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반도체 기술 논문이 아시아 지역 대형 반도체 학회인 ASSCC(아시아 고체회로 학술회의)에 등재되는 편수가 타이완, 일본 등에 밀리며 4위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반도체 학술회의 ISSCC에서는 일본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등재 편수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지만 ASSCC에서는 제출 건수 순위로는 중국보다도 아래다.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들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면서 아시아 학회에서의 논문 제출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반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미국의 ASSCC 논문 등재건수는 우리나라보다 앞선 3위다.
4일 ASSCC 위원회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는 11월 일본 고베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릴 행사를 소개했다. 간담회 자리에서는 올해 ASSCC 행사에서 채택되 발표될 국가별 논문 편수도 소개됐다. 우리나라는 총 20편을 제출해 11편이 실리며 55%의 높은 적용률을 보였지만 제출 편수 자체가 워낙 적었다. 가장 많은 논문을 제출한 국가는 타이완으로 총 58편을 제출했으며 이중 24편이 채택돼 41%의 채택률을 나타냈다.
■우리나라, 채택률 가장 높지만 편수가…
일본은 41편중 22편이, 중국은 30편을 제출해 6편이 채택됐다. 비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미국이 29편으로 우리나라보다 많은 논문을 제출, 총 15편이 실렸다.
ASSCC 교육 프로그램 의장을 맡고 있는 유회준 KAIST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때문에 ASSCC보다는 ISSCC에 논문을 많이 낸다”며 “반면 미국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해 제출 논문 건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대기업은 ISSCC에 논문을 많이 내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ASSCC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타이완 팹리스가 ASSCC를 활용해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ASSCC는 세계 반도체 기술 올림픽으로 불리는 ISSCC와 비교해 ‘반도체계의 아시안 게임’으로 불린다. 우리나라, 타이완, 중국, 일본 등이 행사를 개최한다. 아시아권에 자사의 기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다.
■“중소기업 ASSCC 행사 이용해야”
이 행사는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의 채용의 장으로도 활용된다. 미국 대학, 기업의 연구원들은 삼성전자 등 아시아권의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ASSCC를 이용해 기술 역량을 과시하며 메모리 1, 2위의 우리나라 업체 채용을 노리기도 한다.
실제 ASSCC 행사 논문 제출 학교에는 북아메리카 지역의 대학 이름이 눈에 띈다. 미국 미시건대학이 6편의 논문을, 캐나다 토론토대학이 3편의 논문을 제출하며 ASSCC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우리나라에서는 KAIST가 총 6편의 논문을 내며 가장 많은 논문 제출건수를 자랑했다. 반면 기업중 삼성전자는 올해 초 ISSCC에서는 총 10편의 논문을 등재하며 전체 학교, 기업 논문 등재편수 4위를 차지했지만 ASSCC에서는 제출건수 20위권 내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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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교수는 “ASSCC는 아시아 지역에 기술을 알릴 수 있는 행사로 우리나라 반도체 중소기업들이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타이완 미디어텍 사례를 들었다. “타이완 미디어텍은 ASCC에 논문을 내면서 마케팅의 장으로 활용했다”며 “기술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명했다.
세계 반도체 올림픽 행사인 ISSCC에 나가기는 다소 부족해도 아시안게임 정도는 노려볼 수 있다는 의미다. 김종선 홍익대학교 교수는 “국책과제 때 논문 업적을 인정하며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