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애플 제품 사용자들이 부실하게 방치돼온 한글 지원에 참다 못해 집단 행동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애플 본사에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들어간 시스템용 한글 글꼴을 공개서체 '나눔고딕'으로 바꿔달라는 영문 제안서를 함께 보내자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아이폰 사용자 'DroArc'는 지난 20일 한 웹커뮤니티 아이폰 소모임과 개인 블로그를 통해 (영문 제안서로) 애플에 한글글꼴 변경 건의를 보내자는 소비자 행동을 촉구했다. 그는 해외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들을 한국어로 번역해 자신의 블로그에 소개해온 이력이 있다.
DroArc는 '한국(문자) 글꼴에 관한 iOS5 (개발) 제안'이라는 제목의 영문 제안서를 제시하고, 해당 내용을 애플 본사의 온라인 사용자 의견 제안 사이트(http://www.apple.com/support/feedback/)에 함께 보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글꼴 변경이 필요한 이유로 iOS에서 한글 시스템 글꼴로 들어간 서체 '애플고딕'은 글꼴 자체가 갖는 아름다움과 액정 화면상의 가독성이 떨어진다며 두꺼운 글씨체 형식(bold)도 지원 안 돼 한글만 유독 굵은 글자를 쓸 수 없는 문제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나눔글꼴은 그 자체로 훌륭하고 개인, 기업이 상업 용도로도 무료로 쓸 수 있도록 공개돼 있다며 애플고딕을 대체하기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iOS5를 개발중인 애플에게 한국인들의 요청을 전하는 의미로 각자 애플에 iOS 한글 글꼴을 바꿔달라고 제안한다며 자연스럽게 되겠거니 기다린다고 애플이 알아서 해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영문 제안서는 소모임의 다른 회원 'objectC'가 원안을 냈고 타 커뮤니티 사용자 '카일로123'이 1차 수정을 거치는 등 해당 문제에 공감하는 여러 사용자들이 제안서 작성 시점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해왔다.
DroArc는 처음 게재한 '애플에 한글글꼴 변경 건의를 보내주세요'라는 게시물을 글목록 페이지가 넘어간 이후 몇차례 반복해 올렸다. 계속 게시판에 노출시켜 추가로 사용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커뮤니티에서 해당 제안을 접한 다른 사용자들은 제발 가독성 좋은 서체 넣어줬으면 좋겠다, 좋은 기획이라 생각해 동참했다, iOS5에서 서체 변경만 된다면 다른 기능 추가된 것보다 훨씬 더 기쁘겠다 등 호응했다.
한편 애플측이 실제 요구를 반영하게 돼도 처리하는 과정까지 금방 진행되진 않을 것 같다거나 건의가 수용돼도 iOS6에서 구현되면 아주 빨리 해주는 것 아닐까 싶다는 예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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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애플이 최근 국내서 불거진 매킨토시(이하 '맥') PC용 시스템 글꼴 '애플고딕'에 관한 불만과 함께 향후 보여줄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글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대해 애플이 그간 강조해온 일관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할 것인지 주목된다.
글꼴 전문 개발사 산돌커뮤니케이션의 폰트디자인랩 권경석 수석디자이너는 23일 범용 소프트웨어나 전자 단말 환경에서 UX를 좌우하는 요소들은 다양하지만 근간을 이루는 부분은 타이포그래피라며 이는 문자를 다루는 모든 영역에 해당하기에 '글꼴'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