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 아파트 보안, 정부 '침묵'에 지자체가 나섰다

서울시, 기존 설비 교체 때 강화대책 적용…용인시, 개정고시 적용 전 단지에 공문

IT 일반입력 :2026/11/02 20:18    수정: 2026/11/02 20:51

아파트 월패드 해킹 피해 확산을 막는 정부 고시가 신축 단지에만 적용되면서 기축 단지가 '안전지대'에서 소외된 상태다. 주민들의 우려에 지방자치단체가 기존 설비와 건립 중인 단지를 대상으로 보안 강화에 나섰다.

2021년 10월 월패드 해킹 사실이 보도되면서 아파트 입주자들이 불안에 떨었다. 전국 638개 단지 약 40만 세대의 사생활 영상이 유출된 사건이다.

논란이 일자 당시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해 12월31일 홈네트워크 기술기준 고시를 개정했다. 단지서버와 세대별 홈게이트웨이까지의 구간을 물리적 또는 논리적으로 다른 세대와 분리하라는 내용이다.

서울특별시청사(위)와 용인특례시청사. (사진=서울시·용인시)

개정 전에는 전체 세대가 하나의 네트워크를 공유하도록 했다. 이런 상태에서는 특정 세대의 월패드가 뚫리면 단지 내 전체 세대가 동일한 해킹을 당할 수 있다. 개정 고시는 옆집 홈네트워크에 직접 접근하는 것을 막도록 했다. 해킹 피해가 급속 확산하는 걸 막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개정 고시 적용 범위다. 고시 개정 내용은 2022년 7월1일 시행됐지만, 대상은 시행 이후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는 공동주택이다.

이미 지은 기축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준주택은 보안 강화 대책에서 빠졌다. 이미 설치한 홈네트워크 설비를 바꿀 때 고시를 따르게 하는 법적 의무도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축 아파트까지 보안 강화 조치를 의무화하기는 당장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기존 아파트를 대상으로 자율점검을 지원했지만 이행은 단지마다 자율에 맡겨졌다.

중앙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지방정부가 나섰다.

서울특별시는 올해 3월30일 공동주택 관리 조례를 개정했다.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를 설치하거나 교체할 때 세대 간 네트워크를 분리해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고시가 닿지 않는 기존 단지까지도 설비 교체 단계에서 강화된 보안 대책을 적용하라고 선언한 것이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해당 조례의 적용을 받게 됐다. 관내 여러 기축 아파트에서도 홈네트워크 교체 사업 시 조례 준수를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용인특례시는 고시 개정과 적용 사이 시점에 건립을 시작한 '그레이존' 단지를 겨냥했다. 

시는 2022년부터 이들 단지 건설사에 공문을 보내 단지망과 세대망을 물리적 또는 논리적으로 분리하도록 요청했다. 관내 롯데캐슬 하이브엘, 힐스테이트 몬테로이, e편한세상 죽전 프리미어포레 등 다수 건립 현장이 공문을 받았다

용인시는 공문에서 "공동주택 내 단지망과 세대망을 물리적 또는 논리적으로 서로 분리해 홈네트워크 설비의 보안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요청한다"고 밝혔다. 건설사에는 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 등 전문가 자문을 받아 실시설계를 하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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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와 용인시의 공동주택 품질검수에서는 이 계획이 실시설계와 시방서에 반영됐는지 확인하도록 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올해 1월 "'그레이존'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시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보안 강화를 선제적으로 추진했다"고 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공문이나 조례로는 기축 아파트 보안 강화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기축 아파트 입주자들의 안전 문제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