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 70% 데이터 주권 전략 없다…경영진 88%는 책임 우려"

에버퓨어, 8개국 기업 리더 2100명 조사…국내 기업 60% 데이터 접근·통제 현황 파악 못해

컴퓨팅입력 :2026/10/21 13:45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이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한 공식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데이터 주권 문제가 발생하면 경영진 직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지만, 실제 데이터 접근과 통제 현황을 파악하거나 서비스 중단에 대비하는 수준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21일 에버퓨어가 발표한 '2026 글로벌 데이터 주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 중 70%가 공식 데이터 주권 전략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글로벌 평균인 64%보다 6%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번 조사는 에버퓨어가 시장조사기관 밴슨 본에 의뢰해 지난 6월 한국을 비롯한 8개국 대기업 최고경영진과 IT 리더 2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한국 응답자는 200명이다.

데이터 주권은 기업이 자사 데이터에 대한 접근과 저장, 관리 권한을 통제하고 관련 법률과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해외 정부의 데이터 접근 요구나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서비스 중단 위험이 커지면서 기업 경영에서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026 글로벌 데이터 주권 조사 보고서 (사진=에버퓨어)

조사 결과 한국 기업 중 85%는 데이터 주권을 주요 비즈니스 사안으로 인식했다. 글로벌 평균은 90%였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응답자 88%는 데이터 주권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고위 의사결정권자가 직위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정 손실이나 기업 평판 훼손을 걱정한 응답자도 한국 89%, 글로벌 91%에 달했다.

국내 기업들은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해 기존 기술 성능이나 기능을 일부 포기할 의향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응답자 91%가 현지 또는 주권형 공급업체를 이용하기 위해 고급 기능과 성능 일부를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글로벌 평균인 85%보다 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실제 해외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도 확인됐다. 한국 기업 41%는 자국 외 인프라에 의존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공급업체 이용을 이미 제한하고 있다고 답했다. 글로벌 평균은 40%였다.

반면 데이터 통제 현황을 파악하는 수준은 낮았다. 한국 기업 60%는 자사 데이터에 누가 접근하고 이를 통제·관리할 수 있는지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기업에서도 62%가 같은 문제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정학적 위험에 대비한 대응 체계도 부족했다. 한국 기업 53%는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데이터 반출이나 서비스 중단에 대비한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글로벌 평균은 56%였다. 데이터 주권 확보를 추진하면서 경영진의 지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도 41%에 달했다.

해외 관할권에 따른 데이터 접근으로부터 자사 정보를 보호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기업은 한국 8%, 글로벌 9%에 그쳤다. 데이터 주권에 대한 우려와 달리 실제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응은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에버퓨어는 이번 조사에서 경영진의 위험 인식과 기업 운영 준비 수준 사이에 뚜렷한 격차가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데이터 주권을 일반적인 사이버 보안이나 규제 준수 문제로만 다루면서 해외 법률에 따른 데이터 접근이나 핵심 서비스 중단 위험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다.

이에 에버퓨어는 데이터 주권을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는 '설계 기반 데이터 주권' 접근을 제안했다.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 업무 시스템별 위험 수준에 따라 접근 권한과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클라우드와 SaaS 환경 전반에서 데이터 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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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호 에버퓨어코리아 지사장은 "한국 기업은 데이터 주권에 대한 의지는 높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데이터 주권은 단순히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돼 있는지 문제를 넘어 누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어떤 법률 적용을 받는지, 핵심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설계 단계부터 이러한 가시성과 통제력을 확보한다면 데이터 주권을 비즈니스 제약 요인이 아닌 경쟁 우위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