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 플랫폼, "오픈소스-MS 함량미달?"

필요시 주유소를 스스로 찾거나 주인에게 정비시기를 알리는 등 지능화된 자동차의 출시와 수요가 완성차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를 위해 현대자동차나 BMW, 아우디, GM, 포드 등이 보여주고 있는 산업표준화 움직임이 분주하다. 자동차의 기능, 텔레매틱스와 멀티디미어 기술간 융합을 중시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개념이 구체화돼 업계에서는 해당 플랫폼에 기술 투자를 앞다투고 있다.

최근 해당 솔루션 공급사 중 한 곳은 업계가 관심을 보이는 오픈소스 기술과 경쟁 솔루션 업체 역량이 '미덥지 않다'고 경고한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주 국내 지사 설립과 자체 차량용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소개한 캐나다 업체 QNX소프트웨어시스템즈(이하 'QNX')다. 블랙베리로 유명한 리서치인모션(RIM)의 자회사다.

QNX는 차량용 애플리케이션(앱) 플랫폼 '카인포테인먼트2'와 HTML5 웹표준을 활용해 앱을 만드는 개발도구(SDK)를 소개했다. QNX의 SDK는 HTML, CSS, 자바스크립트같은 표준 기술로 차량용 앱을 만들 수 있는 '블랙베리 웹웍스' 프레임워크를 확장시킨 것으로 요약된다. 회사측은 IVI를 위한 홈스크린, 멀티미디어, 앱스토어, 라디오, 개인화, 간명한 인터페이스를 특징으로 내세웠다.

지사설립 기자간담회에서 킴 크루거 QNX 아시아태평양 세일즈부문 총괄이사는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들이 IVI 대응방안으로 고려하는 각 사례마다 한계와 제약이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는 자사의 카인포테인먼트2 플랫폼과 HTML5 SDK, 차량내 컴퓨팅 플랫폼 개발, 지원, 통합분야서 쌓은 노하우로 안정성과 신뢰성을 갖춘 IVI기술이 저렴하고 안전해, 제조사들이 도입시 기존 부담을 덜 수 있다고 강조했다.

■QNX, 차량용 플랫폼 오픈소스 위험...주장

그에 따르면 우선 제조사들이 기존처럼 차량용 임베디드 플랫폼을 자체 구축하거나 오픈소스 기술을 쓸 경우, 직접 지출이 증가하고 유연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내부 개발자를 전담인력으로 유지해야 하는데다, 오픈소스 기술이 들어간 자동차를 팔 경우 지적재산(IP) 문제를 야기할 위험도 있다는 지적이다.

즉 크루거 이사는 리눅스나 안드로이드같은 오픈소스 기술을 활용시 자체 솔루션을 쓸 때처럼 기업내 소프트웨어(SW) 개발인력을 대규모로 운영해야 하는데다, 전용OS가 아니라 유연성이 떨어지고 IP분쟁 소지마저 있어 부담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는 인텔 '미고(Meego)'에서 출발한 리눅스 기반 IVI 플랫폼과 표준화 연합 '제니비(GENIVI)'를 도입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제니비는 상업용 SW플랫폼 없이 레퍼런스 버전만 제공하는 오픈소스 표준화 연합이다. OS, 미들웨어, 하드웨어(HW)같은 '비경쟁 영역'에서 개방형 표준 플랫폼을 구축해 신차개발시 비용절감과 시간단축을 실현하잔 목표다. 제니비연합은 IVI 기기 표준화가 목적이며 회원사 입장과는 독립적이라고 창립 당시 밝혔다.

해외서는 이를 창립한 BMW와 GM 뿐아니라 경쟁사 아우디와 도요타, 국내서는 현대와 르노 등 주요 제조사가 참여한다. 회원사 명단에 칩제조사 인텔과 상용 임베디드 리눅스기반 플랫폼 기술업체 윈드리버, 국내 현대차 협력사 MDS테크놀로지 등 컴퓨팅 관련 HW와 SW업체도 이름을 올렸다. 현재 BMW는 당장 내년부터 양산할 7시리즈에 '제니비(GENIVI)' 표준을 따르는 리눅스 기반 IVI 탑재를 목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MS도 미덥지 못하다?

QNX에 따르면 오픈소스 쪽과 별개로 마이크로소프트(MS)같은 전문 SW업체 기술도 믿음직스럽지는 못하다. MS가 해당 시장에 발붙이기보다는 몇년에 걸쳐 '들락날락'하는 모습을 보여왔고, 그나마 제공된 게 IVI에 알맞은 전용 플랫폼도 아니라고 크루거 이사는 비판했다.

MS는 이와 관련한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자사와 QNX가 진출해온 사업영역과 규모가 서로 크게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응을 삼간다는 뉘앙스다. 다만 자신들도 제조사들과의 협력은 진행해온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일례로 지난 3월말엔 MS가 포드와 손잡고 실험 제작한 'MS 머스탱'이 소개되기도 했다. 1967년형 머스탱에 PC OS로만 알려진 윈도8 외에도 윈도폰, X박스, 키넥트 기술을 탑재하고 빙 검색, 윈도 애저 서비스를 연계시킨 결과물로 눈길을 끌었다.

이전에도 MS는 일본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와 손잡고 차량용 텔레매틱스 플랫폼 개발에 투자해왔다. 지난해 4월 이를 알린 MS는 '도요타미디어서비스'라는 도요타 자회사에 1천200만달러 투자계획을 밝혔다. 오는 2015년까지 양사가 함께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하고 MS 애저클라우드에 기반한 저비용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그 자동차 고객에 제공한다는 목표다.

언뜻 크루거 이사의 평가만 놓고 보면 QNX가 MS 임베디드 및 클라우드 전략이나 제니비 연합과 대립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22일 김성철 QNX 한국지사장은 제니비 연합 회원사인 BMW, 현대, 아우디, 도요타 등은 그 플랫폼 개발에 참여하는 한편 QNX의 솔루션 도입 역시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어렵지만 우리 기술로 IVI 텔레매틱스를 탑재한 차량이 지난해만 950만대 이상 판매됐고 올해도 1천200만대를 넘길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니비 연합의 목표는 대응되는 기존 상용 솔루션을 배제시키는 것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실시간OS(RTOS) 위주였던 IVI 솔루션의 계층가운데 OS, 미들웨어 단을 표준화하는 게 회원사들의 공통된 추진방향이다. 이후 경쟁할 영역은 플랫폼에 덧붙는 인간 기계간 인터페이스(HMI)와 앱 분야가 될 전망이다. 이는 기존 써온 폐쇄적인 시스템의 단점을 벗고 신기술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