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솔루션업체 브로케이드가 2년만에 M&A 시장 매물로 나왔다. 실적부진과 시장 상황이 겹쳐 브로케이드의 매각추진은 쉽지 않을 전망. 대형 IT업체들의 통합솔루션 전략에 네트워크 전문업체들의 설자리는 단독 사업과 매각 어디에도 가능성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브로케이드가 투자은행 카탈리스트 파트너스를 통해 인수자를 물색중이라고 보도했다. 브로케이드는 지난 2009년에도 회사 매각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경력을 갖고 있다. 당시에도 카탈리스트가 나섰었다.
브로케이드가 2009년 매각을 추진하던 당시와 2011년 현재의 시장 상황은 매각 가능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외신들은 브로케이드가 적합한 인수자를 찾기 힘들 것이라 전망했다.
■굳이 살 만한 매력이 없다
브로케이드 사업이 부진하다는 점과 마땅한 인수자가 없다는 점 등은 브로케이드 매각추진에 거대한 장벽이다.
브로케이드는 스토리지 네트워크(SAN) 스위치 사업은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2008년 파운드리네트웍스 인수 후 야심차게 뛰어들었던 이더넷 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 환경은 이더넷 네트워크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SAN의 안정성을 보장했던 패브릭 기술이 이더넷에 이식되고, IP에 파이버채널(FC) 프로토콜을 얹는 기술까지 선보이는 등 SAN의 힘이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브로케이드는 SAN영역에서 이더넷 영역으로 점진적으로 사업 비중을 옮기는 작업을 진행했다.
실적으로 보면 브로케이드의 최근 성적은 화려하지 않다. 지난 분기 매출은 5억300만달러로 전년과 유사했지만 순익은 190만달러에 불과했다. 특히, 연초 2천300만달러였던 순익이 10분의 1로 줄었다. 시스코가 같은 기간동안 12억달러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초라하다. 더구나 파운드리 인수로 발생했던 부채도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
한 전문가는 “경쟁이 별로 없는 SAN 시장과 달리, 이더넷 시장은 치열한 가격경쟁 속에서 모든 네트워크업체의 순이익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라며 “브로케이드가 SAN 스위치의 견고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순익이 급감한 것은 SAN 시장규모의 축소와 이더넷 사업의 수익 감소의 영향을 함께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트워크업계는 현재 브로케이드 외에도 주니퍼네트웍스, 아리스타, 화웨이 등 단독 스위치 벤더가 활동중이다. 시스코시스템즈가 60% 이상의 시장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달리는 가운데, HP와 단독 벤더들이 나머지 시장을 나눠먹는 형국이다.
M&A 먹잇감은 시장에 널려있고 더 매력적인 회사도 존재한다. 브로케이드보다 업계에서 주목받는 회사는 아리스타다. 아리스타는 로레이턴시 스위치를 저가에 공급하며 빠르게 시장에 파고들었다. 가격뿐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시스코와 경쟁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다.
외부적인 요인은 브로케이드를 매입할 회사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2009년만 해도 HP, 델, IBM 오라클 등 굴지의 IT기업들이 통합 솔루션 구축을 위해 브로케이드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은 다르다. 2009년 3월 HP는 쓰리콤을 인수했고, 델은 올해 포스10을 인수했다. IBM도 블레이드네트웍스테크놀로지(BNT)를 인수했다. 오라클 정도가 거의 유일한 가능성으로 언급된다.
네트워크업계의 큰손이었던 시스코시스템즈도 브로케이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하다. 최근 들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비용지출이 많았던 탓에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
서버업체가 아니라면 스토리지업체의 브로케이드 인수 가능성도 있다. EMC 정도가 언급된다. 다만, EMC는 VCE 연합에 투자했기 때문에, 시스코와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 더구나 EMC는 인터커넥트 기술을 발전시켜 스토리지 관련 네트워크 프로토콜마저 없앨 의지를 보이는 형편이다.
■단독 벤더의 생존 방법은 어디에?
오라클을 필두로, HP, IBM 등은 통합 솔루션에 집중한다. 이들이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모두를 통합해 패키지 제품으로 제공하기 시작하자, 전문업체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상황이다.
이전까지 서버 대 네트워크, 스토리지 대 네트워크 등으로 수평관계였던 IT기업의 지형도는 네트워크가 시스템 일부에 포함되는 수직관계로 돌변했다.
브로케이드는 통합 솔루션의 가장 큰 피해자로 꼽힌다. 업계1위 시스코가 자체 서버사업을 시작하면서 EMC, VM웨어와 함께 통합 솔루션을 만들 때, 브로케이드는 반대진영에서 OEM 전략을 유지했다. IBM, 델 등이 브로케이드의 대표적인 협력사였다.
IBM의 BNT 인수, 델의 포스10 인수 등은 브로케이드의 OEM 사업에 직격탄이었다. 이는 협력사의 이탈을 의미했다. IBM과 델의 스위치 포트폴리오 확보는 브로케이드에 떨어지던 OEM 몫을 줄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네트워크 전문업체가 범람한다는 인식에 동의하고 있다. 기존 업체들에 중국의 화웨이, ZTE 등까지 가세하면서 그 정도는 더 심해졌다. 때문에 다소의 교통정리가 있어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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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황에서 브로케이드가 통합 솔루션 일부로 흡수될 경우, 네트워크 분야에 집중적인 R&D 투자를 단행하는 기업은 시스코와 주니퍼 정도만 남게 된다. 특히 시스코와 파이버채널오버이더넷(FCoE) 분야에서 기술 경쟁을 벌였던 브로케이드의 퇴장은 이더넷 기술의 발전 속도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극이다.
그동안의 시나리오는 서버, 스토리지업체의 네트워크업체 인수합병이었고, 어느정도 현실화돼 마무리 단계다. 다음으로 네트워크 업체 간 합병도 가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예를 들어, 주니퍼네트웍스와 브로케이드의 결합을 예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