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환경에서 LCD화면 가독성을 고려한 첫번째 한글 글꼴로 알려진 글꼴은 윈도7, 비스타 내장 서체 '맑은 고딕'이었다. 뒤이어 등장한 포털 네이버의 '나눔 글꼴'도 가독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개인과 기업에 무료로 공개돼 모바일 기기에서 자연스럽게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특히 네이버측에 따르면 최근 애플이 나눔글꼴을 맥OS X에 탑재한데 이어 다른 애플 운영체제(OS)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혀 국내 사용자들의 기대를 모은다.
애플이 최근 출시한 제품에 국내 포털 네이버의 '나눔글꼴'을 담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글 서체에 대한 사용자 관심이 모아진다. 회사는 최신 맥OS 10.7 버전인 '라이언'을 정식 출시하기에 앞서 개발자용 시험판(DP) 3 버전부터 나눔글꼴을 탑재하기 시작한 것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나눔글꼴 역시 LCD화면에 더 나은 가독성을 보이도록 글꼴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표현해주는 클리어타입 매뉴얼 힌팅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개인이나 기업이 사용, 수정, 재배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오픈폰트라이선스(OFL) 기반 서체라 맑은 고딕보다 활용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에 일부 사용자들은 애플이 내친김에 나눔글꼴을 기본 시스템 글꼴로 지정해 주길 기다려왔다. 기존 시스템 기본 글꼴 '애플 고딕'의 가독성이나 미적 가치가 함량 미달이었는데도 오래도록 개선 가능성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신제품 맥OS X '라이언'에 국내 사용자들의 관심이 몰린 이유로도 작용했다.
■오픈라이선스 '나눔글꼴' 확산
아이폰, 아이패드 OS인 'iOS' 시리즈에 포함돼온 한글 글꼴 '애플고딕레귤러'는 희미한 자획을 약간 굵게 만들었을 뿐, 앞서 지적한 맥OS X 한글서체 '애플고딕'이 보이는 문제와 뿌리가 같았다. 다른 지역 언어의 기본 글꼴처럼 기울인 글자나 굵은 글씨를 표현할 수 없어 애플이 그토록 중시하는 최적의 UX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다. 애플은 이같은 사용자 불만에 따라 UX 최적화를 위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국내 출시를 예고한 MS 윈도폰 UI에 들어가는 시스템용 서체도 마찬가지로 화두다. 한글UI 글꼴 '마이크로소프트 네오고딕(Microsoft Neogothic)'은 정식 출시 이전 국내서 일반인(블로거)들을 대상으로 선보인 윈도폰 망고 시험판을 통해 일부 알려졌다. 그 직후 글꼴에 대한 실망 여론이 번지는 가운데 호평은 나오지 않았다. 이미지보다 글꼴 위주인 윈도폰 '메트로UI'에서 로마자 글꼴 '세고(Segoe)'에 비해 세련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한글 글꼴 최적화 움직임은 오픈소스 제품에서 더 활발하다. 구글 크롬북에 탑재되는 리눅스 기반 '크롬OS'와 캐노니컬의 '우분투'에 기본 지정된 한글 서체도 나눔글꼴이다. 크롬북은 구글이 이동이 잦은 업무환경에서 클라우드 기반 웹애플리케이션을 쓰는 용도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우분투 리눅스 역시 서버 시스템과 데스크톱PC용 배포판 외에도 넷북 사양에 맞춰 경량화한 버전이 존재한다. 지난 6월 이후 두 제품에 시스템용 한글 서체로 나눔글꼴이 적용됐다. 해당 제품의 국내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지난 수개월에 걸쳐 활발한 논의가 진행됐고 제품 개발 주체가 이를 적절히 수용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지역별 최적화 모범사례 '맑은 고딕'
사실 윈도 시리즈로 PC 운영체제(OS) 시장을 장악했던 MS의 과거 움직임은 이런 흐름을 예견한 사례로도 꼽힌다. 회사는 지난 2007년 출시한 '윈도 비스타'와 '오피스 2007' 버전용 기본 한글 글꼴로 '맑은 고딕'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한 오픈소스 개발자는 윈도용 파이어폭스 한국어판을 위한 기본 글꼴로 이를 지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맑은 고딕은 한국MS와 국내 글꼴개발업체 산돌커뮤니케이션이 협력해 개발한 디지털 서체다. 자획의 윤곽선 정보를 품고 있는 '트루타입폰트(TTF)' 형식으로, 인쇄 출력물과 모니터 화면에 표시되는 형태를 맞추기 위한 노력과 윈도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녹아들 수 있는 특성을 반영한 특징을 가졌다. 과거 인쇄용 글꼴로 분류됐던 TTF가 LCD 모니터 사용 환경에서 화면용 글꼴 '비트맵 폰트' 역할도 맡게된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맑은 고딕은 MS 윈도폰에서 한국어 본문용 한글 글꼴로도 쓰인다. UI 글꼴인 네오고딕에 비해 누적된 사용자 기반과 그만큼 검증된 가치를 갖고 있어 시스템에 기본 탑재된 것으로 풀이된다.
산돌커뮤니케이션 폰트디자인랩의 권경석 수석디자이너는 맑은 고딕은 TTF에 '클리어타입' 힌팅 기술을 입혀 LCD 화면에 최적화시키고 윈도 UI 서체로서 기능을 더하도록 만들어졌다며 타 문자와의 호환성이나 조화 체계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글꼴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1995년 한국어판 윈도95 출시 이후 널리 쓰인 한양정보통신의 '굴림체'가 낳은 폐해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으로도 평가된다. 글꼴 전문 디자이너들의 분석에 따르면 굴림체는 일본 유명 글꼴로 알려진 '나루체'와 유사한 디자인 원리를 적용한 한글 글꼴이다. 자획이 일정하게 가늘고 꺾이거나 끝내는 마감처리를 둥글게 한 것 등이 일치했던 것이다.
<연재순서>
[글꼴 특집-①]한글 글꼴 이슈, PC 넘어 모바일로
[글꼴 특집-②]MS-애플-구글, 왜 한글 글꼴에 주목하나
관련기사
- [글꼴특집ⓞ]한글 글꼴로 '디지털 감성'을 잡아라2011.08.18
- "아이폰-아이패드에 '나눔 글꼴' 들어간다"2011.08.18
- 윈도폰 망고, '한글UI' 글꼴 바뀔까2011.08.18
- 애플 사용자 "글꼴, 바꾸자" 집단 청원2011.08.18
[글꼴 특집-④]한글 글꼴 업계, SW산업 비교해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