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에 영향 미치는 원자거리는 4~7nm…사이언스 게재

IBS, 독일과 공동 연구…"금속 촉매 성능, 보다 더 정확한 예측 가능해져"

과학입력 :2026/10/30 03:00

금속 촉매에서는 멀리 떨어진 원자 배열이 분자의 결합력 세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새로 규명됐다. 이는 촉매 성능이 결합 지점 주변의 구조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과 막스플랑크 다학제과학연구소가 공동으로 금속 촉매 표면에서 분자가 결합한 지점으로부터 수 나노미터(nm) 멀리 떨어진 원자 구조도 화학 결합의 세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분자가 금속 표면에 결합할 때 전자적 반응이 결합 지점 주변을 넘어 표면을 따라 퍼지는 모습. 금속의 전자 바다가 분자의 존재에 반응하며 결합 영향이 넓은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그림=IBS)

연구는 과기정통부의 IBS 기초과학연구단 지원 사업을 통해 막스플랑크 다학제 과학연구소 연구진과 공동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에 30일 오전3시(KST)에 게재됐다. 참여 연구원은 막스플랑크 연구진 중심으로 논문 제1저자인 플로리안 니츠 외에 스테판 휄랜들 등 7명이 참여했다.

금속 촉매는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물질이다. 예를 들어 100년 전 개발된 암모니아 합성 기술은 금속 촉매를 이용해 질소와 수소로부터 화학비료의 원료인 암모니아를 대량 생산하면서 현대 농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동안 분자와 금속 사이의 화학 결합은 주로 분자가 직접 맞닿는 주변 원자들과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설명돼 왔다. 금속 표면에 붙은 원자나 분자가 멀리 떨어진 영역의 전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이러한 현상은 주로 매우 낮은 온도에서 관찰됐다. 이로인해 실제 촉매 반응에서 화학 결합의 세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연구진은 이러한 기존 인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이번 연구에서 규명했다. 장거리 전자 효과가 금속 촉매 표면에서 분자와 금속 사이의 결합 세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확인한 것.

연구진은 원자들이 층층이 쌓여 계단 모양을 이루는 백금 표면을 이용했다. 원자계단 사이의 간격이 서로 다른 백금 표면을 제작하고, 암모니아(NH₃), 일산화탄소(CO), 일산화질소(NO) 분자가 금속과 결합하는 세기를 정밀하게 측정·비교했다.

이 결과 분자가 붙는 지점의 구조가 유사해도 이웃한 계단까지의 거리에 따라 결합 세기가 달라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결합 에너지 차이는 최대 약 0.2 전자볼트(eV)로 결합의 안정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수준이다. 장거리 영향이 나타나는 특성 거리는 분자 종류에 따라 약 4~7nm로, 이는 원자 수십 개를 나란히 늘어놓은 정도의 거리다.

연구진은 분자마다 장거리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화학의 분자 궤도와 물리학의 전자띠 개념을 결합한 '프런티어 오비탈-밴드 모델'을 제시했다.

드미트리 보르딘 IBS 그룹리더(교신저자).

이 모델은 분자마다 전자 상태의 특성이 달라 금속 내부의 서로 다른 전자 상태와 상호작용하며, 이에 따라 같은 금속 표면에서도 분자 종류에 따라 장거리 영향이 달라진다는 점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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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보로딘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그룹리더(공동 교신저자)는 “과거 촉매 개발은 오랜 실험과 시행착오에 의존해 왔지만, 이제는 화학 반응 원리를 바탕으로 원하는 특성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번 연구가 화학 결합에 대한 이해를 넓혀 보다 정교한 계산과 효율적인 촉매 설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복잡한 과학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모으는 협력이 중요하다”며, “IBS 연구자들이 전문 분야의 연구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세계적 연구기관과 함께 도전적인 연구에 나설 수 있도록 국제공동연구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