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등 온라인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일률적인 수수료 상한을 두는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플랫폼은 여러 이용자가 연결된 다면시장인 만큼 한쪽 수수료를 낮추면 다른 비용이 오르거나 소비자에게 부담이 넘어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배달앱은 음식 주문을 중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라이더를 통한 배달 서비스까지 제공해 다른 플랫폼과 단순 수수료율만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전체 비용 가운데 배달에 필수적인 물류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비용 구조를 세분화해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쟁법학회와 정보통신정책학회는 30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플랫폼 수수료 규제의 쟁점: 타당성과 효과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공동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전문가들은 플랫폼 수수료 부담 문제를 완화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가 적정 수수료율을 직접 정하는 방식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수료 상한, 소비자에게 비용 넘어갈 수도”
최요섭 한국외대 교수는 플랫폼 수수료 문제를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착취적 남용’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정 수수료가 과도한지를 판단하려면 상품이나 서비스가 가진 경제적 가치와 비용 등을 따져야 해 현실적으로 적정 가격을 산정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플랫폼 수수료에 상한을 설정하면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며 플랫폼에는 소비자와 입점업체 등 다양한 경제주체가 참여하고 있어 특정 집단이 부담하는 비용을 낮추면 다른 참여자에게 비용이 넘어갈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입점업체나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수수료를 낮췄다가 최종 소비자에게 가격이나 다른 비용 형태로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높은 가격 자체가 반드시 경쟁을 제한하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시장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면 높은 가격이 새로운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수수료 상한 같은 사전 규제는 소비자 비용 전가뿐 아니라 과잉 집행, 시장 진입과 혁신 저해 등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용 사업자 또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최종 이용자인 소비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수수료나 가격 남용 문제는 사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기보다 현행 경쟁법을 활용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배달앱 비용 26% 어떻게 봐야 하나…수수료 규제 신중론
이공 KDI 연구위원도 플랫폼 수수료에 일률적인 상한을 설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는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규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실태조사에서는 배달앱 관련 비용이 평균 26.2%로 조사 대상 플랫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해당 조사에서 배달앱 비용에는 중개수수료뿐 아니라 광고비와 정보이용료, 배달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배달 거리가 멀수록 배달비가 올라가는 만큼 이를 전적으로 플랫폼 문제로 보기는 어렵지만, 입점업체가 실제 부담하는 비용을 파악하려면 전체 거래비용을 함께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배달비 이런 것까지 포함하는 것은 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특정 수수료를 낮추면 다른 비용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거래비용 총량을 보는 것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마다 비용 구조가 복잡하다는 점도 규제가 어려운 이유로 꼽았다. 중개수수료 외에도 광고비와 구독료, 상품등록 수수료, 거래 수수료, 매칭 수수료 등이 존재해 특정 항목만 제한하면 다른 비용으로 부담이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현행 경쟁법으로 과도한 수수료를 규제하기도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국내에서 가격 남용 규정이 실제 적용된 사례가 드문 데다 플랫폼은 양면시장 특성상 원가를 정확하게 산정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안 가운데 하나로 매출 규모에 따른 차등 수수료를 제시했다. 매출이 낮은 입점업체에는 낮은 수수료를, 매출이 높은 업체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연구위원이 제시한 이론 모형에서는 차등 수수료를 적용할 경우 매출이 낮은 식당의 플랫폼 참여는 늘고 매출이 높은 식당의 참여는 줄었다. 소비자 수와 플랫폼 이윤도 증가할 가능성이 나타나 저매출 입점업체와 소비자, 플랫폼의 후생이 함께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차등 수수료가 시장가격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도 부작용을 줄이면서 저매출 사업자의 참여를 늘릴 수 있다면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봤다. 현재 시행 중인 차등 수수료가 입점업체와 소비자에게 실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데이터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신규 사업자가 쉽게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춰 플랫폼 간 경쟁을 활성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아무리 온플법이 적용되고 상생협의체가 있어도 경합시장만큼 좋은 솔루션은 없다”며 "경쟁 가능한 시장 구조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수수료와 물류비 구분해야"…업계도 직접 규제 우려
이어진 토론 자리에서 하명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사무국장은 음식점의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수수료 수준과 부과 방식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직접 규제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음식점 입장에서는 중개수수료와 결제비, 배달비, 광고비가 모두 부담이지만 정책을 설계할 때는 주문 중개 대가와 결제 비용, 실제 배달에 들어가는 비용을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배달은 거리와 시간, 기상 상황 등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고 주문금액이 적다고 배달 수행 비용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닌 만큼 매출 대비 부담률만으로 규제하면 소액 주문이나 장거리 배달의 비용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 사무국장은 "수수료를 직접 규제할 경우 소비자 배달비 인상이나 할인·무료배달 혜택 축소, 라이더 보상 감소, 소상공인 주문 감소 등으로 부담이 이동할 가능성도 규제 전에 검증해야 한다"며 “단순히 수수료라는 숫자 하나를 맞추는 정책보다 소비자가 합리적인 비용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음식점은 주문과 수익을 확보하며 라이더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달업계에서도 배달앱 비용을 다른 플랫폼과 비교할 때 배달 서비스에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물류비를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앱이 적용하는 상생요금제에서 업주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건당 최대 3400원이다. 2만원 주문에서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배달앱 관련 비용을 26.2%인 5240원으로 가정하면 이 가운데 3400원이 배달비다. 주문금액의 17%이며 전체 배달앱 관련 비용에서는 약 65%를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실제 라이더 배달에 들어가는 비용은 업주가 부담하는 금액보다 크다고 설명한다. 일반 배달대행업체는 통상 1.5㎞ 기준 3000~4500원가량의 기본요금을 받고 거리가 늘어나면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 기상 악화나 주문이 몰리는 시간에는 할증이 붙기도 한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플랫폼의 평균 건당 배달 처리비용은 5000~6000원 수준이다.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배달비를 넘어서는 비용은 플랫폼이 부담한다는 설명이다.
관련기사
- 우버·배민, 한 지붕 아래…배달·모빌리티 지형 흔들까2026.09.30
- 주병기 공정위 "배달앱 포화…수수료·광고료 낮춰야"2026.09.21
- 소상공인 5개 단체, 배달앱에 민간협의 제안..."직접 협상하자"2026.09.17
- 상생요금제 1년 됐지만 배달앱 수수료 갈등 여전…'15% 상한' 놓고 공방2026.09.11
이에 업계에서는 배달비까지 포함한 전체 거래비용을 일반적인 플랫폼 중개수수료와 같은 성격으로 보고 단순 비교하면 배달 서비스의 비용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비를 간과한 성급한 배달앱 수수료 규제 논의가 라이더 후생을 저해하고 이는 배달 품질 저하로 이어져 소비자와 입점업주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