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日 샤프 왜 삼키나 했더니...

삼성전자가 벼랑 끝에 몰린 일본 샤프의 구원투수로 등판한다. 삼성이 샤프에 100억엔 규모를 출자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샤프를 통해 60인치 이상 TV용 디스플레이 패널을 안정적으로 수급하면서 초대형 TV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양사의 제휴로 전자 업계와 디스플레이 시장에 미칠 파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6일 교도통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영난에 빠진 샤프는 삼성전자로부터 100억엔(약 1천167억원) 규모의 출자를 받기로 하고 업무 제휴를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는 총 지분의 3% 규모로 일본 은행권을 제외하고는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는 규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샤프와 자본, 업무 제휴를 현재 조율 중이라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샤프는 삼성전자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장기 공급하는 내용의 업무 제휴도 협의 중이다. 샤프는 삼성전자향 TV용 액정표시장치(LCD) 공급량을 늘리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용 중소형 액정도 삼성전자에 우선 공급하는 내용의 업무 제휴를 맺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는 그간 타이완 혼하이 정밀과 총 670억엔(한화 약 7천880억원) 규모의 지분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었으나 샤프의 경영난으로 주가가 급락한 이후 협상은 결렬 수순을 밟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샤프가 손을 잡으면서 윈윈 효과가 발생하는 만큼 양사의 협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국경절을 기점으로 샤프로부터 공급받는 LCD TV용 패널 물량을 늘리면서 협력 확대를 예고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샤프를 통해 디스플레이 패널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루트가 생기게 되고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샤프에게는 삼성전자가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60인치 이상 초대형 TV 분야다. 샤프는 10세대 라인인 사카이 공장에서 주로 대형 TV용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가동률이 50%를 넘지 못하는 등 무리한 투자가 경영난의 원인으로 꼽혔지만 최근 60인치 이상 TV 시장이 커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는 상태다.

8세대 공장에서도 60인치 이상 패널 생산이 가능하지만 투입되는 유리 원판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번 제휴로 신규 시설 투자 없이 60인치 이상 TV용 패널을 안정적으로 싼 가격에 수급하면서 초대형 TV 시장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샤프는 삼성전자와의 제휴로 악화된 재정을 개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떨어진 공장 가동률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됐다. 샤프는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해왔지만 아이폰5와 9.7인치 아이패드가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양사의 제휴가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는 디스플레이 패널 물량은 50% 이내다. 나머지는 타이완 AU옵트로닉스(AUO)와 이노룩스(구 CMI) 등에서 수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10세대 공장을 지어서 대응을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면 모르겠으나 현재로서는 그런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수준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장은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고 안되는 부분을 샤프가 보충을 해주는 의미이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