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개발 도상국 어린이들에게 PC를 저렴한 가격에 보급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OLPC(One Laptop Per Child) 프로젝트.
출범 당시 전세계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한국에선 바다건너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구경거리 정도로 인식돼왔다. 고성능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불티나게 팔리는 IT강국 한국에서 100달러짜리 OLPC가 파고들 공간은 크지 않았다. 아시아에서 OLPC 보급 대수는 4만여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OPLC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외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갑자기 무슨소리 하는 거냐?고 묻고 싶은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소리 하는 사람이 정말로 나타났다. 지난 8월 OLPC 아시아 대표로 취임한 이재철씨가 주인공이다.
“우선은 국격 때문이죠. 한국은 지난 50년간 IT와 교육으로 경제성장을 이뤘습니다. 이제 아시아 다른 나라에서 한국을 롤모델로 삼는 경우도 생기고 있어요. 한국에서 먼저 OLPC 운동에 앞장선다면 아시아 전반으로도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는 47개 아시아 국가 중 OLPC 운동을 주도적으로 해나갈 수 있을 만큼 경제력을 갖춘 나라는 흔치 않다고 설명한다. 또 일본이나 중국같은 경우 힘의 균형이나 민족 감정 때문에 타국의 협력을 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난점도 있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 한국이 의장국으로 활동하는 것도 한 이유다. 아시아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역내 저개발국 어린이들을 위한 PC보급 운동을 한다는 것도 의의가 있다는 것.
이재철 대표는 국내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해서도 OLPC는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약 300만명으로 추산되는 저소득층 학생들은 배를 곯는 극빈층보다 교육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산간지역이나 정보 인프라가 발달되지 않은 곳에서 학생들이 PC를 접하지 못함에 따라 정보 불평등이 일어나게 되고 이것이 곧 소득 격차 심화로 이어진다는 점을 그는 주목했다.
북한을 비롯한 아시아 역내 한민족에 대한 지원사업으로써 가능성도 그는 이야기한다. 정보 인프라 구축을 통한 연변, 조선족, 북한 등에 대한 지원이 보다 효과적으로 개방과 자립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 한달간 활동을 돌아보며 한국은 이제 시작 단계지만 국내서도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와 이야기의 물꼬를 트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부처 중심으로 OLPC 운동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OLPC 아시아 대표를 맡기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으로도 잘 알려진 아이위랩의 부대표로 재직했다. 그는 OLPC에 뛰어든 이유를 IT를 통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OLPC는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MIT 미디어랩 교수가 제3세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100달러짜리 교육용 노트북PC를 보급하면서 시작된 운동이다. 이 저가형 PC는 40개국 25개 언어로 제작돼 2007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총 200만 여대가 보급됐다. 이 대표는 학생시절 네그로폰테 교수와 함께 미디어랩에서 일했던 인연으로 아시아 대표를 맡게 됐다.
“지난 7월에 네그로폰테 교수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 저도 OLPC 운동이 지지부진한 줄 알았죠. 근데 아니더라고요.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OLPC를 후원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어요.
아시아와 달리 OLPC는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르완다는 지난 7월 키갈리 초등학교 2곳을 시작으로 노트북 시범 보급을 시작했다. 우루과이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매년 60만대씩 학생들에게 PC를 보급하는 운동을 5년간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다. 그는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가 OLPC는 노벨평화상감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해외에서는 공감을 얻고 있는 사업이라고 OLPC를 소개한다.
■차세대 OLPC도 ‘태블릿’이다
“재밌는 점은 저가 컴퓨터인 OLPC가 상업용 PC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거죠. OLPC가 발표되고 나서 사람들은 PC도 저렴해 질 수 있다는 걸 알았고, 실제로 넷북 같이 비교적 가격이 낮은 노트북이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어요.” OLPC 운동이 IT 전반에 기여한 점으로 그는 PC가격하락과 IT트렌드를 반영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는 최근 태블릿PC 보편화와도 연결된다. OLPC는 지난 8월 75달러짜리 태블릿 PC를 공개했다.
'XO 3.0'으로 이름붙여진 이 태블릿은 9인치 LCD에 플라스틱으로 본체를 만들어 내구성을 강조했다. 이전 제품군과 마찬가지로 리눅스 기반의 개방형 운영체제(OS)를 탑재했으며 LCD와 칩셋 등 주요 부품 원가를 낮춰 가격을 75달러 수준까지 끌어내린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들고 다니기 쉬어야 한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있죠. 자체 비전으로는 2013년까지 LCD를 포함한 모든 부품을 플라스틱으로 만든다는 목표에요. 아이들이 들고 다니기도 가볍고 또, 떨어트려도 깨지지 않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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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PC는 올해 말까지 인도적 차원에서 아프카니스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아이티, 르완다 등 전쟁 및 분쟁지역과 자연재단 지역등에 수백만대가 무상 보급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강조한다.
정부를 비롯해서 기업, 시민단체 등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OLPC를 바라봐 주었으면 해요. 기업 입장에서는 아시아 시장에서 기업 브랜드를 제고한다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