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택한 팬택 '분골쇄신' 다짐했지만..

이통사 구매 거부 지속땐 회생 가능성 불투명

일반입력 :2014/08/12 18:28    수정: 2014/08/12 18:29

정현정 기자

벤처신화의 주역 팬택이 설립 24년 만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다시 한 번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미 지난 2011년 4년8개월 만에 워크아웃 졸업 경험이 있는 팬택은 경영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지만 법정관리 위기를 넘어 독자생존을 가능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팬택을 법정관리로 몰고 간 스마트폰 판로가 막힌 상태에서는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팬택은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회사는 이날 오전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사내외이사진이 참석한 가운데 법정관리 신청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이준우 팬택 대표는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 처한다고 하더라도 저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모아 분골쇄신(粉骨碎身)의 자세로 하루라도 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며 기업 회생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법정관리 결정은 그동안 워크아웃을 통한 경영정상화에 전사적인 역량을 쏟아왔던 팬택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앞서 이준우 팬택 대표도 법정관리로 가게될 경우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협력업체들의 연쇄 도산 우려가 있는데다 어려운 상황에서 팬택을 지켜왔던 직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만큼 현재로썬 법정관리 이후 계획은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법원은 팬택의 계속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져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현재로써는 앞서 팬택 채권단 실사에서 계속기업가치(3천824억원)과 청산가치(1천895억원) 보다 높게 나온 만큼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청산과 매각 시나리오를 배제하고 회생형 법정관리가 가능하려면 일단 법원이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한 후 법정관리인을 중심으로 마련한 회생계획안이 다시 법원의 인가를 받아야한다. 이후 절차가 순조롭게 회생절차를 진행한다면 법정관리를 졸업할 수 있다.

팬택은 그동안 워크아웃에 돌입해 채권단이 마련한 경영정상화 방안이 정상적으로 시행된다면 충분히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표시해왔다. 특히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지금까지와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공격적인 대응에 나서 매출 규모를 늘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준우 대표는 지난달 긴급 기자회견에서 채권단에서 제시한 여러가지 경영정상화 방안이 시행된다면 외부 투자자금 없이도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며 특히 품질과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 제품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스마트폰과 라우터 등 데이터 디바이스로 해외 시장에 도전해 경영정상화 방안에 포함된 해외 매출을 1년 정도 조기에 달성하겠다고 자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다만 경영정상화를 위한 최대 전제조건인 국내 시장 판로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이같은 회생 계획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워크아웃 개시 결정 이후 2주도 안 돼 법정관리를 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배경에 이통사들의 단말기 구매 거부로 인한 자금난이 있었던 만큼 법정관리 이후에도 이통사들의 태도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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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에 단말기 추가 구매를 꾸준히 요청해왔지만 이통사들은 과다 재고 등을 이유로 이에 난색을 표해왔다. 이통사들이 계속해서 제품 구매를 거부한다면 팬택의 기업가치는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법정관리 신청 이후 제3자 매각 혹은 청산 가능성도 거론되는 이유다. 실제로 인도의 휴대폰 제조사인 마이크로맥스와 중국 제조사들이 현재 팬택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던 만큼 법정관리 이후 채무가 탕감되면 인수전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