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 짙었던 올해 내비게이션 시장은 ‘살아남은 자=강한 자’란 공식을 여실히 증명해 보인 시련의 한 해를 보냈다.
시장 성숙기에 진입해 ‘제 살 뜯어먹기’식의 저가·출혈 경쟁이 심화됐고, 새로운 수익산업을 강구해야 할 때 유료 업데이트가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또 올 하반기 느닷없이 불어 닥친 스마트폰 ‘열풍’은 자칫 소프트웨어 산업 중심인 내비게이션 시장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단 해석이 대두되면서 시장판세를 안개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형국이다.
올해 출시된 전체 내비게이션 신제품 수는 대략 100개 수준으로 차량 매립형 제품의 증가세를 감안하면 거치형 제품이 이전에 비해 다소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지디넷코리아는 내비게이션 포털사이트인 네비가(www.naviga.co.kr)와 함께 올해 내비게이션 시장
10대 이슈를 집중 조명해 봤다. ■3D맵 3파전 압축
빗길이나 빙판길에서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지형고도데이터를 적용,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실제처럼 입체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본 운전자는 안전운전을 위해 감속하게 된다. 이 같은 서비스를 팅크웨어는 내년 초 3D 지도 업데이트 서비스에 추가할 계획이다.
3차원(D) 전자지도는 전체 시장의 30%를 밑도는 점유율을 차지하며, 본격적인 입체영상 지도시대를 열어젖혔다. 최근 파인디지털(대표 김용훈)이 ‘아틀란 3D’ 맵을 내놓고 후발주자로 가세하면서 팅크웨어, 엠앤소프트로 이어지는 삼각 구도의 경쟁체제를 형성하게 됐다.
팅크웨어는 3D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단연 압도적인 약 20% 점유율을 달성, 거침없는 질주를 하고 있으며, 올해 3분기까지 전체 매출의 35%를 3D 내비게이션을 통해 거둬들였다. 3D 제품이 차지한 3분기 누계 매출액은 600억원을 넘어섰다.
후발주자들의 추격전도 2010년을 뜨겁게 달굴 관전포인트다.
엠앤소프트 서근원 마케팅팀장은 “‘큐(Q)지니 3D’ 맵에 시청 등 지방 랜드마크 건물의 3D 표출이 가능한 2천 여건을 내년 1월까지 더 추가할 예정”이라며 “실제 주행에 관련된 지형물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지각생인 파인디지털(대표 김용훈)은 3D 내비게이션(제품명: 파인드라이브 스타일3D)에 부가적 혜택을 더해 경쟁력을 높였다. 출시일정이 늦춰지면서 제품개선에 시간적 여유를 벌었던 덕분이다.
예컨대 주행 경로가 건물에 가리지 않고, 도로와 산, 강, 호수 등 전국의 모든 지형 높낮이를 사실감 있게 묘사했다. 3차원 지도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를 위해 베이직과 클래식 3D(입체감이 덜한 3D 맵), 다이나믹 3D 버전 등 3가지 테마를 제공한다.
■TV홈쇼핑 덕에 보급형 제품 확대일로
내비게이션 판매에 TV홈쇼핑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면서 가격대별 소비패턴이 극명하게 갈렸다.
특히 주요 판매처인 온라인매장이나 대형 양판점 및 차량정비소에 손님들의 발길이 시들해지면서 ‘프리미엄→보급형’ 제품으로 판도변화가 가속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애당초 TV홈쇼핑은 재고 물량을 정리하여 현금유동성을 확보할 차원에서 이용됐으나, 최근엔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TV홈쇼핑으로 많이 기울면서 시장도 차츰 중저가 제품 쪽으로 맞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30~40만원 프리미엄 제품 성능을 20만원대 제품에서도 충분히 써볼 수 있다는 매력포인트도 보급기종 확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SK마케팅앤컴퍼니가 자사 브랜드 단말기로 처음 선보인 20만원대 내비게이션(모델명: 엔나비S100)은 티펙과 무선 콘텐츠 업데이트, 900Mhz급 CPU, DMB TV, 기본 4G SD카드, 블루투스 모듈 등 현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40만원 대 이상을 호가하는 고가 단말기의 사양을 두루 갖췄다.
팅크웨어도 이어 기본기능과 경제적인 가격대인 20만원대 보급형 DMB 내비게이션 ‘아이나비LE’를 출시했다.
내비게이션 한 대 값에 청소기 혹은 블랙박스를 동시에 마련할 수 있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내비게이션 사은품 행사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동종업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파인디지털이 한경희 생활과학의 청소기를 덤으로 제공한 이벤트를 진행, 단 시일 내에 업계 점유율 순위 2~3위권까지 치솟는 일종의 '편법' 성장세를 이뤘던 것,
이를 흥미롭게 지켜본 SK마케팅앤컴퍼니는 내비게이션 한 대 값으로 차량용 블랙박스까지 함께 구입할 수 있는 ‘엔나비 S100 추석 패키지’를 30만원대에 내놓게 된다.
‘29만원 대 고사양 7인치 내비게이션과 15만원 대 블랙박스를 동시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란 홍보문구를 전면에 내걸고 말이다.
네비가 운영자 신경승씨는 “현대 유비스가 독주하던 10만원대 저가형 시장에 인텔, SK네트웍스가 합류했고, 파인드라이브의 사은품 행사가 업계에 반향을 일으켰다”고 정리했다.
또 “올해 유독 20만원대 보급형 제품이 강세를 보이면서 팅크웨어 등 주요 업체들이 저가시장에 속속 합류했다”고 덧붙였다.
■콘텐츠 업데이트 ‘실시간’ 붐
PC와 연결해 2~3달 주기로 지도 업데이트를 받는 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때문에 제조사들은 좀더 편리한 업데이트 방식을 개발, 고객유치에 일환으로 적극 활용중이다.
팅크웨어와 SK마케팅앤컴퍼니는 차 안에서 손쉽게 업데이트 할 수 있는 ‘무선’ 방식을 채택했다.
아이나비 통신형 내비게이션은 KT 와이브로 망을 통해 운전자에게 필요한 도로 별 CCTV영상, 전국 주요 고속도로 교통정보, 실시간 유가정보 등의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 업데이트 하고 있다.
또 SK마케팅앤컴퍼니는 SK주유소에 설치된 디지털허브를 통해 자동 지도 업데이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곳에선 지도뿐 아니라 영화나 오디오북 등 차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다.
파인디지털은 DMB망을 통해 내비게이션 6대 정보(안전운전정보, 유가정보, 실시간 교통정보, 뉴스 및 날씨, GPS)를 자동 업데이트 할 수 있게 했다.
파인디지털 김병수 이사는 “실시간 교통 정보 등 데이터 서비스에 대한 운전자들의 요구가 늘어나고 있어 티펙(TPEG) 평생 무료 제공과 함께 추가로 실시간 안전정보, 기름값 정보, 날씨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 정보를 제공한다”라며 “향후에도 운전자에게 도움이 될 데이터 정보서비스를 점차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꺼지지 않는 ‘유료 업데이트’ 불씨
수익성 제고를 위해 팅크웨어가 가장 먼저 단행한 유료 업데이트 정책이 시일이 지나면서 차츰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세다. 시장포화와 수익성 감소에 직면한 업체들이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유료 전환은 필수불가결한 사항이었다.
하지만 국내 내비게이션 이용자들은 이미 무료 업데이트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인데다 업데이트를 정기적으로 챙겨서 하지도 않는다. 또한 일부 이용자들은 유료 업데이트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않아 유료 결제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입장이다.
이용자들의 인식전환이 이뤄지지 않아 유료화 정책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이를 역으로 기존의 무료 업데이트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는 업체도 있다
파인디지털은 '파인드라이브 스타일 3D' 제품에 관해 평생무료 업데이트를 내걸었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확보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엠앤소프트는 지난 6월 'Q지니'의 3D 버전을 내놓으면서 1년 간 무상 기간 제공 후 이후 유료 전환을 선언했다. 유료화 시점의 업데이트 비용은 연 2만원 수준. 팅크웨어와 같은 정책을 펼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핀 후 유료화 정책을 보류할 수 있다는 입장도 동시에 견지하고 있다.
팅크웨어는 “내년 하반기 무료 업데이트가 끝날 시점으로 이때부터 유료고객들이 얼마나 늘어 날지가 관건”이라며 “품질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추가적인 서비스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YTN-MBC-KBS 티펙 3파전 양상 지속…적용 단말기 57%대 육박
이달까지 티펙(TPEG)이 적용된 단말기의 보급률은 57%를 기록, 티펙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목록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세다.
업계 통계에 따르면 적용 제품 수 기준 올해 방송사별 시장 점유율은 한 마디로 YTN DMB의 '선전'과 KBS의 '현상유지', MBC의 '정체'로 요약된다.
하지만 그 이면엔 가격에 포함된 무료 DMB 등 업계 마케팅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동적인 선택부분을 간과할 수 없으므로 성능이나 서비스 부문에 차이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작용하고 있다. 티펙시장은 DMB 2.0과 방송 웹 서비스(BWS) 등 데이터 서비스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됐으나 올해 신규 투자가 지지부진했고, B2B 영업에 있어 과도한 출혈 경쟁이 지속돼 전반적인 시장기상도는 ‘구름 많음’이었다.
■빌트인 내비게이션 성장세 쾌속
올해 빌트인(built-in: 차량 대쉬보드에 내장) 내비게이션 단말기는 총 29개의 제품이 새롭게 생산됐다. 지난해 전체시장 비중의 15%를 차지하던 빌트인 제품은 올해 24%까지 올라섰다. 물량으로 작년 10만대에서 올해 15만대~20만대 수준이다.
이는 대형 세단이나 수입차 모델에만 장착되던 고가 제품이란 인식이 씻겨지고, 100만원 초반 가격대로 떨어지면서, 강력한 멀티미디어 환경을 구현하고 후방카메라 등 편리한 부가 기능을 무장, 운전자의 마음을 돌려세운 것이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올해 선보인 2010년형 싼타페에 빌트인 내비게이션 탑재 비율은 20.5%로 지난해(1.1%)에 비해 20여배나 늘었다. 또 지난 9월 선보인 신형 쏘나타도 구입 고객 36.8%가 빌트인 내비게이션을 탑재해 구매했다.
또 르노삼성자동차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뉴 SM3에 처음 도입된 빌트인 내비게이션의 탑재율은 15%이며, 2010년형 SM5는 18%를 기록했다. 관계자는 “지난해 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깔끔한 디자인과 음성인식, 후방카메라 등 멀티 솔루션이 갖춰진 빌트인 내비게이션이 운전자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다른 한편에선 “매립 제품시장은 가격파괴와 덤핑 방식에 의한 재고 처리량이 증가하면서 ‘레드오션’에 직면하고 있다”라며 우려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스마트폰, 기회의 땅인가?
실제 사례로 구글이 스마트폰 무료 내비게이션 시스템 출시 계획을 발표하자 가민(Garmin)이나 톰톰(TomTom) 같은 GPS 전문업체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구글 안드로이드(Android) 운영체재(OS)가 탑재된 모바일에서 구글 맵(Google Maps) 최신 버전을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매력은 이들 업체의 매출급감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해외시장에선 4.3인치 LCD를 채용한 내비게이션이 대부분인데 스마트폰의 액정 크기가 이와 비슷한 3.7인치였던 까닭에 이를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던 것. 또 소비자들 입장에선 매회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비용을 지불하고 있던 터라 가격에 대한 저항감이 컸다.
그래서다. 최근 국내 스마트폰 열풍이 내비게이션 시장엔 위기일까 기회일까?
아이폰 국내 출시와 맞물려 엠앤소프트와 엑스로드는 발빠르게 스마트폰용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으며 시장의 기회로 삼는 경향이 뚜렷했다.
엠앤소프트의 ‘플레이 맵’은 휴대용 단말기에서 사용자 위치 주변의 시설물 정보를 검색하고,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소셜네트워크사이트(SNS)와 연동돼 위치나 장소에 대한 콘텐츠를 작성하고 공유할 수 있다.
이는 애플 앱스토어 등록 후 몇 주간 국내 무료 애플리케이션 1위를 차지했다. 엠앤소프트 모바일 LBS팀 박양균 팀장은 보행자 위주의 실용성 높은 플레이맵이 아이팟과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보단 해외시장에 초점을 맞춘 엑스로드는 미국 러시아 등지에서 키워드 검색이 가능하고 방향 안내 시 음성으로도 안내해 주는 아이폰용 전자지도를 출시했다. 영국에선 옴니아용 전자지도를 유료 애플리케이션으로 제공한다. 엑스로드 김정훈 팀장은 이를 통해 “월 2억~3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내시장은 7인치 내비게이션이 전체 시장에 95%를 차지하고, 특히 화면분활 동시화면 방식(PIP)을 주로 이용하는 스타일 때문에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 경계는 뚜렷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업체의 행보가 당초 예상했던 ‘스마트폰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
위기를 기회로 맞이하기 위해 대부분 업체들은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위치기반검색광고’를 기대해 왔다. 모바일 위치광고는 현재로선 가능성을 타진하는 수준이나 콘텐츠 다운로드 비용만을 간신히 챙길 수 있는 구조와 최근 무료 애플리케이션 증가 추세에서 그 시도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예상치 못한 복병인 포털사이트들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두 진영간이 모호한 경계를 놓고 ‘으르렁’되는 형국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대표 최세훈)은 고해상도 항공사진인 ‘스카이뷰’와 파노라마 거리사진인 ‘로드뷰’ 등의 3D 입체 지도서비스를 누구든 이용할 수 있게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애플 온라인 콘텐츠 마켓인 앱스토어에 등록했다.
포털 파란(대표 서정수)도 이 같은 대열에 합류, 최근 스마트폰에서 사용 가능한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가장 큰 특징은 모바일웹 서비스 접속을 통해서만 가능한 서비스의 제약성을 탈피해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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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 업체는 향후 수조원대 규모가 예상되는 모바일 웹지도 시장을 그냥 두고 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초반 주도권을 둘러싼 두 진영간 진짜 승부는 2010년께 터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밖에 올해 내비게이션 시장은 ▲연간 100만대 이상 시장 규모인 블랙박스 시장의 보급률이 늘면서 결합형 모델의 잇따른 출시와 ▲운전 중 DMB 시청 금지 법제화 추진과 이에 따른 DMB시장의 동요와 진통, ▲통신형 내비게이션 성공여부가 내비게이션 시장의 메가급 이슈를 던져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