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국권침탈 100년 특별기획 ‘일본에 고함’

일반입력 :2011/08/12 14:18    수정: 2011/08/12 17:17

봉성창 기자

요즘 한일 관계는 북한 이상으로 첨예하고 냉랭하다. 일본의 일방적인 독도 영유권 주장을 비롯해 종군 위안부 강제 징용 부인, 역사 교과서 왜곡 등 각종 이슈가 잊혀질만하면 번갈아가며 고개를 내민다.

이러한 대립을 단순히 해묵은 반일 감정으로 치부하기에는 양국은 역사적으로 너무 많은 교류와 대립을 거듭해 왔다. 그중 일부는 양국 정상이 만나서 악수하고 합의한다고 해도 해결될 수 없을 만큼 골이 깊다. 그래서 일본은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도 먼 나라다.

KBS는 지난해 8월 국권침탈 100년을 즈음해 지난 2천년 간의 한일 관계사를 다룬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한국과 일본’을 방영했다. ‘인연’, ‘적대’, ‘공존’, ‘변화’, ‘대결’이라는 5가지 키워드로 집약한 이 프로그램은 한일간 적대적 관계를 주로 다룬 기존 역사 다큐멘터리와는 차별화된 시도로 시청자들에게 호평 받았다.

5부작으로 제작된 이 프로그램은 백제의 문물 전래, 여몽연합군, 임진왜란과 같이 지난 2천여간 양 국가의 공존과 대립의 역사를 기행 형식으로 차분하게 풀어냈다. 또한 이를 통해 양국이 앞으로 풀어야 할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프로그램 방영 이후 제작진은 1년여 만에 ‘일본에 고함’이라는 책을 냈다. 김종석, 최지원 두 KBS PD와 고은희, 정윤미 작가 등 제작팀이 공저한 이 책은 독자에게 한일 양국 간의 관계에 대해 보다 차분히 음미하며 충분하게 생각할 시간을 준다.

특히 ‘일본에 고함’은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양국 간의 역사적 사실이나 숨은 비화를 균형감 있는 시각으로 제시한다. 백제 사신인 ‘목협만치’가 일본으로 건너가 ‘소가노 마치’가 되며 시작된 인연은 고려시대 여몽연합군으로 잘 알려진 몽고의 일본 침략으로 위기를 맞는다.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러 양국은 잠시 공존과 평화를 모색했지만 그 끝은 왜란의 시대로 이어진다. 특히 먼저 근대화를 받아들인 일본은 부강해진 국력과 진보된 무기를 앞세워 한국을 핍박하고 결국 강제로 합병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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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한국과 일본은 소통하고 공존할 때 융성하고 번영했으며, 갈등하고 대립했을 때 쇠퇴하고 불행했다. 이 책의 제목은 ‘일본에 고함’이지만 들어야 할 사람은 양국민 모두다.

공동 저자인 최지원 KBS 프로듀서는 나오는 글에서 “21세기 한국과 일본에게 필요한 것은 두 나라가 함께 사는 법을 찾는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2천년의 역사적 경험을 모아 두 나라의 성찰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KBS 역사스페셜 제작팀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