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포털규제법, 누구를 위한 것인가?

기자수첩입력 :2013/09/11 11:27    수정: 2013/09/11 16:56

김효정 기자

최근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 포털 규제를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형 인터넷 포털의 독과점을 예방하고 공정한 거래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좋다. 그러나 인터넷 시장의 특수성과 경쟁환경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규제'만을 내세울 수는 없다. 혁신을 근간으로 하는 인터넷 비즈니스 환경에서 섣부른 규제는 그 경쟁력 자체를 저해할 수도 있다. 법 개정안이 세상이 나오자마자 즉각적인 반론과 비판이 제기된는 이유이다.

만약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주요 글로벌 인터넷 기업의 점유율을 독과점 이슈로 재단했다면 오늘날의 인터넷 환경이 가능했을까? 이러한 이유로 아직까지는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포털 사업자를 시장지배적사업자로 만들어 규제하는 곳은 없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사실상 네이버를 규제하기 위해 만든 이번 개정안은 포털 내 다양한 산업이 공존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네이버를 통해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 분야, 즉 광고·정보검색·상거래·부동산·멀티미디어 콘텐츠 등을 묶어서 하나의 시장으로 규정짓고 규제를 가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공정거래법의 일반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시장지배력이 있는지 판단하려면 관련 시장을 획정해야 하는데, 개정안은 그런 것을 하지 않고 모두 합친 것을 기준으로 시장을 획정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베이가 옥션과 지마켓을 합쳐 오픈마켓 시장의 80%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개정안 대로라면 5% 점유율에 불과한 네이버의 샵N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렇듯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규제라는 원칙을 먼저 정하고, 입법으로 가는 것은 시장획정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다. 개정안 본연의 취지 대로 '인터넷 생태계의 경쟁 활성화를 위한 시장 감시'라고 한다면 체계적인 분석을 선행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 인터넷 비즈니스 환경을 이해한 법안 발의인가?

인터넷은 스위칭 코스트가 제로인 시장이다. 사용자들이 기존에 이용하던 포털이나 SNS 등의 인터넷 서비스에 흥미를 잃거나, 더 기호에 맞는 서비스가 나온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영원한 강자는 있을 수 없다.

이 시장에서는 업종과 영역이 파괴된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012년 초 아마존이 검색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구글은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해 아마존을 긴장시켰다. 영원한 강자일 것만 같았던 야후의 쇠락도 지켜봤다.

특히 최근 SNS 영역에서는 글로벌 플레이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저마다 플랫폼을 지향하며 세(勢)를 키우고 있다. 동영상 분야의 경우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시장을 점령했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더욱 치열하다. 휴대폰제조사, 스마트폰 OS업체, 이통사 등 대기업이 격돌하는 가운데 네이버, 카카오 같은 인터넷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국경 없는 글로벌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PC에서 모바일로 넘어와 새로운 경쟁을 시작한 지 오래다. 대형 포털이든 신규 사업자든 득달 같이 달려들어 가장 많은 서비스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환경이다. 여기서, 과거 PC 시절의 점유율로 모바일 등 미래 산업까지 규제하는 것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 개정안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그렇다면 이번 개정안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개정안은 인터넷 업계도, 이용자도, 투자자도 아니다. 네이버의 횡포(?)에 시달렸다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 역시 비즈니스의 장(場) 활용 측면에서 봤을 때 얼마나 큰 이익을 보게 될지 알 수 없다. 오히려 구글, 페이스북 같은 해외 대형 포식자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섣부른 규제가 혁신이 필수적인 인터넷 환경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포털 및 인터넷 사업자의 점유율을 독과점 이슈로 규제하는 나라가 없는 이유는, 그들 정부가 자율 경쟁에 기인한 이용자 후생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이자 요소 중 하나인 이용자 후생이 외면된다면, 그야 말로 실패한 정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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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법의 목적은 경쟁 과정의 보호를 통한 소비자 후생의 증대다. 경쟁법을 논의함에 있어서 핵심 판단 기준은 '경쟁사의 손해 여부'가 아니라 '소비자 후생 증진 여부'에 있다. 과연 이번 포털규제법 발의가 소비자 후생을 위한 것인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규제는 국내 인터넷 산업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 의욕을 꺾을 수 있다. 모건스탠리 미국 테크 부문 IB 대표인 드류 게바라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규제가 과잉이 되면 인터넷 기업 주가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독과점 규제는 경쟁기업이 아닌 궁극적인 소비자 보호와 혁신의 장려가 목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