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를 향한 화상회의 업체 폴리콤의 미묘한 시선

일반입력 :2010/11/01 15:58    수정: 2010/11/02 14:00

화상회의 솔루션에서 선두를 질주하던 폴리콤이 뜻하지 않은 장애물에 부닥쳤다. 어제의 동지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 상대는 거함 시스코시스템즈다.

시스코는 그동안 회상회의 시장에서 폴리콤과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탠드버그를 인수하면서부터 폴리콤과는 피터지게 싸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시스코는 지난달 탠드버그의 물리적 통합을 완료하고 화상회의 시장을 향한 진군을 개시했다. 폴리콤으로선 부담스런 상황에 처한 셈이다.

그럼에도 폴리콤은 여유로운 모습. 탠더버그를 삼킨 시스코와는 멀어졌을지 모르지만 다른 파트너들을 다수 확보하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크리스토퍼 테일러 폴리콤 한국지역총괄본부장은 “시스코의 탠드버그 인수는 영상회의 관련 기업이나 IT 기업에게 영상회의 시장의 가능성을 알려주는 촉매제와 같다”라며 오히려 긍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폴리콤이 전체 기업시장에 대한 접점을 늘릴 수 있는 조건이 더 많아졌다는 얘기다.

크리스토퍼 테일러 본부장은 특히 폴리콤이 지향해온 '오픈 협업 네트워크(POCN)'를 강조했다. POCN은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시장을 확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개 표준(Open Standard)과 확장성(scalability)을 제공하는게 특징이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이미 POCN에 합류했다. HP, IBM, 주니퍼네트웍스,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대표적이다. 폴리콤과 이들 회사는 각자의 강점을 결합해 통합 커뮤니케이션(UC) 솔루션 경쟁력을 높이고, 호환성을 향상시키게 된다.

시스코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경쟁자로만 규정하지는 않았다. 싸울 때는 싸우고 필요하면 손을 잡는 '코피티션'(Coopetition: 경쟁(competition)과 협력(cooperation)의 합성어) 관계라는 것이었다. 폴리콤 영상회의 솔루션과 시스코 ‘콜 매니저’는 여전히 호환 가능한게 대표적인 사례다. 시스코 UC장비와 폴리콤 화상회의 장비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도 코피티션의 결과물이다.

시스코는 탠드버그 인수 후 텔레프레즌스 TIP 소유권과 TIP 구현 기업에 유용한 오픈소스 SW 라이브러리 등을 산업 감독 기구로 넘겼다. 해당 기구가 권리를 이해 당사자에게 로열티없이 라이선스를 주도록 승인하게 된다. 폴리콤 역시 시스코와 함께 TIP 지원계획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테일러 본부장은 “시스코와 협력자로서 TIP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IT업계 전반의 모바일 열풍에 대해서는 기업 화상회의에 모바일을 접목한다는 기본입장만 밝혔다. 테일러 본부장은 “고객이 앞으로 모바일 디바이스를 어떻게 사용할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시장 쪽을 주력해 향후 관련된 비즈니스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폴리콤의 DNA는 바로 공개 표준 기반인데, 이는 곧 이기종 솔루션, 장비 간의 유연한 호환성을 의미한다”라며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도 이기종 환경의 호환성 확보가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오픈 협업이란 기본 틀에서 호환성을 확보하면서 시장 내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용 화상회의 시장의 공간적인 전환도 눈여겨 볼 현안이다. 현재 화상회의는 기업을 넘어 컨슈머시장으로 이동할 움직임을 보인다. 시스코와 로지텍이 개인용 화상회의 시장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이와 달리 폴리콤은 개인용 화상회의에 조심스러운 접근을 보이고 있다. 테일러 본부장은 “홈 커뮤니케이션 시장은 가능성이 매우 크고, 언젠가는 가야할 시장인 것은 맞다”라면서도 “단, 구축, 유지보수 등 비용면에서 부정적인 분석이 나오고 있어 폴리콤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컨슈머 시장은 애플이나 구글, 소니 등의 경쟁자가 존재하는 만큼 더욱 효율적인 관점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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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콤은 지난 9월 시스코, 모토로라 등에서 6명의 전문가를 임원으로 영입했다. 시스코의 UC담당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조셉 버튼, 모토로라의 홈&네트워크 모빌리티 SW부문 대표였던 수드하카르 라마크리슈나 등이 눈에 띈다.

테일러 본부장은 “새로 영입한 6명의 임원에게 거는 본사의 기대가 매우 크다”라며 “오픈 협업을 바탕으로 마켓 리더십을 유지하면서 고객으로부터 신뢰와 존중을 얻는 것이 가장 큰 내년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