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회생' 팬택, 남은 과제는 뭐?

워크아웃 재개됐지만 현금유동성 확보 절실

일반입력 :2014/07/31 18:08    수정: 2014/07/31 18:21

정현정 기자

팬택 채권단이 이동통신사들의 채권 상환유예안을 받아들여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재개를 결정하면서 팬택이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위기를 무사히 넘기기는 했지만 이통사에 신규 물량 공급길이 막힌 상태에서 현금유동성 확보라는 과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31일 팬택 채권단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주요 채권단이 워크아웃 동의서를 제출하면서 채권액 기준 75% 이상인 가결 요건을 충족해 워크아웃 재개가 사실상 확정됐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29일 이동통신사들이 제시한 수정 제안을 반영한 채권재조정안을 부의한 바 있다. 이통3사가 지난 24일 당초 채권단이 요구한 출자전환 대신 상거래채권 상환을 2년 유예하기로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워크아웃 재개는 결정됐지만 아직 남은 과제는 많다. 일단 신규 물량 공급을 통한 현금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통해 현재 중단된 생산을 정상화시키는 동시에 협력사에 밀린 부품 대금도 지급해야하는 상황이다.

팬택은 최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신규 단말기 13만대 물량을 받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통사들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약 50만대 수준의 재고와 시장 상황을 들어 신규 물량 구매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앞서 팬택이 채무상환 유예와 함께 이통사에 요구했던 최소 구매 물량 보장에 대해서도 단말기 구매는 이동통신 3사가 시장에서의 고객 수요 및 기존 재고 물량 등 각 사의 수급 환경을 고려해 사업자별로 판단할 예정이라면서 거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 출자전환이 제안된 이후 팬택은 이통사에 제품을 한 대도 납품(셀인·Sell-in)하지 못하면서 신규 매출이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다. 이통사로부터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하다보니 현금보유고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팬택은 현금 확보를 위한 자구책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이달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협력업체들에 대한 대금 지급도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팬택은 이미 지난 10일과 28일 각각 220억원과 280억원 상당의 상거래 채권을 연체한 상태로 협력사들의 줄도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이에 팬택 협력사 60여개 업체로 구성된 팬택협력사협의회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팬택 지원을 촉구하는 집회를 추가로 열기도 했다. 이날 자정까지 팬택으로부터 물품대금을 받지 못하면 은행으로부터 본격적인 차압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신규 물량 공급이 재개돼야 미뤄졌던 신제품 출시도 이뤄질 수 있다. 팬택이 요청한 13만대 중에는 신제품인 SK텔레콤 전용 스마트폰 '베가 팝업노트'도 포함돼있다. 당초 팬택은 지난 6월 말 베가 팝업노트 출시를 계획했지만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광대역 LTE-A를 지원하는 이통3사용 신제품에 대한 개발도 이미 끝난 상태로 워크아웃 재개 이후 신규 물량 공급이 재개돼야 적절한 시기에 출시가 이뤄질 수 있다.

팬택관계자는 워크아웃이 재개되더라도 이통사 물량 공급이 재개되기전까지는 팬택과 협력사들의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당장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규 물량 공급이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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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은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라 워크아웃을 착실하게 수행하면 독자생존이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와는 차별화된 전략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준우 팬택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채권단에서 제시한 여러가지 경영정상화 방안이 시행된다면 외부 투자자금 없이도 충분히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면서 정상화 방안에 내후년으로 포함된 해외 사업 추진 시기를 1년 정도 당겨 내년부터는 중국 제품들과 당당히 싸울 수 있도록 품질과 기술 우위에 있는 차별화된 제품으로 해외 시장에 도전해 본격적인 매출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