못했다. 이통사가 팬택 주주가 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시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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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지난달 이통사는 팬택 채권을 2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팬택의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결국 협력업체 채권을 연체한 팬택은 협력업체 등 팬택을 응워했던 업계의 기대와는 달리 법정관리행을 택했다.

이준우 대표는 이날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기업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해 오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함에 있어 이해 관계자 여러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저희 팬택은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 처한다고 하더라도 저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모아 분골쇄신의 자세로 하루라도 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