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이 대리의 일본 보안시장 개척기

일반입력 :2011/08/09 11:15    수정: 2011/08/10 07:46

김희연 기자

국내 보안업체인 시큐아이닷컴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보안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최근 국내 보안업계의 일본진출이 꾸준히 늘어났지만, 특히 시큐아이닷컴은 빠른 시간 안에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 해 일본 실적호조에 힘입어 ‘백만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같은 성과에는 기업영업그룹 솔루션사업부 해외영업 담당자 이선영 대리가 유독 주목 받고 있다.

최근 만났던 이 대리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평범한 이 시대의 표준 워킹맘이었다. 여성파워가 강력해진 요즘 시대라지만 아직까지 남성이 대부분인 비즈니스 세계에서 어떻게 그가 까다로운 일본 시장개척을 이뤄냈을까 비법이 궁금했다.

“자나깨나 일본시장을 개척할 생각뿐이었어요. 식상한 얘기같지만 정말 일본만 생각했죠. 처음엔 너무 막막하기만 했어요. 회사 입장에서도 현지 시장성을 확신하지 못해 무작정 투자할 수는 없었거든요. 하지만 진심은 어디에서나 통하더라구요.”

■이 대리의 이중고…고객, 회사 모두 설득 쉽지 않아

처음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이 대리가 시큐아이닷컴 해외영업 담당을 맡았을 때 국내 보안업계는 거의 일본 보안 시장에 대한 개념자체를 갖고 있지 않았다. 몇몇 업체가 일본 시장을 막 노크하기 시작하는 상황이었지, 성과를 거둔 선례가 없었다.

이 대리를 더욱 당황시킨 것은 그가 시큐아이닷컴의 유일무이한 해외 담당자란 것이다. 그것도 실질적인 결정권 없는 대리라는 직책으로 일본 보안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회사 내부에서 일본 시장을 확신하지 못했다는 게 그에게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회사 입장에서 일본시장 진출을 망설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어요. 투자한 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무작정 투자결정을 내릴 순 없겠죠. 하지만 일본진출은 시큐아이닷컴에게 있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란 확신이 나름대로 있었습니다.”

그는 그 확신때문에 회사를 향한 끊임없는 설득을 멈출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일본 시장은 한 번 신뢰가 쌓이면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기 쉽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먼저 중소기업에 소형 UTM을 공급하기로 했어요. 생각보다 일본 내에서 반응도 좋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회사에서도 일본 보안 시장을 향한 공격적인 전략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죠.”

■일본시장 개척 비결은?…‘솔직함과 성실함으로 승부’

그는 일본 시장개척의 비결을 ‘솔직함’이라고 털어놨다. 지원이 어렵거나 개발이 필요한 기능을 숨기지 않고 대신 다른 장점을 내보였던 것이다. 특별한 비결은 아니었지만 공감가는 얘기였다. 그가 솔직함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에피소드를 듣고 나니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보통 고객사 요구조건이 많잖아요. 특히 기능적인 부분에 대한 요구가 많은데, 기능지원에 대한 부분을 물었을 때 대부분 업체들은 무조건 지원한다고 말하거나, 개발하면 가능하다는 답변을 많이합니다. 저는 저희제품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답하지 않았어요. 대신 저희의 다른 장점을 소개했죠. 물론 당시에 계약이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하지만 나중에 그 고객사에서 다시 저희를 찾아 신뢰있는 답변이 오히려 인상깊었다며 뒤늦게 좋은 결과를 얻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솔직함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준 일화다. 하지만 냉정한 일본 시장에서 제품의 품질이 뛰어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었던 성과다. 제품의 품질에 그의 성실함이 더해져 시큐아이닷컴의 일본진출은 날개를 달았다.

그가 마냥 솔직함만 내세운 건 아니다. 그는 끊임없이 현지 고객을 만났다. 일본 내 모든 총판사와 접촉해 시큐아이닷컴의 제품을 소개했다. 딱히 묘수는 없었지만 무작정 전화를 걸었고 직접 찾아가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일본 고객사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제품 현지화 노력도 멈추지 않았다.

■중소기업 겨냥한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수

“국내 제품은 대부분 고성능을 지향합니다. 하지만 일본 중소기업(SMB)시장에서 고사양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적정시장 수준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전략을 통해 시장장악력을 높여나갔죠. 또, 시큐아이닷컴의 통합보안장비(UTM) 한 대만 있으면 일본 개인정보보호법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다는 점도 성공의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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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리가 더욱 신경썼던 부분은 ‘쉬운 조작’이었다. 성능이 우수하더라도 장비조작이 어려워 시장진입에 실패한 사례가 다수였기 때문이다. 조작법을 개선할 필요가 분명했다. 일본 시장에서 판매되는 UTM제품을 초보자도 쉽게 쓰게 내놨다.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울만한 요소를 만들어낸 셈이다. 그는 이같은 차별점이 해외 시장 개척에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시장의 성과가 폭발적인 성장은 아닙니다. 꾸준한 매출 상승을 통해 시장 가능성을 확인했던거죠. 이제 성과를 거둬들일 차례입니다. SMB에 머무를 게 아니라 하이엔드 시장을 겨냥한 제품으로 또 한 번 일본 시장의 영역을 넓힐 생각입니다. 파트너사도 다원화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제품을 소개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