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같은 프로포즈
누구나 살면서 영화 같은 프로포즈를 한 번쯤은 꿈꿔봤을 것이다.
영화 같은 프로포즈는 그 사람에게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한 기업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따라 하고 싶은 영화 속 고백은 ‘러브 액츄얼리’의 “당신은 내게 완벽해요(You are perfect to me)”였다. 여기서 노트를 한 장씩 넘기며 자기의 솔직한 감정을 전달한다.
만약 노트를 쓰지 않고 한 마디씩 말로 했다면? 아님 SMS로 날렸다면? 또는 이메일로 보냈다면, 그런 프로포즈를 받은 키이라 나이틀리의 느낌(UX)는 어떠했을까? 러브액츄얼리는 그냥 그저 그런 밋밋한 영화로 남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 UX의 내외적 요소 : 배려와 프로포즈
UX의 내적인 요소가 ‘배려’라면 외적인 요소는 프로포즈의 방식이다.
우리가 도덕시간에 배웠던 예절에 대한 마음과 형식에서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마음이지만, UX는 마음은 2차적 문제이고 형식, 즉 어떻게 다가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왜냐면 겉모양이 그것을 처음 접한 사용자의 UX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우리 생활에서 겉모양의 예를 들면 ‘포장’하는 방식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얼마 전 MBC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중에서 간단한 보자기를 이용해서 선물을 포장하는 한복공예가를 보았다. 별 것 아니지만 예쁜 포장 하나로도 받는 사람이 저렇게 기뻐할 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필자의 경우 몇 달 전에 마케팅 팀에서 선물로 상품권을 받았는데 포장이 너무 예뻐서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보통 상품권은 금색 종이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포장은 화려한 실크 재질의 봉투 위에 예쁜 리본이 장식되어있어 매우 비싼 상품권이 들어있을 것 같은 느낌을 충분히 주었다.
명절이 되면 어린 친지들에게 용돈이나 새뱃 돈을 준다. 돈의 액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빴빴한 새 돈을 깨끗한 봉투에 넣어주는 경우와 바지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지폐를 손으로 주섬주섬 꺼내서 주는 경우 돈을 받는 사람이 느끼는 UX는 어떠할까?
■ 프로포즈는 전달방식도 중요
프로포즈에서 포장이 첫 단계라면 전달하는 방식이 두 번째 단계이다. 앞서서 예로 들었던 러브액츄얼리식 프로포즈가 의사 전달 방식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달하는 방식에는 분위기, 무드도 비중 있게 작용한다. 드라마에서 프로포즈할 때 무드 잡기 위해 자주 쓰이는 아이템 중에 하나가 촛불인데, 훤하게 밝은 곳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것보다 은은한 촛불과 함께 속삭이듯 고백을 하는 것이 먹혀 들어갈 것이다.
요즘은 각종 통신 수단이 발달하여 전달 방식도 SMS, 이메일 등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다.
디지털화되어 편리한 통신방식에 젖어 찾아 뵙고 정중하게 부탁을 해야 할 법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SMS나 이메일로 연락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았다. 그러한 수단이 빠르고 쉽긴 하지만 아나로그식 프로포즈의 힘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 삼고초려와 어린왕자의 프로포즈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량을 모시기 위한 ‘삼고초려’식 프로포즈가 아니었다면 유비는 제갈량과 같은 인재를 데려 올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유비가 제갈량의 핸드폰으로 SMS로 ‘군사 자리 비었으니 관심 있음 연락바람 (^_^)/’ 이라고 문자를 3번 날리면 과연 제갈량이 유비에게 갔을까?
프로포즈를 위한 UX에서 마지막으로 중요한 요소는 전달하는 주체의 브랜드 이미지이다. 이는 사람으로 치면 복장이 되겠고 회사로 치면 회사의 브랜드가 될 것이다. 이는 우리가 독후감을 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읽었던 어린 왕자의 4장에 잘 묘사되어 있다.
나는 어린왕자가 살던 별이 소혹성 B612호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 혹성은 딱 한 번, 1909년에 터키 천문학자에 의해 망원경에 잡힌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그는 국제 천문학회에서 자신의 발견을 훌륭히 증명해 보였었다. 그러나 그가 입은 옷 때문에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었다. 어른들이란 모두 이런 식이다.
터키의 한 독재자가 국민들에게 서양식 옷을 입지 않으면 사형에 처한다고 강요한 것은 소혹성 B612호의 명성을 위해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 천문학자는 1920년에 매우 멋있는 옷을 입고 다시 증명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모두들 그의 말을 믿었다
이유는 필자는 프리젠테이션을 잘하는 사람이 근사하게 잘 만들었으리라 생각하고 열었는데 이건 파워포인트 기본 템플릿에 텍스트만 쭉 나열한 것에 불과하였다.
프리젠테이션 팁을 위한 자료를 만든 사람이 만든 프리젠테이션 수준이 떨어지는 것만큼 아이러니한 상황이 어디 있겠는가? 마치 깡마르거나 뚱뚱한 트레이너가 헬쓰를 지도하거나 여드름 투성이의 피부 관리사가 얼굴 맛사지를 해준다면 서비스 받는 사람의 UX는 어떠할까?
■ 소프트웨어도 예쁘면 금상첨화
심리학에서 사람을 만나면 호감도는 수십초 안에 결정된다. 그 만큼 외적인 요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라고 그렇게 다르지는 않았다.
필자가 참여한 X인터넷 경진대회에서 화려한 리치인터넷 애플리케이션 기술을 적용한 사례들이 모두 평가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바 있다. 광대옷을 입은 천문학자와 같은 소프트웨어 보다 근사한 리치인터넷이 주는 브랜드 이미지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얼마 전 미국 대선 후보의 공약 자료집을 보고 깜짝 놀랐다. PDF파일이었는데 그 안에 대선 후보의 비디오, 오디오가 포함되어 문서와 함께 플레이 되고 있었다.
단순히 공약에 대한 텍스트를 나열하서 보여주는 것 보다 비주얼하게 플레이하면 분명히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신입 사원의 입사 원서도 그렇게 작성해서 보내면 인사담당자는 분명히 플러스 점수를 주지 않을까라고 확신한다.
■ UX는 배려와 프로포즈
UX의 정신이 ‘배려’라고 하면 UX의 실천은 러브액츄얼리식 프로포즈이다. 프로포즈하는 사람의 브랜드 이미지, 전달 방식, 잘 포장된 메시지 또는 제품이라는 3박자가 맞아야 고객은 감동하게 되고, 뜨거운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옥상훈의 UX 이야기 3탄] 무시무시한 UX이야기
●[ 옥상훈의 UX 이야기 2탄] 여우와 두루미의 접근성 배려
●[ 옥상훈의 UX 이야기 1탄] 방망이 깎는 노인과 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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