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꽃보다 제목의 유혹

일반입력 :2009/05/12 16:05

옥상훈

꽃보다 제목

2009년 인기 TV드라마 제목은 다섯 글자 공식이 적중했다. 꽃보다 남자, 에덴의 동쪽, 아내의 유혹, 내조의 여왕, 신데렐라맨, 찬란한 유산 등 다섯 글자 제목들이 TV전파를 장식하고 있다.

인기 드라마의 다섯 글자 제목은 사람들의 관심을 쉽게 끌어 들일 수 있어 비단 TV뿐만 아니라 신문, 인터넷 매체의 기사를 비롯하여 식품, IT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도 TV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제목들이 붙여지고 있다. 마치 사람에게 있어 호감을 주는 첫 인상이 그러하듯이 제목들이 유혹하는 메이크업을 따르고 있다.

제목의 유혹

일반적으로 제목은 전달하려는 컨텐츠를 ‘함축’하는 표현이지만 최근 다섯 글자 제목의 유행에서 보듯이 ‘유혹’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속칭 ‘낚시질’이라 불릴 만큼 사람들로 하여금 일단은 보게끔 유도한다. 이는 컨텐츠를 전달하는 미디어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함으로써 TV 시청률, 광고 클릭률 등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경쟁적으로 유혹하는 제목 짓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매일 홍수 같이 쏟아지는 새로운 컨텐츠들 사이에서 사용자들을 유혹하지 못하면 그 컨텐츠는 음지에서 조용히 시들수 밖에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메시지 마케팅 무한 경쟁 시대

최근에는 메시지(제목)만 전달하는 서비스들이 폭발적인 사용자들을 이끌어 내고 있다. 국내 서비스로는 미투데이가 있으며 글로벌 서비스로는 트위터가 있다. 서비스는 140자의 짤막한 내용을 입력하면 친구관계이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전송이 된다.

서비스 취지는 그러했지만 최근에 구글, 애플, 어도비를 비롯한 여러 글로벌 IT 기업들이 마케팅을 위해 트위터에 뛰어 들었고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대선때 선거유세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고 최근 미국 백악관도 트위터를 개설하였다.

그 이유는 길고 복잡한 내용보다는 짤막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메시지를 사용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이다. 게다가 웹뿐만 아니라 모바일로도 메시지가 실시간에 가깝게 많은 사람들에게 전송이 되므로 마케팅을 위한 매력적인 수단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기업 이미지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메시지 트랜드를 분석할 수 있어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메시지를 활용한 마케팅에 뛰어 들고 있다.

세상은 점점 빠르게 돌아가고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쏟아 내고 있다. 잠시 한눈을 팔면 쌓여 있는 메시지들은 사용자로 하여금 정보 가치 판단 방법을 바꾸어 놓고 있다.

제목 한 줄로 전부를 판별하는 현상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유익한 컨텐츠일지라도 그 수가 넘쳐 나면 클릭하여 열어 보는 것 조차도 아끼려 들게 된다. 일단 열어서 그 내용을 읽다 보면 시간이 휘리릭 지나가 버리는 것을 경험한 이상 글 제목이 한 줄이 읽어볼 만한 충분한 가치를 주지 못하면 그대로 휴지통으로 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아침에 메일함을 열 때, RSS리더로 새로운 메시지를 받을 때, 포털이나 뉴스, 쇼핑몰 사이트에 들어갈 때 등 정보들이 넘치는 곳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다.

제목 한 줄은 포털사 메인 뉴스의 경우 8글자에서 12글자, 길어야 20자 정도다. 제목은 그 뉴스나 상품에 대한 모든 것들을 담아야 함은 물론이고 일단은 보게끔 유도해야 하는 책임도 떠안았다. 제목에 사용할 수 있는 글자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조사나 띄어쓰기에 따라 사용자가 떠올리는 내용은 달라진다.

제품 이름에 낚여 상품을 구매하다

필자는 제품이름에 낚인 사례로 ‘카라멜콘과 땅콩’과자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카라멜콘 땅콩’과 ‘카라멜콘과 땅콩’의 차이를 아는가? 전자는 땅콩 알이 없는 카라멜콘이고 후자는 땅콩 알이 들어 있는 카라멜콘이다. 땅콩이 들어있는 카라멜콘은 2007년 10월 이래 발매가 중지되면서 이름에 ‘과’자가 빠져서 제품으로 나왔다.

물론 2007년 10월 이후 처음 먹는 사람이야 별 기대 않고 먹겠지만 그 이전에 땅콩의 UX를 경험한 사람은 절대 그렇지 않다. 제대로 된 상품명은 ‘땅콩맛 카라멜콘’이 어울릴 법한데 땅콩 없는 ‘카라멜콘 땅콩’은 땅콩이 들어 있는 듯한 뉘앙스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제목이 UX (사용자 경험)에 미치는 영향

앞에서 든 과자 이름처럼 제목만으로도 그 사람으로 하여금 제품에 대한 UX를 이끌어 낼 수가 있다. 사람이 태어나면 작명소에서 이름을 짓는다. 작명소에서 이름을 짓는 이유는 그 사람의 이름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이름을 보면 특정 성에는 꼭 따라붙는 자음이 있다. 예를 들면 ‘ㅇ’자 성에는 대체로 ‘ㅅ’이나 ‘ㅈ’이 따른다. 이는 작명의 공식으로 각 음운이 만들어 내는 최적의 궁합이 있기 때문이다. 영어든 한글이든 자바(Java)나 비자(Visa)처럼 ‘ㅂ’, ‘ㅈ’등의 소리는 부드러운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그런 음운들로만 이름을 지었다고 해서 꼭 기억하기 쉬운 것도 아니다. 필자가 즐겨 듣는 노래 중 ‘Gavy N.J.(가비앤제이)’라는 여성 3인조 그룹이 있는데 그룹명에 ‘G’, ‘V’, ‘J’등 부드러운 음운이 들어있음에 불구하고 그 이름을 기억하는데 몇 달이 걸렸다.

UX를 끌어 내는 제목의 구성 전략

어떤 포맷이 되었든 제목을 만들 때 다음의 것들이 UX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을 해야 한다.

1) 글자의 간결성

메시지의 글자수는 한정 되어 있다. 글자수가 한정이 되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짧거나 억지로 글자수를 맞추면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색하다. 잘 지어진 제목들은 분석해보면 대체로 국어 시간에 배웠던 시조의 한 소절 같다는 것도 기억하길 바란다.

2) 기억과 연관성

잘 지어진 제목에는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기억할만한 것들이 한 가지 이상 들어있다. 그 기억은 사용자의 UX와 연결되어 사용자의 행위를 이끌어 낸다. 반대로 너무 자주 사용되어 평범한 단어가 들어있으면 별 기억이 남지 않는다.

예를 들면 본 컬럼의 제목을 ‘유츠프라카치아 꽃 같은 제목 작성의 중요성’이라 지었다면 어려운 꽃 이름에서 한번 생소함을 느꼈을 것이고 제목, 작성, 중요성 이런 말에서 평범하게 흘려 읽고 말았을 것이다.

3) 글자 모양이 주는 UX – 타이포그라피

글자의 모양의 디자인을 타이포그라피라고 하는데 ‘꽃보다 남자’라는 TV 드라마 제목의 독특한 글자 모양은 다른 곳에서도 많이 사용이 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최근 주요 언론사들이 자사만의 폰트를 개발하여 보급하는 것도 타이포그라피를 통한 UX의 향상을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정리하며

최근 네이버 뉴스 서비스에서 퇴짜를 맞은 언론사의 예처럼 유혹에만 치중한 나머지 겉 다르고 속 다른 제목은 곧 사용자의 외면을 부르게 된다. 잘못 지은 제목은 전달하려는 내용뿐만 아니라 미디어사 이미지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잘 지어진 제목은 유혹하면 금상첨화지만 유혹만 하는 제목이 반드시 잘 지어진 제목은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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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97년에 한양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자바개발자로 IT 무림에 입문한 12년 차 IT 맨으로, 자바크래프트닷넷, 자바스터디 운영자로 활동했으며 한국 자바개발자 협의회 (JCO, JavaCommunity.Org)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연합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으며, 매크로미디어 컨설턴트를 거쳐 한국어도비 시스템즈에서 RIA 아키텍트를 맡았었다. 현재 ‘okgosu.tistory.com’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