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스 입자 찾게 한 진짜 주인공…슈퍼컴

"50년전 힉스장 이론 슈퍼컴이 현실로 입증"

일반입력 :2013/11/27 15:41    수정: 2013/11/27 16:03

손경호 기자

고성능 컴퓨팅(HPC) 환경이 없었다면 힉스 입자는 50년 전에 나온 이론에 그쳤을 것입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일명 '신의 입자'라고 알려진 '힉스'를 예언한 피터 힉스 영국 에든버러대 물리학과 교수(84), 프랑수아 앙글레르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물리학과 교수(81)에게 돌아갔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지난해 7월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통해 실제 힉스로 추정되는 입자를 발견해 냈다. 이 과정에 참여한 CERN 내 한국 CMS 실험사업팀 소속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과학계가 이룬 성과에 기여한 핵심 기술 중 하나로 HPC를 꼽았다.

인텔코리아는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전경련회관에서 HPC 국내 활용사례를 발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사례 발표를 맡은 박 교수는 전 세계를 뒤흔든 과학 성과의 뒤에 HPC라는 기술기반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힉스 입자에 대한 이론이 나온 것은 1964년이다. 약 50년 전 6명의 물리학자는 진공상태도 무엇인가로 채워져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일명 '힉스장'이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힉스는 현재 존재하고 있는 모든 물질에 질량을 부여한 태초의 입자라는 점에서 우주탄생 비밀을 규명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힉스 입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 4가지 기술이 필요했다. LHC, 검출기, HPC, 네트워크 기술이 그것이다.

진공상태에서 LHC를 통해 입자를 높은 속도로 충돌시키면 파편이 튀어나오면서 힉스장에 영향을 줘 실제 힉스 입자가 존재한다는 가설을 입증할 수 있게 된다.

빠른 속도로 충돌하는 입자가 주변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밝혀내기 위해서는 고속촬영을 위한 사진기(검출기)가 필요하다. 스위스 제네바 공항 인근 지하 100m 아래에 위치한 앨리스, CMS, CERN, 아틀라스, 주라 등은 입자들이 충돌하는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힉스 입자 존재 여부를 검출해 낸다. 이 과정에 사용되는 것이 HPC다.

수많은 사진들을 분석해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높은 성능을 가진 컴퓨팅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두고 박 교수는 힉스 입자 찾기는 마치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용의자 차량 트렁크를 열어보고, 인근 땅에서 수집한 물건을 찾아보고, 알리바이를 조사하는 과정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는 네트워킹 기술이 활용된다.

힉스 입자 규명 연구에 참여한 전 세계 34개 국가가 구축한 20만개 CPU 코어, 150페타바이트(PB) 디스크로 구성된 그리드 컴퓨팅 환경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박 교수가 검출기를 통해 수집한 방대한 양의 사진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코드를 입력하면 서로 연결된 컴퓨터들은 세계 각지에 저장된 사진 데이터를 모은다. 그 뒤 마찬가지로 세계 곳곳에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팅 자원을 활용해 분석을 수행,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대학 스토리지에 계산결과가 저장된다. HPC를 통한 기술적 기반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힉스 입자를 발견하는 일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인텔에 따르면 현재 HPC는 기상예보, 질병치료, 제품개발, 금융, 보안, 국방 등 다양한 산업군과 함께 기초자연과학 등 분야에서 강력한 성능을 바탕으로 대규모 연산처리를 수행해 산업적, 과학적 성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

HPC가 과학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이론과 실험만으로는 규명해 낼 수 없는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기존 과학연구방법은 이론을 세우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수행하는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이론, 실험으로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을 '계산'이 해결해 준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변수가 존재하는 복잡계, 비선형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학계에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DNA 분석, 우주 관련 연구와 같은 부분에는 HPC를 기반으로 하는 '계산과학'이 과학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HPC는 장애인들도 과학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유력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날 또 다른 사례발표를 맡은 이상묵 서울대학교 계산과학연합전공 주임교수는 과학은 관측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구가 이뤄지는데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들이 많다며 계산과학이라는 분야가 그렇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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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서울대 학생 중 뇌병변을 앓고 있는 백모씨를 예로 들었다. 백씨는 화학분야에서 연구를 하고 싶은데 장애인이라 실험을 못해 힘들다고 말해다. 이 교수는 요즘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부분 실험을 수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학생은 결국 바이오인포매틱스 대학원에 들어가 과학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이 교수는 HPC가 장애인들에게도 이러한 연구를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참석한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은 힉스 입자와 같은 최근 혁신적인 연구 성과들은 HPC 발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며 인텔은 앞으로도 국내 기업 및 학계에서 HPC를 활용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