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카드를 잃어버린 고객이 고객센터에 전화했다고 가정해보자. 상담 인공지능(AI) 에이전트는 분실 신고를 접수하고 카드 사용 정지 등 필요한 조치를 안내한다. 그런데 잃어버린 카드가 배우자 명의라면 어떨까. 다른 사람 명의 카드를 비대면으로 처리하려면 권한 확인이 필요하고, AI가 이를 판단해 처리하는 데 우려가 따른다. 이때 상담사는 앞선 대화 내용을 파악한 상태로 고객을 이어받아 필요한 절차를 진행한다.
이처럼 고객서비스(CS) 운영에서는 어떤 업무를 AI가 수행할 수 있는지 뿐만 아니라 AI 실행과 사람 판단을 어떻게 연결할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AI가 모든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처리할 수는 없고, 실행 권한을 부여하는 데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AI와 사람 협업은 '인간 개입(Human-in-the-Loop)'에서 시작한다. AI가 정보를 검색하고 답변이나 처리 방안을 제안하면, 상담사가 이를 확인해 고객 응대와 업무를 완결하는 방식이다. AI는 사람의 판단과 업무 수행을 지원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그 다음 단계로 '인간 감독(Human-on-the-Loop)'은 AI가 정해진 범위 안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사람은 처리 과정과 결과를 점검하며 예외 상황에 개입하는 방식이다. AI가 문의 응대뿐 아니라 주문 변경, 결제, 예약, 분실 신고처럼 시스템과 연계된 업무까지 처리하면서 상담 자동화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상담에서는 정보 확인과 실행, 판단과 공감이 번갈아 요구된다. 고객 요청이 대화 중에 달라지기도 한다. AI가 어려운 상담을 사람에게 넘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이유다.
이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AI와 사람의 전 과정 협업(AI & Human Along the Loop)’이 필요한 시대다. AI가 업무를 마친 뒤 사람이 개입하거나, 사람이 AI의 결과를 감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처음부터 AI와 사람이 원팀으로 일하는 것 전제로 협업 구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객 문의가 접수되면 AI는 고객 의도를 파악해 업무를 수행하고, 상담사 개입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상담 맥락과 처리 이력을 전달한다. 상담사는 이를 바탕으로 상담을 이어가며 고객 감정과 상황을 고려해 해결 방향을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AI는 관련 정보를 찾아 판단을 지원하고, 사람 결정에 따라 후속 업무를 수행한다. 상담 후 내용을 요약·분류하고 품질을 분석하며, 상담사가 추가로 처리해야 할 일도 알려준다. AI는 CS로 유입된 모든 고객 상담 맥락을 분석해 보고서도 제공한다. 고객사는 이를 통해 고객 요구와 반복되는 문제를 파악하고 경영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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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에서 상담사와 AI는 함께 일하는 동료가 된다. 업무 특성에 따라 인간 개입과 감독을 병행하면서 필요한 순간마다 서로의 역량을 결합한다. 이런 협업 기반은 기술과 운영 통합이다. 현장 업무를 이해해야 역할과 협업 방식을 설계할 수 있고, 운영 결과를 확인해야 기술을 개선할 수 있어서다. 축적된 상담 데이터를 품질 개선과 AI 고도화, 상담사 교육에 활용하는 선순환도 중요하다.
CS 기업은 AI 기술과 현장 운영 역량을 결합해 AI와 사람의 전 과정 협업(AI & Human Along the Loop)를 실제 상담 현장에서 구현해야 한다. 목표는 AI의 독립적인 상담 처리율을 높이는 데 머물지 않는다. 고객의상황에 더 정확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고객사 서비스 품질과 운영 효율을 함께 높이는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