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채권단이 이동통신사의 채권 상환유예를 받아들여 새로운 정상화 방안을 결의하기로 하면서 법정관리 위기에 몰렸던 팬택이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회생에 우선 조건인 스마트폰 판매 정상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지 않아 팬택과 협력사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팬택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신규 단말기 13만대 물량을 받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팬택은 협력업체에 지급할 자금 확보를 위해 이통사들에 우선적으로 물량 공급을 원하고 있지만 이통사들은 채권단에서 워크아웃 재개 관련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약 60만대 수준의 재고도 신규 물량 공급에 걸림돌로 꼽힌다.
팬택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지난 6월 출자전환이 제안된 이후 이통사들에 제품을 한 대도 납품(셀인·Sell-in) 하지 못하면서 신규 매출이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다. 이통사로부터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하다보니 현금보유고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팬택은 현금 확보를 위한 자구책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이달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지만 신규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협력업체들에 대한 대금 지급도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팬택은 이미 지난 10일과 28일 각각 220억원과 280억원 상당의 상거래 채권을 연체한 상태로 협력사들의 줄도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팬택이 이번에 신규 공급을 요청한 단말기 13만대는 현금으로 환산하면 900억원 규모다. 팬택이 요청한 13만대 중에는 신제품인 ‘베가 팝업노트’도 포함됐다. 베가 팝업노트는 SK텔레콤 전용 모델로 당초 팬택이 지난 6월 말 출시를 계획했던 제품이지만 출자전환 요청과 맞물려 이통사에 물량 공급이 중단되면서 출시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팬택 관계자는 “6월부터 이통사에 신규 단말 공급이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협력업체에 지급할 500억원의 대금이 연체된 상태로 연쇄 부도가 우려되고 있으며 팬택 직원들도 7월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장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규 물량 공급이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진표 팬택 협력사협의회장은 “워크아웃 지속이라는 큰 그림이 결정된 이후 이통사들이 적극적인 물량 구매에 나서주면 팬택은 자금을 받아서 공장을 가동시키고 협력업체들에도 부품을 주문하는 선순환 구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팬택 정상화를 위해서는 생산 재개와 제품 판매를 통한 현금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숙제로 꼽히지만 이통사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통사들은 앞서 팬택이 채무 상환유예와 함께 요구했던 최소 구매물량 보장에 대해 “단말기 구매는 이통3사가 시장 수요와 기존 재고 물량 등 각사의 수급 환경을 고려해 사업자별로 판단할 것”이라며 거부의사를 표시했다.
관련기사
- 팬택 회생 첫발 재고 60만대에 달렸다2014.07.29
- 팬택 채권단 내주 채권재조정안 채택 결정2014.07.29
- 숨통 트인 팬택 회생 기회 잡았다2014.07.29
- 이통3사, 팬택 1천500억 채권 상환 유예2014.07.29
한편, 팬택 채권단은 이번주 중 이동통신 3사의 팬택 상거래채권 상환 유예 결정을 반영한 새로운 ‘채권재조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지난주 25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단 회의를 열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통사들이 채권단이 요구한 팬택에 대한 1천800억원 출자전환을 거부하는 대신 상거래 채권 상환을 2년 유예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채권액 기준으로 75% 이상이 동의하면 사실상 중단 상태인 팬택의 워크아웃이 재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