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꼴특집②]MS-애플-구글, 왜 한글 글꼴에 주목하나

주요 IT 업체 제품들의 모바일 환경에서 한글 글꼴에 따른 사용자 경험(UX)을 강화하는 추세다. 서체 전문가들에 따르면 범용 소프트웨어나 전자기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표시되는 한글 글꼴이 UX를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산돌커뮤니케이션 폰트디자인랩의 권경석 수석디자이너는 디지털 제품 인터페이스에 적용한 한글 글꼴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서 UX가 크게 좌우된다며 근간을 이루는 부분은 문자 타이포그래피인데, 이는 마치 글이 손님을 맞는 언어, 목소리톤이 문자이기 때문이라고 비유했다.

이에 '출력용'과 특성이 다른 다른 '화면용' 서체로써 한글 글꼴의 가치가 높아진 분위기다. 즉 모바일 기기에 올라가는 화면용 한글 서체가 어떤 품질을 보이느냐도 국내 사용자들에게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얘기다.

산돌커뮤니케이션에서 폰트 코딩과 관련 솔루션 개발을 맡는 솔루션개발부의 노영권 책임연구원은 현존 디지털 서체들은 포스트스크립트, CIDPS 등 출력용과 트루타입(TrueType) 등 화면용으로 구분돼 있고, (출력용 서체를 쓰는) 인쇄 환경에 변화가 크지 않다면서 점차 확산될 오픈타입(OpenType) 폰트가 그 경계를 없애고 있지만 아직 대중적이진 않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앞서 PC 운영체제(OS)와 소프트웨어에 들어가는 화면용 한글 서체를 재조명한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국내외 관련 업계는 좋은 서체를 찾아 활용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성이 점점 더 강화될 전망이다.

산돌커뮤니케이션 법인사업부의 국내외 제품 유통과 영업을 맡는 고현남 부장은 인쇄 매체를 떠나 여러 디바이스 환경이 광범위한 한글 글꼴 활용 영역으로 발달하고 있다며소비자들의 디자인 품질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면서 디지털 한글 글꼴에 대한 수요도 분명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꼴의 경쟁력 판가름 요소는

어떤 글꼴이 경쟁력있는 서체인지 잘라 말하긴 어렵다. 수치를 기반으로 계량적인 목표나 기준을 제시하기 어려운 것은 UX나 그에 작용하는 서체 디자인이나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산돌커뮤니케이션측은 크게 가독성, 범용 및 일관성, 심미성이라는 3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가독성은 읽기 쉬운 정도를 말한다. 권경석 수석 디자이너는 이를 글자의 기본 기능이면서도 미적 완성도를 결정짓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범용, 일관성은 서체가 사회에서 합의된 약속을 따르는 정도를 가리킨다. 글꼴 디자인이 어느정도 낯설지 않도록 요구되는 특성이다. 과도하게 튀거나 변형이 심할 경우 의미 전달에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 수석디자이너는 (서체 가운데 어떤 낱자가) 너무 개성적이거나 일부분만 특화된 디자인을 하고 있으면 문제가 된다며 폰트는 조형물이지만 이미 문화적, 사회적으로 약속된 기호이기 때문에 그 한계 안에서 균형, 조화,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미성은 서체가 단순한 아름다움 이상의 것을 지향하는 속성이다. 권 수석디자이너는 심미성은 서체가 지닐 수 있는 이미지 전달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용자가 글꼴을 접함으로써 느끼는 경험과 감성을 통해 파악되는 것이다고 밝혔다.

■좋은 한글 글꼴이란…

글꼴을 볼 때 화면상에 보이는 것을 기계적으로 분석한다면 늘어뜨린 자획의 굵기, 낱자의 너비와 길이 등에 불과하지만 이를 기반으로 여백과 글자가 차지하는 공간, 시각적 정렬 상태, 조판 특성, 사용성 등을 고려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한글 글꼴만의 특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한글은 모아쓰기 방식이라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는 일관성, 구조에 따른 글꼴 디자인상의 변화가 크다고 한다. 풀어쓰기 방식인 영문 표기용 로마자 글꼴보다 구성해야 할 자수도 훨씬 많아 더 다양하고 세부적인 규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글 글꼴 한 벌에는 최소 2천350자부터 최대 1만1천172자까지 모아쓴 낱자가 들어가고 로마자, 숫자, 한자, 특수기호까지 한글과 어울리게 설계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권 수석디자이너는 덧붙였다.

<연재순서>

[글꼴 특집-①]한글 글꼴 이슈, PC 넘어 모바일로

[글꼴 특집-②]MS-애플-구글, 왜 한글 글꼴에 주목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