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XP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IE) 9 완성판을 허용하지 않은데 이어 최근 선보인 IE 10 버전을 윈도 비스타에서 못 쓰게 만들었다. 이는 브라우저 점유율을 잃어가면서 오히려 사용자 기반을 축소시키는 움직임으로 논란을 낳는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IT미디어 아스테크니카는 지난 16일 보도를 통해 MS가 차세대 윈도에서 선보일만한 핵심 기능을 윈도7에서도 쓰게 만들 계획중이 아니라면 굳이 윈도비스타에서 IE10를 못 쓰게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MS가 내년 출시할 차세대 윈도의 시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기존 윈도7 사용자층을 활용할 가능성을 점친 것이다.
실제로 MS는 지난주 IE10 플랫폼 프리뷰(PP)를 공개하며 윈도 차기 버전에 이를 기본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유출된 차세대 윈도 스크린샷을 보면 터치스크린용 아이콘과 커다란 글꼴 등 태블릿을 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탑재될 전망이다. 윈도7에도 IE10 버전이 사용된다면, 태블릿에 특화시킨 차세대 윈도 기능들이 윈도7에도 일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이런 분석이 근거 없는 추측에 그칠 수도 있다. 그렇다면 MS는 윈도 비스타 사용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다른 이유를 찾아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IE10가 윈도 비스타를 지원하지 않게 된 경위는 지난번 IE9가 윈도XP를 지원하지 않게 된 경위에 비해 확실치 않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MS 대변인은 IE10 버전이 윈도7만 지원한다는 점에 대해 우리가 개발 과정에 주력하는 부분은 사용자들이 현대적인 OS와 하드웨어 환경의 이점을 꾸준히 누리는 것이라며 윈도 비스타 사용자들은 IE9를 통해 훌륭한 브라우징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이를 보도한 아스테크니카는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IE9 버전이 윈도7과 비스타만 지원하게 된 이유는 설명되지만 IE10 버전에서 비스타 지원을 빼고 윈도7으로만 돌아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당초 IE9가 윈도XP를 지원하지 않게 된 이유는 하드웨어 가속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가 윈도비스타 이상에만 들었기 때문이다. MS는 IE9부터 그래픽 처리장치(GPU) 기반 하드웨어 가속으로 구현되는 웹사이트 처리 성능을 강조해왔다.
IE9 하드웨어 가속은 고성능 그래픽 처리를 위해 윈도OS에 탑재된 '다이렉트2D(Direct2D)'와 '다이렉트라이트(DirectWrite)'라는 API에 의존한다. 윈도XP는 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윈도XP에서 IE 하드웨어 가속 기능을 못 쓴다는 얘기다. MS가 윈도XP용 IE9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다. 윈도XP 환경에서는 소위 말하는 IE9의 '훌륭한 브라우징 경험'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그에 비해 윈도7과 비스타간 기술적 차이점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사용자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면 계정 권한을 관리하는 방식이 비스타 때보다 윈도7에서 덜 번거롭게 바뀌었고, 윈도XP 가상 머신을 통해 기술 호환성을 높인 점 등이다.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는 윈도7이 훨씬 인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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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윈도비스타는 내년 4월까지 메인스트림 기술지원 대상이기 때문에 MS가 당분간 주력해야 할 제품이다. IE9를 못 쓰는 윈도XP 메인스트림 기술 지원 기간은 서비스팩(SP)3 기준으로 지난 2009년 4월 끝났다. 윈도XP용 최신 브라우저인 IE 8 버전은 그보다 한 달 앞선 2009년 3월 나왔다. 이런 점에 대해 MS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초 MS는 IE9를 선보이면서 하드웨어 가속을 통한 빠른 속도를 강조했다. 윈도XP용으로도 제공되는 크롬, 파이어폭스, 사파리, 오페라와 경쟁하는 대신 윈도7과 비스타 환경으로 전장을 옮긴 셈이다. 사실 크롬, 파이어폭스, 사파리는 윈도XP용 버전에서도 부분적인 하드웨어 가속 기능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