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법정관리 신청 이후 절차도 '산 넘어 산'

일반입력 :2014/08/12 15:51    수정: 2014/08/12 15:51

정현정 기자

지난 1991년 설립된 벤처신화의 주역 팬택이 24년 만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기업의 생사가 결국 법원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팬택은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약속했지만 법정관리는 법원이 기업의 회생 또는 파산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법으로 만만치 않은 절차가 예정돼 있어 향후 험로가 예상된다.

팬택은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회사는 이날 오전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이준우 대표이사를 비롯한 사내외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법정관리 신청 안건을 통과시켰다.

법정관리란 말 그대로 법원이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대신 관리하는 것으로 경영정상화가 이뤄지면 법정관리를 졸업시키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팬택이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함에 따라 법원은 일주일 내에 모든 채권·채무 관계를 동결한다. 법정관리 개시 전까지 금융권 차입금이 모두 유예되는 것은 물론 하청업체와 거래업체 등에 갚아야 할 상거래 채권 또한 당장 갚지 않아도 된다.

이후 법원은 30일 이내에 팬택의 계속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져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앞서 팬택 채권단 실사에서 계속기업가치(3천824억원)가 청산가치(1천895억원) 보다 높게 나온 만큼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관리가 결정되면 법원은 법정관리인을 선임해 구조조정의 과정을 책임지게 한다. 법원이 별도의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는 이상 팬택의 현 경영진이 그대로 법정관리인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관계인집회를 소집하면 팬택 법정관리인과 채권단들은 첫 관계인집회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회생계획안을 마련해 법원에 승인을 받아야한다. 이후 회생계획안 심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 법정관리가 시작된다.

이후로는 회생계획안을 바탕으로 기존 채권에 채무조정, 출자전환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뒤따르게 된다. 경영관리인의 회생계획안이 인가돼 회생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팬택은 법정관리를 졸업할 수 있다.

팬택은 이미 한 번의 워크아웃 졸업 경험이 있다. 다만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는 부실한 기업의 채무를 유예시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는 법적근거와 신청절차, 관리 주체, 채무 유예 범위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워크아웃은 금융기관들로 구성된 채권단이 중심이 돼 기업 구조조정이 실시되지만 법정관리는 법원이 주도해 기업의 회생 또는 파산 여부를 결정하게 되며 채권단과의 협의가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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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워크아웃 기업은 금융기관 채무만 유예받지만 법정관리는 모든 채무를 유예받는다.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져 회생 절차에 돌입할 경우 기업의 모든 채권·채무가 동결되기 때문에 금융권 뿐만 아니라 모든 채권자가 손실을 부담하게 된다.

팬택 입장에서는 당장 갚아야 할 빚이 모두 유예되지만 협력업체들은 팬택으로부터 부품대금을 받을 길이 막막해져 줄도산 위기에 놓일 수 있다. 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것은 팬택 같은 B2C 기업 평판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