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엘피다 평행이론의 끝은?

일반입력 :2012/04/30 12:53    수정: 2012/04/30 13:13

송주영 기자

미뤄졌던 엘피다 매각 2차 입찰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중국 레노버 계열의 사모펀드와 미국 사모펀드 연합이 2차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 엘피다의 닮은꼴이 화제다.

지난 2002년 초 하이닉스는 떠올리는 IT인들이 많다. 지난 2002년에도 반도체 산업은 하강 국면이었다. 현대전자, LG반도체의 합병으로 탄생한 하이닉스는 양사의 부채를 떠안으며 그 규모가 15조원에 달했다. 신디케이트론까지 지원한 채권단은 하이닉스의 생존, 매각을 두고 고민에 휩싸였다.

당시 미국에서 스티브 애플턴 CEO가 극비리에 한국을 찾았다. 올해 51세의 나이로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그는 혈기 넘치는 CEO였다. 지금까지도 종종 화제에 오르는 하이닉스의 마이크론 매각 작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일부 증권사가 “하이닉스가 죽어야 반도체가 산다”라는 보고서를 내던 시기였다.

10년전 하이닉스와 어쩜 이리 같을꼬?

1999년 외환위기 시기 이후 하강 국면으로 접어든 반도체 경기는 2002년말을 거치며 되살아났고 하이닉스는 이후 4년간 흑자행진을 이어가며 완벽한 부활, 회생에 성공하며 메모리 업계 2위업체로의 입지를 다졌다. 이후 꼭 10년 뒤 일본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NEC, 히타치 합병사인 엘피다가 하이닉스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1990년대 말 아시아가 외환위기 때문에 고생했다면 지난 2008년에는 금융위기가 미국, 유럽을 강타했다. 그래도 괜찮았던 반도체 경기는 미국, 유럽의 소비심리 위축 속에 2010년 말 하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반도체 경기 하락 국면은 연초까지 이어졌다.

결국 엘피다는 손을 들었다. 자금 지원을 하던 금융기관의 외면 속에 매각의 길을 걷고 있다.

■이번엔 엘피다에 집적대는 마이크론

이번에도 마이크론이 엘피다 인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0년 전 하이닉스를 40억달러 헐값에 인수하려던 마이크론이 엘피다에 제시한 금액은 2조원이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피다 인수전에는 입장 바뀐 하이닉스가 인수 후보로 참여했다.

SK하이닉스, 엘피다의 상황은 여기까지는 유사하게 전개됐다. 이후 증권업계는 엘피다가 하이닉스처럼 기적적으로 회생해 다시 부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이닉스가 회생절차를 밟던 것과 현재는 다르기 때문이다.

하이닉스가 법정관리에 놓여있던 시기는 PC 산업의 성장기였다. 현재는 반면 PC 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의 성장률도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엘피다는 도시바 입찰 포기로 10년 전 하이닉스처럼 일본에게는 외국업체인 우리나라, 미국, 중국 등의 업체나 사모펀드에 매각될 처지에 놓였다. 다음 달 4일이 2차 입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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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가 2차 입찰자와 손을 잡을 것으로도 예상되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공동 투자자이고 지분 일부는 일본 외 업체가 가져가게 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유찰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매각이 되더라도 마이크론, 사모펀드의 손에 넘어가면 과도한 자금부담, 자산 매각 속에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 서원석 연구원은 엘피다 매각 관련 마이크론 인수(40%), 유찰(30%), SK하이닉스 인수(10%)의 가능성을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