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꼴특집④]한글 글꼴 업계, SW산업 비교해 보니

글꼴은 디자인의 산물이지만 그 활용은 소프트웨어(SW)가 이어 준다. SW 시장, 특히 사용자 경험(UX)을 중시하는 개인 수요 영역이 활성화될수록 디지털 서체 시장도 밝다고 할 수 있다.

산돌커뮤니케이션은 앞서 지적해온대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탑재하는 용도뿐 아니라 제품을 접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이 개성을 표현하고 개인화, 꾸미기를 원하는 욕구도 나타나는 추세로 판단한다.

회사 법인사업부의 고현남 부장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전자책과 다양한 콘텐츠 성장 기반이 생겨나 양질의 폰트 수요가 증가 추세라며 서체 개발 수요가 활발해지도록 자극하는 요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최근 전자기기들은 단독으로 쓰이기보다 통신 기능을 탑재하고 인터넷에 연결돼 콘텐츠와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동반한다. 이에 특정 제조사의 생산력이나 유통 영향력만큼이나 중시되는 것이 외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제품 경쟁력 강화다.

■SW생태계 속 글꼴 산업

이는 일반적으로 단말기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개발사의 제휴를 통해 상호 수요를 촉진하는 선순환 관계로 그려진다. 해당 디지털기기가 성공을 거둘수록 그 환경에서 돌아가는 SW와 소비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도 이득이 돌아가는 셈이다.

글꼴도 기술적인 관점에서는 동일한 내용을 표현하는 문자열을 특정한 스타일의 시각정보로 표시하는 일종의 SW다. 앞서 지적한 디지털 생태계의 연결고리에 분명한 한 축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글꼴 개발 기술을 보유한 회사도 SW업체에 속한다는 얘기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결과물 못지 않게 업무 활동 자체에 가치를 매기는 방식도 SW회사와 닮았다. 다양한 외부 개발툴을 조합해 만든 결과물과 그 과정의 독창성을 포함해서다.

회사 전략기획팀의 최재훈 과장은 서체를 만들기 위한 자체 개발 프로그램을 갖추는 경우도 있지만 외부 업체 디자인툴이나 한글 코드를 지원하는 해외 글꼴 개발툴도 쓴다며 각 글꼴 개발사들은 서체 개발용 SW보다 그 작업을 위한 효율적 프로세스를 서로 다르게 만들어 일하는 것을 경쟁력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성과를 논외로 하더라도 국내서 SW업계가 국가적인 지원 노력의 대상이 되는데 비해 서체 디자인 업계는 그런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최근 집중 조명된 사례들은 결과물을 소비하는 수준에 그친 것이다.

고 부장은 글꼴에 대한 법적인 보호나 인식이 부족한 국내 시장 현실이 실제 개발을 하고 있는 업체뿐 아니라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국가적 보호와 국민의 의식 개선을 통해 좀 더 많은 글꼴 개발업체가 생겨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아쉬운 전문인력 양성체계

사실 서체 디자인에 필요한 전문성은 일반 시각디자인 전공 자질에 더해 서체 관련 기술지식도 익혀야 해서 더 높은 편이다. 정작 국내 SW산업을 겨냥해 전문 개발 인력을 양성하듯 서체 디자인 역량을 갖추도록 해주는 교육과정과 기관은 전혀 없는 형편이다.

권 수석디자이너는 일반적으로 폰트 디자이너는 시각디자인학과나 일반디자인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폰트 개발사의 인턴 등 과정을 거치면서 재교육을 받아 전문화된다며 타 디자인 분야에서 폰트 디자인으로 전향하는 경우는 일반 시각디자인 회사간 이직 사례처럼 쉽지 않고 희귀하다고 설명했다.

산돌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에 타이포그래피 전공 과정이 있지만 디지털용 서체 개발만을 중점적으로 다루진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부분의 디자인 학과에서 타이포그래피를 주제로 하는 강좌가 열리지만 일반적인 내용을 다루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해외는 '폰트디자인'이라 불리는 글꼴 디자인만 다루는 학문이 존재한다. 특히 '폰트'라는 표현 자체가 전통적인 활자를 뜻하는 '타입페이스(Typeface)'보다 디지털화된 환경에 쓰이는 용도임을 암시하고 있어 국내보다 체계적인 전문인력 양성이 이뤄지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연재순서>

[글꼴 특집-①]한글 글꼴 이슈, PC 넘어 모바일로

[글꼴 특집-②]MS-애플-구글, 왜 한글 글꼴에 주목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